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20
이지유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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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70퍼센트는 바다, 20퍼센트는 사막, 나머지 10퍼센트에 열대 우림, 온대림과 함께 인간이 우글우글 모여 산다(4p)고 한다. '사막'이라 하면 뜨겁고 모래로 가득한 모습만 떠올렸는데, 사막도 지역에 따라 여러 모습임을 책을 통해 알았다. 돌과 바위가 있는 온대 사막, 1년 내내 땅이 얼어붙어 있는 극지방, 툰드라까지 모두 사막이라 한다.

관점을 달리하면 사막이 그저 황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눈을 들어 우주를 보면 사막은 행성의 기본 모습을 닮았다. 만약 지구를 벗어나 살아야 한다면 먼저 사막에서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 그래서 사막에는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수억 년 전 공기 중을 떠돌던 먼지와 육지에서 떠내려온 흙과 바다에 떠다니던 미생물을 꼭꼭 눌러 담았다(50p)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사막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는 민지 가족이 떠난 호주 사막 여행기인 1부와 지구 5대 사막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툰드라, 남극을 담은 2부로 나뉜다. 1부는 호주 남서쪽 퍼스에서 출발한 민지 가족이 북쪽에 있는 '다윈'이라는 도시까지 가는 여정이다. 바람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모래사막, 철을 품은 붉은 사막,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 식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구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사막은 그저 인간이 살기 어려워 버려지고 쓸모없는 땅이라고 생각했다. 한반도에는 매년 중국 서북부 사막에서 시작한 모래바람으로 황사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숨쉬기 운동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매년 봄이면 온몸으로 사막을 느끼며, 멀게만 느껴진 사막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를 통해 지구가 간직한 지난 시간과 미래를 알 수 있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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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적의 남자 (전2권/완결)
마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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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시대물, 완벽남, 황제, 무술녀, 다재다능, 소유욕, 집착남


황후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쌍생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고비를 맞는 설이현. 무공을 지닌 현담의 도움으로 살 기회를 얻은 이현은 산채에서 무술을 연마하며 자유롭게 자란다. 하지만 운명이 더 강했던 것일까. 10세에 처음 나온 저잣거리에서 산과 마주친 이현은 그의 입술을 훔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7세가 된 이현은 집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황후 간택에 참여한다. 몇 번의 마주침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화를 대신해 황후 간택에 참여한 이현은 황궁을 나가기만을 바라고, 황제인 산은 이현이 황궁에 머물길 바란다. 황후 간택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가 대립하는 가운데 산과 이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쌍생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죽을 뻔한 이현. 현담의 도움으로 유모와 함께 산채에서 성장한다. 어떠한 물건이라도 의뢰받은 곳에 안전하게 운반하는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표국에서 성장한 터라 무예를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춤까지 섭렵한 이현. 귀족가의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강인한 내면과 고운 심성을 지녔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현을 보며 산은 궁금증을 키워간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진다. 황후 간택이 진행되면서 황궁을 벗어나고만 싶었던 이현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전형적인 류재현 작가의 로맨스 소설'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주와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나 강단 있게 자란 여주. 그들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남주가 물리치며, 여주 역시 무예를 잘하고 미모가 빼어나며 심성도 곱고 등등등. 갈등이 일어날 만 하면 남주가 해치우고, 음모에 빠지는 줄 알았는데 쉽게 물리치는 바람에 김이 샌다. 여주에게 GPS라도 장착했는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는 남주라서 '이쯤에서 나오겠네'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남주뿐 아니라 등장하는 젊은 남자는 모두 여주에게 반하니 '무한 여주 찬양'의 반복이다. 완벽한 캐릭터는 이야기를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인공의 성장이나 변화가 없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도적의 남자> 1권까지는 이현이 산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둘이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재미가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산을 호위하는 일영과 월영, 내시인 조공공이 주고받는 대화는 유쾌했다. 항상 산에게 휘둘리는 조공공이나 이를 보고 놀리는 일영의 대화는 나올 때마다 재미있었다. 1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위기가 너무 쉽게 풀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루해졌다. 둘이 사랑하는 건 독자도 알고 있으니 알콩달콩한 부분은 조금 자르고, 이야기 전개를 속도감있게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머리 아픈 시대물이 싫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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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드레스 1~2 세트 - 전2권 퀸즈셀렉션
303행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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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판타지, 당당녀, 순정남녀, 전투남녀

눈부신 금발에 새파란 눈을 가진 제국 최고의 미남(?)이지만 성별은 여자인 대신전 성기사단 단장 로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마왕과의 전투를 벌이던 중, 마왕에 의해 귀족 아가씨인 실라 이페리어의 몸속으로 영혼이 들어가 버린다. 이전의 몸과 달리 작고 하얀 귀족 아가씨가 되어 깨어난 로엘. 깨어나자마자 뒷골목 불한당 같은 '실라'의 약혼자에게 강간을 당할 뻔하지만 신성력을 지닌 실라(혹은 로엘)는 약혼자를 가볍게 제압한다. 영혼을 알아보는 대신관을 찾아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하는데, 일개 백작의 장녀로는 대신관을 대면하기 어려운 일. 이 와중에 가볍게 혼을 내 준 약혼자가 죽었다며 살인자 누명까지 쓰게 된다.

실라의 살인누명을 벗겨준 제국 최강의 무력집단 특무단 단장 유시스. 출신이 불분명한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도 유명하다. 멀리서 지켜봤을 때도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눈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자는 처음이다. 황태자 저주사건의 배후를 캐기 위해 이페리어 백작가 내부의 감시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실라에게 내부 감시자 역할을 제안했더니 이 여자도 부탁을 해온다. 대신관을 만나는 자리에 한 번만 데려가 달라는 것. 하지만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을 데리고 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러자 여자가 말한다. "나랑 결혼할래요, 유시스 단장."

제국 최고의 미남자로 유명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전투 실력을 지닌 여신의 칼인 로엘. 마왕의 농간으로 이전의 튼튼한 육체가 아닌 작고 하얀 백작가 장녀의 몸속으로 영혼이 들어간다. 게다가 돌아갈 육신이 없어진 상황. 비록 몸은 사라졌지만 영혼만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대신관을 만날 방법을 궁리하던 로엘 앞에 이페리어 백작가에 잠입할 누군가를 찾고 있던 특무단 단장 유시스가 나타난다. 만나자마자 대뜸 결혼하자고 덤비고 그게 과하면 약혼이라도 하자고 말하는 여자가 싫지 않은 유시스. 그래서 푸딩도 나눠먹고, 무기도 챙겨주며, 걸음이 빠른 자신을 쫓아오기 힘들어하는 그녀를 안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부터  그녀가 낯설지 않았다.

로엘을 위한, 로엘에 의한, 로엘의 모든 것을 적어내려간 <칼과 드레스>. 외전에는 유시스의 시점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칼을 들던 로엘이 드레스를 입는 실라로 바뀐 상황을 대변한다. 여자이기는 하나 성기사로 살아온 로엘은 뼛속까지 기사 같다고 할까. 말투나 행동이 거침없고 주변에서 하는 말은 대충 흘려들으며, 오로지 어떻게 전투를 할 것이냐 와 어떤 디저트를 먹을 것이냐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유시스를 만난 후에는 틈만 나면 그를 만지려 하고, 키스하자고 덤빈다. 로엘에 비해 얌전한 유시스는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살벌한 눈빛과는 정반대의 말 잘 듣는 유순한 남자다.

상대가 반짝거려야만 사랑이라고 믿는 두 바보 때문에 주변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이 좋아는 하지만 아직 반짝거리지 않아서 사랑이 아니라고 믿는 로엘과 유시스. 이페리어 백작가의 배후를 밝히지 못한 채 약혼을 하고 그 와중에 마왕이 나타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그런 와중에도 로엘의 머릿속은 유시스를 데리고 도망칠 궁리를 한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어떻게 하면 하루 종일 붙어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사랑은 아니라고 우기는 매우 황당하고 웃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중 백미는 크기(?)를 확인하겠다며 유시스에게 덤비는 로엘이다. 민망한 말이나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로엘 때문에 부관에게 잔소리를 듣는 유시스. 그런 부관을 향해 잔소리를 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는 로엘. 심각한 듯 유쾌하게 흘러가는 대화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마침 유쾌한 책이 읽고 싶었던 터라 혼자서 깔깔대며 재밌게 읽었다.

그래도 읽으면서 걸렸던 부분이 있다. 우선 획일적인 말투다. '~합니다만' 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특정인이 사용하면 그 사람 고유의 말투라 할 수 있지만, 등장인물 대다수가 사용하는 터라 같은 드라마를 보고 쓰는 유행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면 자신의 특성을 대화에서도 드러내야 하는데 모두가 같은 말투를 사용해서 인물을 특정 짓기 어려웠다. 또 초반에 여주인 실라 이페리어를 부를 때 "실라 이페리어 영애"라고 하는데, '영애'는 문어체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구어체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말 끝마다 '영애'를 붙이는 대신 '아가씨'나 '레이디'로 순화해 사용했다면 가독성을 높이지 않았을까 싶다.

마왕, 마족, 마수와 전투하는 장면은 게임 속 전투를 연상시킨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검사, 궁사, 마법사 등으로 구성한 파티원이 몹을 잡으러 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왕이 나오고, 결계를 친다거나, 신성력이나 마법을 쓰는 존재가 등장하지만 그렇게까지 진입장벽이 높은 판타지물이 아니다. 글로 사랑을 배운 두 바보의 여정을 따라가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로맨스판타지 코미디라 할 수 있다. 결혼까지의 다사다난한 과정과 결혼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사건들이 궁금하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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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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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없이 들은 책이다. '무슨 책 제목이 이렇게 길어'하면서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일반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다는 핑계를 내세워 요리조리 피해왔다. 불순한 의도를 품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닳아 없어질 정도로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발행일을 보니 초판본이다.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지나온 것일까. 도서관에 새 책으로 사달라고 하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겠지. 흠

프로야구 원년, 1982년 중학생이 된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 된다. 기업이 운영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야구이니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부모를 고를 수 없듯, 응원하는 프로야구팀 역시 고를 수 없다.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프로야구팀을 만나는 것도 마치 운명 같다. 그게 왜 운명이냐고? 그건 야구를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각설하고,

1983년의 한때를 제외하고 항상 지기만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5년 청보 기업에 매각되면서 세상에 사라진 별이 되었다. 소년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결국 소속이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고 공부에 매진한다. 일류대에 진학해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1998년 실직과 이혼을 겪는다. 그리고 두 줄의 문장을 남기고 떠난 친구가 돌아온다. 친구가 돌아오자 어쩐 일인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창단된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를 하는 팬클럽이 말이다.(사실 이 문장은 조롱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다. 당시 뛰었던 선수에게나 그들을 좋아했던 팬에게도 말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지닌 글이다. 다른 이의 말을 빌리자면 '떠벌떠벌한 문체'에 가벼움이 지나친 게 아닐까 싶다가도, 시대의 단면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글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년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도, 현재는 중년이 됐을 그에게 시대는 한순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가 아니라 나를 대입해도 다르지 않을 이야기다.

프로야구팀의 어린이 회원까지는 아니었지만, 유년기 주말의 대부분을 야구 시청으로 보냈던 터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고별전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사랑하고 욕하고 그래도 징글징글하다며 보듬어줄 수밖에 없는 그 팀이 사라진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나도 한때 야구를 좋아했었는데, 하며 돌아볼 자신이 없다.

10번의 기회 중 한두 번의 안타를 칠까 말까 한 모두의 평범한 인생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1할 2푼의 승률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소년들이 있었다. (중략)
프로야구 원년. 우리의 슈퍼스타즈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과도 같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고, 2연전을 했으니 하루를 푹 쉬고, 그 다음 날도 지는 것이다. 또 다르게는 일관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용의주도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주도면밀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쉽게 말하자면 거의 진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프로야구가 개막되고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 유니세프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인천의 소년들은 점차 늙어가고 있었다. - 60~61p.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과연 별 볼일 없는 것이었다.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외동아들이었고, 거의 이대로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이었다. 타율로 치면 2할 2푼 7리 정도이고, 뚜렷한 안타를 친 적도,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 적도 없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도루를 하거나 심판을 폭행해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배짱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맙소사, 이건 흡사 삼미 슈퍼스타즈가 아닌가.
(중략)

그것은,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별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그날 밤 나는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해온 내 인생이 알게 모르게 삼미 슈퍼스타즈와 흡사했던 것처럼, 삼미의 야구 역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구였단 사실이다. 분명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다. 가끔 홈런도 치고, 삼진도 잡을 만큼 잡았던 야구였다. 즉 지지리도 못하는 야구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쪽이 확실히 더 정확한 표현이다.  - 124~125p.

마치 쉬지 않고 달리는 전철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느낌이었다. 간혹 그 흔들리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쉴 적이면, 어김없이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주치는 전철의 창가에 선 누군가의 얼굴처럼, 그 희고 아름다웠던 얼굴은 휙 하고 다가왔다 사라져버렸다. 헤어진다는 것은 - 서로 다른 노선의 전철에 각자의 몸을 싣는 것이다. 스칠 수는 있어도, 만날 수는 없다. - 205p.

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 - 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뭐야, 너무 쉽잖아?
틀렸어! 그건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야. 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야구>인 것이지. 왜? 이 세계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야. -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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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좋아하는 이오덕 선생님이에요. 옛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당시의 풍경이 그려지는 듯 해요. 이 책은 만화로 되어 있으니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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