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 심리학자의 마음 재건 수업
이현주 지음 / 어떤책 / 2026년 4월
평점 :
교육심리학을 전공해 서른아홉에 첫 임용이 되자마자 암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하는 와중, 미리 심리학을 공부해둔건 암진단 후 삶에 적용하는데 큰 힘이 되주었다. 작가의 인생길에서 작가의 생존을 도아주었던 한줄기 빛, 아니 스무줄기 빛의 심리 이론이 있다.
-----------------------------------
사람은 의외로 진단을 받을 때 보다 내 진단을 받아들이는, 혹은 병명을 알게 되는 주변사람들의 행동변화가 더 신경쓰인다.
2013년, 고등학교 3학년 나는 가족끼리 초밥을 먹다가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족들은 나를 차에서 부축해 집안으로 들이고 있었고, 얼마 안가 토를 하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내 토사물을 받아냈다.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부축되고 있었고, 침대에 눕자마자 토를 하다니.. 스스로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너 발작했어"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때 처음 알게됬다. 내가 그동안 수련회 유격에 빠지고 특혜를 받는다고 아이들에 의해 구석에 몰리고 협박받았던 이유도, 6학년때 경주에 못갔던 이유도 어릴적 앓았던 소아뇌전증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무렵 소실되었던 병이, 고등학교 3학년때 성인뇌전증으로 재발병한것이다.
이후, 정신이 몽롱한체 지내다가 설상가상 새로산 신상 핸드폰을 버스에서 잃어버렸고 (당시 유명한 옵티머스 G.. 지금도 생각나) 학교 급식실에서 또 한차례 쓰러졌다.
당시에도 보건실에서 일어나니 친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친구가 급식을 먹는데 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동공이 풀리더니 활어처럼 팔딱거리며 쓰러졌다고 알려줬다. 근데 그 후가 문제였다. 나는 이후 조퇴해서 검사날짜를 잡았고, 다시 학교에 복귀했다.
우리반 반장이 밥을 먹다가 토사물을 치워줬고, 사회복무요원 중 한명이 지도를 맡다가 나를 업고 보건실까지 데려갔다고 한다. 친구는 그 사람이 나를 업어줬는데, 그 뒤로 네 얼굴을 제대로 못본다며 킬킬거렸다. 그사람은 실제로 지도중에 그후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후 맛있는걸 주면서, 계속 먹으라고 했고 안먹는다고 하니 니멋대로하라며 쌍욕을 하곤 혼자 교실에 가버렸다. 나는 한번 쓰러졌을뿐인데 나를 대하는 세상이 달라졌다.
나는 왜 그래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계속 쓸데없이 내가 뇌전증이라고 버럭버럭 밝히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오히려 나는 시한폭탄이 아니라고 무서워하지 말고 나를 알아달라고 바락바락 나를 태우는 불바다에서 사람들이 닫아버린 문너머로 문에 손톱을 긁으며 울부짓고 있었던 것 같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영향을 줬고,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그게 이유다.
왜 포기하지 못하는걸까, 뭘 알아준다고.
암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다. 암이라면, 그거라면 더 숨겼을까? 아니면 더 밝히거나 여전히 지금처럼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질환에 대해 밝힐 때 어떤 반응을 할 건지 "내가 많이 놀라서 그런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미안해 너도 많이 놀랐지?"
"괜찮아?"
"어떻게..."
보다 강렬한 말.
----------------------------------
결국 '되기'를 이루는 것은 작은 '하기'들의 축적이다. '좋은 부모 되기' 는 자녀와의 따뜻한 대화 속에서, '지혜로운 사람 되기' 는 끊임없는 독서와 성찰에서 이루어진다. 하루를 끝마칠 때나 새해 목표를 세울 떄, 혹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어떻게 닿아 있는가. 이 질문들을 반복할 때 '되기'로 걸어갈 방향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고, '하기'의 걸음을 흩어지지 않게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다. _ 175
내일을 보장할 수 없을수록 오늘의 태도는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카르페 디엠은 어떻게 가능할까. 카르페 디엠은 한 손에는 장미를, 다른 한 손에는 삽을 들 때 시작된다. 장미는 현재의 향기를 즐기려는 마음이고, 삽은 내일의 의미를 심으려는 의지다. _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