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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스트레스로 호흡곤란을 겪으며 일흔살에 졸혼을 설언하고 10년간 칩거하며 어릴 적 읽었던 제인 오스틴 고전 소설로 인생을 다시 읽고 독서재활을 했다. 어릴적부터 독서를 많이해 낭독수업, 토론, 연극배우까지 했고 아버지 어머니와도 어릴적부터 독서얘기를 하며 자랐다. 작가는 1932년생으로 여전히 독서재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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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내용인데도, 읽은 내용인데도 때에 따라 새롭게 다가오고 수십번 읽어도 또 다른 교훈이 나오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란 걸 느낄 때, 아직 초보인 나도 한번 시도해봄직 하다 생각이든다. 특히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이만한게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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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기와 10대 후반의 어느 사이엔가 독서가 내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에 의지해서 인간관계를 이해해나갔다. 소설 안에서는 인생이 다 좋지만 하거나 다 나쁘기만 한 경우는 거의 없더라. 인생은 좋고 나쁨의 혼합이라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오스틴의 소설 세계에 그렇게 쉽게 진입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일곱 살에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읽고부터 내가 알고 있는 세계 너머를 꿈꾸기 시작했다. 나이얼 윌리엄스는 소설 《행복이란》에서 그곳을 ‘딴 세상‘ 이라고 하더라만, 아무튼 나를 둘러싼 이곳을 벗어나 어딘가의 저곳으로 빠져드는 것이 익숙해졌고, 내 자리로 돌아올 때마다 길을 잃지 않고 삶을 헤쳐 나갈 새로운 묘안을 얻어 오곤 했다.
도서관 책장에서 《오만과 편견》을 집어 들었을 때, 내 마음은 틀림없이 준비된 상태였을 것이다. 비비언 고닉은 독서 회고록 《끝나지 않은 일》에서 그런 마음가짐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아 수용성! 다른 말로는 준비된 상태라고 한다. 책과 독자 사이에 이루어진 모든 성공적인 연결을 책임지는 건 인간의 신비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수수께끼, 바로 감정적 준비다. 모든 생의 형태는 결정적으로 여기에 달려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그때 나는 현실에서처럼 빛과 그림자가 불가분하게 뒤섞인 세상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체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신이 창조한 세상이 아닌 한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세계였다. 그가 소리와 인격과 생각을 불어넣어 완성한 정연한 패턴 안에 단순한 결혼 플롯을 뛰어넘는 인생의 비전이 담겨 있었다. 내가 평생 이어갈, 궁극적으로 내 삶의 암흑기에 빛을 비춰줄 허구의 경험 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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