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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드레스 1~2 세트 - 전2권 ㅣ 퀸즈셀렉션
303행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키워드 : 판타지, 당당녀, 순정남녀, 전투남녀
눈부신 금발에 새파란 눈을 가진 제국 최고의 미남(?)이지만 성별은 여자인 대신전 성기사단 단장 로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마왕과의 전투를 벌이던 중, 마왕에 의해 귀족 아가씨인 실라 이페리어의 몸속으로 영혼이 들어가 버린다. 이전의 몸과 달리 작고 하얀 귀족 아가씨가 되어 깨어난 로엘. 깨어나자마자 뒷골목 불한당 같은 '실라'의 약혼자에게 강간을 당할 뻔하지만 신성력을 지닌 실라(혹은 로엘)는 약혼자를 가볍게 제압한다. 영혼을 알아보는 대신관을 찾아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하는데, 일개 백작의 장녀로는 대신관을 대면하기 어려운 일. 이 와중에 가볍게 혼을 내 준 약혼자가 죽었다며 살인자 누명까지 쓰게 된다.
실라의 살인누명을 벗겨준 제국 최강의 무력집단 특무단 단장 유시스. 출신이 불분명한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도 유명하다. 멀리서 지켜봤을 때도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눈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자는 처음이다. 황태자 저주사건의 배후를 캐기 위해 이페리어 백작가 내부의 감시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실라에게 내부 감시자 역할을 제안했더니 이 여자도 부탁을 해온다. 대신관을 만나는 자리에 한 번만 데려가 달라는 것. 하지만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을 데리고 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러자 여자가 말한다. "나랑 결혼할래요, 유시스 단장."
제국 최고의 미남자로 유명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전투 실력을 지닌 여신의 칼인 로엘. 마왕의 농간으로 이전의 튼튼한 육체가 아닌 작고 하얀 백작가 장녀의 몸속으로 영혼이 들어간다. 게다가 돌아갈 육신이 없어진 상황. 비록 몸은 사라졌지만 영혼만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대신관을 만날 방법을 궁리하던 로엘 앞에 이페리어 백작가에 잠입할 누군가를 찾고 있던 특무단 단장 유시스가 나타난다. 만나자마자 대뜸 결혼하자고 덤비고 그게 과하면 약혼이라도 하자고 말하는 여자가 싫지 않은 유시스. 그래서 푸딩도 나눠먹고, 무기도 챙겨주며, 걸음이 빠른 자신을 쫓아오기 힘들어하는 그녀를 안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부터 그녀가 낯설지 않았다.
로엘을 위한, 로엘에 의한, 로엘의 모든 것을 적어내려간 <칼과 드레스>. 외전에는 유시스의 시점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칼을 들던 로엘이 드레스를 입는 실라로 바뀐 상황을 대변한다. 여자이기는 하나 성기사로 살아온 로엘은 뼛속까지 기사 같다고 할까. 말투나 행동이 거침없고 주변에서 하는 말은 대충 흘려들으며, 오로지 어떻게 전투를 할 것이냐 와 어떤 디저트를 먹을 것이냐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유시스를 만난 후에는 틈만 나면 그를 만지려 하고, 키스하자고 덤빈다. 로엘에 비해 얌전한 유시스는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살벌한 눈빛과는 정반대의 말 잘 듣는 유순한 남자다.
상대가 반짝거려야만 사랑이라고 믿는 두 바보 때문에 주변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이 좋아는 하지만 아직 반짝거리지 않아서 사랑이 아니라고 믿는 로엘과 유시스. 이페리어 백작가의 배후를 밝히지 못한 채 약혼을 하고 그 와중에 마왕이 나타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그런 와중에도 로엘의 머릿속은 유시스를 데리고 도망칠 궁리를 한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어떻게 하면 하루 종일 붙어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사랑은 아니라고 우기는 매우 황당하고 웃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중 백미는 크기(?)를 확인하겠다며 유시스에게 덤비는 로엘이다. 민망한 말이나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로엘 때문에 부관에게 잔소리를 듣는 유시스. 그런 부관을 향해 잔소리를 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는 로엘. 심각한 듯 유쾌하게 흘러가는 대화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마침 유쾌한 책이 읽고 싶었던 터라 혼자서 깔깔대며 재밌게 읽었다.
그래도 읽으면서 걸렸던 부분이 있다. 우선 획일적인 말투다. '~합니다만' 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특정인이 사용하면 그 사람 고유의 말투라 할 수 있지만, 등장인물 대다수가 사용하는 터라 같은 드라마를 보고 쓰는 유행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면 자신의 특성을 대화에서도 드러내야 하는데 모두가 같은 말투를 사용해서 인물을 특정 짓기 어려웠다. 또 초반에 여주인 실라 이페리어를 부를 때 "실라 이페리어 영애"라고 하는데, '영애'는 문어체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구어체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말 끝마다 '영애'를 붙이는 대신 '아가씨'나 '레이디'로 순화해 사용했다면 가독성을 높이지 않았을까 싶다.
마왕, 마족, 마수와 전투하는 장면은 게임 속 전투를 연상시킨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검사, 궁사, 마법사 등으로 구성한 파티원이 몹을 잡으러 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왕이 나오고, 결계를 친다거나, 신성력이나 마법을 쓰는 존재가 등장하지만 그렇게까지 진입장벽이 높은 판타지물이 아니다. 글로 사랑을 배운 두 바보의 여정을 따라가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로맨스판타지 코미디라 할 수 있다. 결혼까지의 다사다난한 과정과 결혼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사건들이 궁금하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