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발하는 프리즘. 그래서 이 책에는 읽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 <작은 아씨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이야기
코닐리아 메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아씨들]과 [조의 아이들]을 통해 네 자매와 플럼필드 학교 아이들을 따라 성장한 이야기의 여정은 이 책으로 마무리된다. 1934년 뉴베리 상 수상작이자 1963년 루이스 캐럴 쉘프 상 수상작으로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전기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을 새삼 느낀다.

[작은 아씨들]이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많이 포함한 작품이자 극 중 ‘조’가 루이자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루이자의 삶 자체가 대부분 작은 아씨들 그 자체였음을 누가 알았을까. 주인공인 네 자매와 엄마 아빠, 로리와 로런스 할아버지, 대고모 등 주변 인물이 모두 현실 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조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기에 바에르 교수는 자신을 위해 창조된 인물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천로역정에 기반을 둔 교훈적인 이야기나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역시 실제 사건에 기초한다. 루이자의 삶에서 어릴 적 소녀들의 로망이었던 작은 아씨들의 흔적을 찾는 것이 이 전기의 묘미이다.

루이자가 작은 아씨들을 탄생시키기까지 원동력은 안타깝게도 가난과 가족이었다. 가난한 교육자인 아버지는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기에 무능하다 싶을 정도로 청교도적 이상주의자였다. 루이자가 꼭 빼닮은 어머니는 가난한 생계를 꾸려가느라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네 자매는 바르고 밝게 자랐고, 조처럼 루이자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가정교사나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꾸준히 글을 써 전 세계가 사랑한 고전 작은 아씨들을 탄생시켰다. 작은 아씨들보다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루이자 현실의 삶에 펼쳐진다.

루이자가 데이비드 소로, 너새니엘 호손, 벤저민 프랭클린 등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부럽기도 했다. 삶 자체도 극적이었고, 루이자의 재능을 알아봐 준 아버지와 출판사 대표가 대작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 시대에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을 쓴 주변 인물들의 영향도 큰 몫을 했으리라 생각한다.작은 아씨들과 함께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작은 아씨들 외에 번역된 책이 거의 없지만, 루이자가 간호병으로 일하던 시절 썼던 편지를 모아 엮은 [병원 스케치]를 비롯한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고집쟁이작가루이자 #루이자메이올컷 #평전 #작은아씨들 #조의아이들 #뉴베리상 #루이스캐럴쉘프상 #윌북 #신간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그램 #독서그램 #김소영옮김 #외국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의 아이들 - 작은 아씨들 3,4부 완역판 걸 클래식 컬렉션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재용 외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장르는 로맨스다 (현실도피용 🤣). 특히 꽉 닫힌 해피엔딩이 좋은데 끝나고 나면 왠지 허무하다. 수 많은 역경을 뚫고 이제 겨우 행복해졌는데 끝나버리니 아쉬운거다. 이후 알콩당콩 잘 살고 있는지 뒷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수 많은 매체로 접했던 <작은 아씨들>을 최근 윌북의 걸클래식 콜렉션 책과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로 다시 보았다. 각기 다른 성격의 네 자매가 좌충우돌 성장해 가는 이야기도 좋지만, 역시나 작은 아씨들의 백미는 조와 로리의 사랑과 우정 사이라 말하고 싶다. 식상한 로맨스 드라마라면 조와 로리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여 알콩달콩 잘 살았겠지만, 결국 현실적인 조의 선택에 따라 우정으로 끝나버려 개인적으로 몹시 아쉬웠다. 다행히 둘 다 다른 사랑을 찾았지만 그 사랑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조의 아이들>은 그렇게 꽉 닫힌 해피엔딩의 뒷 이야기다. 작은 아씨들은 총 4권으로 이 책은 3-4권에 해당한다. 작은 아씨들 말미에 조와 바에르 교수는 결혼하고 대고모가 물려준 저택에 플럼필드라는 소년 학교를 세운다. 조와 바에르는 갈 곳 없는 처지의 아이들을 데려다 보살펴 주고 자기 아들들과 조카들과 함께 부모 못지 않게 사랑을 듬뿍 주어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 12명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그들 간에 이루어지는 로맨스로 작은 아씨들의 대장정이 끝난다. 결론적으로 조와 바에르는 천생연분이었다 ㅎㅎ

앞서 <작은 아씨들>에 신여성 캐릭터 ‘조’가 있다면, <조의 아이들>에는 ‘낸’이 있다. 말괄량이 소녀로 플럼필드 학교에 들어왔지만 당당하고 씩씩한 의사가 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여성관을 투영한 캐릭터들이다. 이런 강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드러내면서도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루는데 그 대표적인 등장인물이 <작은 아씨들>의 ‘메그’와 <조의 아이들>의 ‘데이지’이다. 당시에 독신 여성으로 이런 균형잡힌 시선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은 아씨들> 과 <조의 아이들> 모두 읽다 보면 교훈적인 내용들에 절로 마음이 선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주로 네 자매의 엄마가, 조의 아이들에서는 조와 바에르 교수가 적재적소에 현명한 조언을 남긴다. 기독교적인 부분이 많아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인생의 조언이라는 면으로 본다면 누구나 마음에 새길만한 구절들이 많다. 한 권 당 천 페이지가 넘는지라 책 두께에 치이기도 하지만 저녁에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읽다보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p.349

SF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제까지 읽어 본 SF 소설 중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고 빛났다. 테드 창의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심오했고,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은 갈수록 난해했으며, 한국 작가들의 SF 소설은 안타깝게도 완성도가 아쉬웠다. 그래서 갖게 된 SF 소설에 대한 편견을 모조리 깨 준 작품이다. 일단 진심을 담아 강력추천! 읽는 동안 뭉클했던 순간이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다.

실수로 인지+학습 능력을 갖게 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빠르게 달릴 때만 존재 가치가 있는 경주마 ‘투데이’
소프트 로봇 영재이자 콜리의 구원자 ‘연재’
휠체어에 의지하여 스스로세상에서 고립된 소녀 ’은혜’
화상으로 배우의 삶을 포기하고 소방관인 남편마저 화재로 읽은 엄마 ‘보경’

다리가 부서져 폐기 직전인 로봇, 관절이 망가져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경주마, 가족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고 소외되면서도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 중심 세상에서 로봇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고립 vs. 연대, 갈등 vs. 화해, 죽음 vs. 삶을 이야기하며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작 20대 후반인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을 아우르고 품어 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라고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은 작가 소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꾸며, 작가적 상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꿈꿨다는 천선란 작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SF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이유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04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거야.”

P.286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에요.”

책을 읽으면서 수 없이 뭉클함이 찾아왔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을 관통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고 단순히 남극 여행기 쯤 되는 줄 알았다. 남극 여행기는 처음이니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펼친 책은 해양 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였고 매우 생소한 분야의 탐사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탐사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학 시간에 배운 지구과학 지식을 모조리 동원해야 했지만 말이다. 단언컨데 그 어떤 여행기보다 흥미진진하다.

책의 저자인 박숭현은 해양학자로 현재 한국 극지연구소의 책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아라온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연구 탐사선을 타고 매년 대양으로 항해를 떠난다. 주로 지구 내부 물질과 에너지가 나오는 통로인 해저 중앙 해령을 연구하여, 지구 내부 맨틀의 순환과 진화의 문제를 밝히고자 한다. 말이 어렵지만 간단히 이해하자면 남극 바다 속에 숨어 있는 지구 속살을 연구해서 지구의 역사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고나 할까? 해양학이라는 분야도, 이런 탐사 연구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된 지라 무척 흥미로웠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에는 첫 해양 탐사부터 남극 중앙 해령을 대상으로 한 첫 아라온호 탐사를, 2장에는 4일간의 남극 중앙 해령 탐사를 위한 40일간의 세계 일주를, 3장에는 첫 남극 탐사부터 호주, 해저 시추 프로그램,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 연구팀과의 해양 탐사를, 4장에는 해양학, 남북극 환경의 형성, 극지 탐험의 역사 및 판구조론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장까지는 해저 탐사기이고, 4장은 기본적인 교양 해양학에 대한 개괄이다. 만약, 4장부터 이 책이 시작되었다면 분명 100페이지를 읽기도 전에 덮었을텐데, 다행히 남극으로 향하는 첫 아라온호 탐사기부터 여행 매니아인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정말이지 세상에 이런 뿌듯하고 대단하고 특별한 여행기는 없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대학 전공을 정해 두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과를 졸업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고1 때 공통과학을 배우고, 2학년부터 4가지 과학 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하던 세대인데 (지금은 어떤지 모름), 그 전공을 위해 당연히 화학과 생물을 선택했고 다른 과목은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 지리와도 밀접히 연관된 지구과학이라는 분야가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었나 싶었다. 머리 말랑하던 시절에 지구과학을 좀 더 배웠더라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 훨씬 더 풍성하지 않았을까 심하게 뒤늦은 후회를 할 정도!

제한된 시간 내에 극한 날씨 변화에 따라 1분 1초를 다투며 시료 채취와 실험을 해야 하는 해저 탐사 자체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다이나믹했고, 해저 탐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뿐만 아니라 남극으로 향하는 길이 쉽지 않아 매번 여러 번 비행기를 타고 다양한 도시를 거쳐 생소한 항구 도시에서 탐사선에 탑승하는데, 이 여정 자체가 주는 다양한 문화 체험도 재미있었다. 칠레 발파라이소나 파타고니아, 포루투갈 리스본 등에서의 체류기는 지난 나의 여행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언제 여행을 떠날지 모르는 이 시국에 여행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련해졌다.

기본적으로 여행기가 아닌 해저 탐사 이야기이기에 용어들이 생소해서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고1 공통 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용어와 활동들이어서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해저 탐사 이야기만 있었다면 지루했을텐데, 외국 연구원들과의 문화 교류나, 탐사선을 타기까지 여정 등이 여행기처럼 어우러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가에서 미국이나 유럽도 접근하지 못한 호주-남극 중앙 해령의 탐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알게되어 뿌듯하기도 했다. 기존 천편일률적인 여행기에 지쳤거나, 새로운 남극 해저 탐사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