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여행
하시 지음 / 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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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여행 - 하시, 출판사 방

어릴 때 ‘톡톡’ 이라는 불량식품이 있었다. 각설탕을 잘게 쪼개어 놓은 듯한 사탕을 입안에 한움큼 털어 넣으면 샤르르르르 녹는 소리가 들리면서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며 짜릿한 기분을 선사하던 별미였다. 불량식품인줄 뻔히 알면서도 혀에서 느껴지는 알싸하면서 짜릿한 느낌과 쏴아~ 하는 소리를 놓을 수가 없어 계속 구멍가게를 들락거리곤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왠지 계속 ‘톡톡’ 을 먹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한국어로 쓰여진 글을 읽고 있는데 어라? 이게 한국말인지 외계어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논리적이고 단정한 글을 좋아하는터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자괴감에 빠지면서도 뒤죽박죽 통통 튀는 문체 속에 숨겨진 솔직한 감정들을 들여다 보느라 어느 새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하여 같은 글을 읽고 또 읽고, 그 다음 글을 읽고 또 읽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불량식품인줄 알면서도 계속 먹는 바로 그 기분!

서로 멀리하는 언택트 시대, 서로 감정을 숨기는 가식의 시대, 그리고 서로 함께 떠날 수 없는 여행 실종 시대에 출판사 방이 하시 작가와 제안한 대안적인 여행인 감정여행. 어디가서 분출하지 못할 바에야 이렇게 느낀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내질러 보는 것도 좋겠다. 얼굴보고 얘기하지 않아도 글로 털어낸 감정들을 누군가 읽고 맞장구를 치거나 욕을 하거나, 그건 또 나름의 의미있는 소통일지 모르겠다.

🏷‘여기서 출발하자. 그리고 여기서 떠나자. 손을 흔드는 서리 낀 창 너머로. 안녕. 그리고 안녕?’- p.3

#감정여행 #하시 #멜랑꼬 #출판사방 #힐링 #공감 #신간소개 #언택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그램

서평단으로 선발되어 제공된 도서를 읽고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
저자: 하시
출판사: 방
출판일: 2020년 10월 6일
가격: 12,000원
쪽수: 144
장르: 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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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 나노로봇공학자, 우리와 우리 몸속의 우주를 연결하다
김민준.정이숙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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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작 <이너스페이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슬프게도 나는 기억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슬픔은 1987년작을 기억할 만큼 세월을 살았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다) 영화는 초소형 잠수함을 타고 우연히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탈출하기 위해 인체 내부를 탐험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사람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눈으로 본 인체 내부 장기의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기에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중 구니스와 함께 특별히 기억하는 영화이다. 이 책은 SF 영화 속 허구인 줄만 알았던 이너스페이스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학자이자 연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 인간의 눈으로는 존재를 확인할 수조차 없는 로봇을 연구하고 만드는 공학자다. 뜬금없는 난독증을 고백하며 시작하는 교양 과학서와 교양 에세이를 넘나드는 이 책을 나는 이렇게 세 단어로 정리하고 싶다.

[혁신, 융합, 덕질]

김민준 교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끊임없이 개척한다. 기존 나노로봇을 향상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마이크로 사이보그와 트랜스포머 나노로봇을 만드는 등 연구 성과 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 출신으로 미국에서 교수가 되고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이나 겹치지 않는 다양한 국적과 전공의 학생들을 연구팀으로 구성하는 것, 그러한 과정을 이렇게 책으로 기록한 것 등 매 순간을 혁신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학문과의 끊임없는 교류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자는 한 우물을 깊게 판 사람으로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다. 그러나 김민준 교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과감히 우물 밖으로 나가 다양한 환경과 사람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 언급된 자신의 인간 관계나 연구 활동 등이 언행 일치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덕질이라고 과학이나 공학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이 책을 정리한 것은 저자 자신이 자신이 하는 연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이 글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부러울 정도였다. 언어나 인종 장벽, 다른 교육 연구 환경 등 분명 궤도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난독증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러한 업적을 이룬 것은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2장 나노로봇의 변천사를 다룬 부분은 장벽이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공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에 학창 시절에 배운 온갖 지식을 총동원하고 학문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과학자가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했던 연구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에 무척 자부심을 느끼며 흥미롭게 읽었다. 더군다나 이너스페이스를 현실화하는, 즉 나노로봇을 통해 인체 내 표적 치료를 지향하는 내용은 내가 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나머지 부분은 저자 자신의 자서전에 가까운 에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에 대해 주변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나노 공학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의 교육이나 연구 환경과 정책에 관한 내용은 공감하고 생각할 부분도 많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과학자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저자의 활동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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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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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모님의 노화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빠르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아프다는 얘기가 부쩍 늘었고, 병원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진료과 종류도 다양해졌다.자연스럽게 하지만 막연하게 내 가족들의 죽음은 어떤 형태일까를 생각하곤 한다. 장기전일까 단기전일까. 희망 없는 장기전이라면 어떤 치료가 좋을까. 의료 비용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고 감당해야 할까.

노인 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30여년을 영국 NHS에서 이 분야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그 동안 겪은 여러 죽음을 목도하며 개인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런 경험과 고민들이 33가지 죽음 수업이라는 부재를 달고 33개의 에피소드로 담겨 있다. 심각한 주제이지만 슬프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오고 때론 뭉클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괜찮은 죽음에 대한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인의 남편 분이 돌아가셨다. 5년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생존율 0%라는 선고를 받았지만 수술 후 잘 관리한 덕분에 무려 5년을 사셨다. 대체로 컨디션이 좋으셨지만 종국에는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감각이 소실되어 대소변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지인분은 그런 남편을 보며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는 차라리 환자 본인에게 죽음이 훨씬 편안할 거라는 생각을 하셨단다. 오히려 죽음 후 고통은 죽은 사람의 빈 자리를 고스란히 짊어진 산 자의 몫이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심도있게 다룬 것처럼 죽음이 다가올 때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위해 죽느니만 못한 고통을 견디며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통증만을 조절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보내는 것이 가장 괜찮은 죽음이라는 것을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나 역시 죽는 시기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도 부담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조용한 돌연사이고 싶다.

🏷 우리는 삶과 죽음을 양자택일로 생각한다. 살거나 아니면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일종의 스펙트럼이다. 나이를 먹으며 이 연속체의 한쪽 끝에 있는 죽음을 향해 서서히 이동한다 - p.143

🏷 망자란 우리 사이를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주로 보이지 않게 장기 보호시설에 앉아 있는, 기억에서 지워져간 사람들을 뜻한다 - p.144

🏷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은 무거운 짐이며 치료도 무거운 짐인데, 둘 사이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 p.214

🏷 우리가 날씨를 통제할 수 없듯이 우리의 목숨을 빼앗는 질병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고통과 자녀들의 괴로움을 연장할 뿐 그 외에는 아마도 이득이 거의 없는 치료를 거부할 수는 있다 - p.238

덧. 죽음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다보니 오히려 죽음의 정체가 분명해지고 객관적 현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좀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해 보는 게 더 좋겠다. 아직 죽음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죽음의 방식을 다룬 책들을 몇 권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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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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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미간에 주름이 펴지지를 않았다. 아! 정말 큰일이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은 없었던 듯 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 먼지,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폭우, 잦은 태풍과 지진, 뜨거운 여름과 극한 한파의 양극을 오가는 이상 기후. 이 모든 것이 징후임에도 어쩜 그렇게 무심했을까? 이 책은 자정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지구를 위해, 현재의 인류와 미래 후손을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과 긴급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빨간 지구는 우리가 처한 위기이며 파란 하늘은 이루어야 할 궁극적 목표이다.

아직까지는 지구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대행성 지구에서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 이미 지구는 괜찮지 않다고 한다. 지금 당장 지구의 온도 상승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언제 지구가 다른 행성과 같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될지 모른다. 1-2도 상승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산호초는 1.5도 온난화하면 70-90퍼센트 감소하지만, 2도에서는 사라진다고 한다. 지구의 기온 상승은 물부족, 식량 부족에 국가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국가가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공동의 목표와 정책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다들 이론은 빠삭하다. 화석 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며,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우연히 지구에 태어나 아름다운 환경에서 지구를 괴롭히며 잘 살아 왔으니 이제는 어떻게 하면 지구를 덜 괴롭히고 벼랑 끝에서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제로웨이스트!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제로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지구한테 덜 미안한 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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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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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라는 책이 영어 비법서 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단어의 기원을 삽화로 설명해 연상 작용을 통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하여 암기 방식에 새로운 포문을 열어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찾아 보니 구판은 절판되었지만 꾸준히 업데이트해서 계속 나오고 있으니 그 효과는 입증된 셈. 나는 학창 시절부터 영어를 싫어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언어 천재거나 언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 아니고서야 강제로 쓰는 환경 만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펼쳐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의 영국판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책을 뜻하는 단어 book 으로 시작해서 어원에 얽힌 이야기, 연관 단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팬티, 보톡스, 빵, 방귀, 칠면조, 중국, 로봇, 스팸, 술, 커피, 마약 등을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책으로 돌아온다. 단어의 기원이 얼토당토 않은 것에서 변천된 역사가 흥미롭고, 영어를 비롯해 주변 유럽 국가들의 언어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신기하다. 이야기를 읽다보니 연상 작용이 이루어져서 자연스럽게 단어의 뜻도 기억에 더 잘 남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가 아마 이걸 노렸을 것이라 짐작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제 영어권에서 네이티브 들이 많이 쓰는 표현들이 많이 나와 있어 피부로 와닿는 느낌은 부족한 편이다. 내가 업무로 영어를 배운 사람이라, 이건 개인차가 좀 있을 듯 하지만 말이다. 책 한 권을 한꺼번에 읽으면 영어 울렁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 심심할 때 한 두 꼭지 씩 읽으면 두뇌 환기도 되고 좋다. 난 소설책이랑 같이 펴놓고 번갈아 가면서 읽어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무튼, 언어 혹은 언어의 기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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