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지음, 윤혜신 옮김 / 태동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웃는 남자>는 독서가 어떻게 완전한 기쁨의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고백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같은 역자 윤혜신의 <바다의 노동자>를 읽다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일지가 경마장에서 부르짓던, 메흐드! 란 통렬함이 담겨 있었던 <레미제라블>을 읽고 걸작과 명작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이들에게 후기 위고의 전연 새로운 모습은 그야말로 그 거대한 스케일과 통찰력과 공포스러울 정도의 문장력으로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줄거리만 축소시켜보면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낭만주의의 정확한 표본이라고들 쉽게 읊어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그려보이는 밤과 바다 그리고 한 남자의 운명은 이후 모든 퇴폐성을 띤 작품들과 영국 문학에 특히 두드러진 변태성, 가학과 피학성에 대한 사드보다 문학적으로 세련된 통찰, 운명 운운하는 작가들의 시덥잖은 잔소리,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위고의 <밤과 바다>에서 잉태되었음을 명백히 해준다. 무수히 많은 오덕후를 양산했던 일본의 거의 모든 애니매이션의 주된 운명선과 주연배우 그 미묘하리만큼 익숙한 기조는 모두 위고가 본 것들이고 그가 극도의 세공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이었다. 왜!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보라, 괭플랜의 신화는 고 히스레져가 보여준 조커의 광기와 멜랑콜리, 비감어린 웃음의 원판이다. 바로 여기 밤과 바다 사이에서 이미 더욱 더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거기에 공화주의에 대한 열망과 역사적 입김이 가미한 채로, 뭐 정치성을 살짝 쳐놓은 채로)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정치적이고 관료적인 이야기들보다는 그것들을 이야기꺼내는 방식과 단호한 문장들의 애로티즘적 결합력을 눈여겨 봐야할지도 모른다. 여공작 조지안느가 괭플랜과 드디어 만나 내뱉는 대사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정말 모니카 벨루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열린책들에서 역시 <웃는 남자>는 번역되었다.

역자는 쎌린느의 위대한 걸작을 모두 번역한 이형식으로 역시 믿을 만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웃는 남자>의 이전 작인 <바다의 노동자>를 번역했던 윤혜신의 어떤 일관된 지향성을 따르는 것이 훨씬 좋을 듯하다. 윤혜신판은 프랑스 작가가 영국의 정치와 역사를 말할 때 독자가 의식하게되는(물론 17,18세기 유럽은 거의 하나의 원 속에 있었지만) 사료들을 최소한의 주석을 통해 말끔하게 옮겨놓고 있어, 난삽함을 최소화했고, 사용된 번역어로서의 우리말은 거대한 시성 위고의 문장력을 다는 아닐지라도 정말 맛깔나고 수려하게끔 십분 표현해주고 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이형식의 <웃는 남자>역시 저 쎌린느적 전통의 거대한 원류로서의 <웃는 남자>를 기리면서 독파하기를 고대한다.

 

만만한 작품이 아닌 이런 책을 옭겨놓은 역자가 가끔 매우 고마울 때가 있다.

아주 아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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