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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교육 - 한 젊은이의 이야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임채문 옮김 / 시와진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거의 7년 아니 한 8년 이나 되어 재독한 <감정교육>은
정말 이보다 뛰어난 현대 소설을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재미를 보여준다.
각각의 장면은 위대한 거장의 영화처럼 닥치고 인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특이한' 페이소스를 흩뿌려준다.
이 모든 서술과 심리와 사건의 왁자지껄한 흐름은 후반부 혁명에 대한 가장 적확한 묘사와 거대한 사건이 가져오는
뿌리가 단단하지 못했던 계층의 불안함을 의지 박약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의 "아무런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정열" 속에서
상징화해내고 만다. 감정교육에 영향을 받은 숱한 텍스트와 영상의 단편들, 우리네에겐 룸펜이랄 수 있는 지식인의 전형들
그리고 발자크가 시원스레 고발하고 묘사했던 리얼리즘에서 나아가 심리적 기제를 다루며 구성이 만들어내는 무의식적인
감정의 핍진성은 플로베르만의 고유한 발명품이자 소중한 소설적 유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겠다.
플로베르가 쓰는 문장에서 주인공은 낙담하고 혼잣말하며 동시에 사물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깨닫곤 하는데, 이런 과정들은
애초에 자동기술이니 의식의 흐름이니 하는 것들이 19세기의 한 대가에 의해 이미 완벽하게 성취되었음을 재발견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우리의 오랜 재독의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감히 '소설적 진실' 그 이상의 진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