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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포르투갈 -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11월
평점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증상이 점점 약해지면서 해외여행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와 집사람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제주도 올레길과 순례길 여행입니다. 하루가 아닌 1주일 이상이죠. 둘째가 아직 어려서 다 늙어서 가게 생겼습니다. :)
저와 집사람의 바램을 61세에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을 소개합니다.
한효정 작가이신데요, 푸른향기 출판사 대표님으로 책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다는 몸소 모범과 실천을 보이시는 아주 훌륭한 분이십니다.
(푸른향기 서포터즈라고 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절대 ! NEVER! 분명히 아니라고 말씀드려봅니다! ^^)
그녀 혼자 포르투에서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걸어서 갔다고 하는데요, 무려 약 300km이더군요.
13일을 걸었다고 하는데, 이는 하루에 최소 23km는 걸어야 합니다.
군대 있을 때, 행군 4km를 1시간 잡는데요, 천천히 걷는다면 매일 7~8시간은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인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순례길에서 많은 여행자를 만나셨더군요. 그녀만의 순례길을 모두 함께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
*네가 돌아올 때까지 꽃이 피어 있으면
그렇다. 번아웃이었다. 나는 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었다. AS가 필요한 사람은 정작 나였다.
평생 소처럼 일했으나 이제 겨우 살만하니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는 늙고 약한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이렇게 일만 하다 내 삶을 끝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3일차.
유칼립투스나무 숲속의 노상방뇨
유칼립투스나무 무성한 숲에서 배낭을 멘 채로 볼일을 봤다는 그녀.
순례길 3일 만에 자연인이 다 된 것이죠. 한국인의 DNA를 머금은 유칼립투스나무가 잘 자라길 기대해 봅니다.
"빗속에서 2km를 걷는 일은 맑은 날 20km를 걷는 것만큼이나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비에 젖은 유칼립투스 숲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유칼립투스 나무에는 가연성 오일이 많아 한번 화재가 났다 하면 숲을 홀랑 태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유칼립투스 냄새는 나에게 생각의 불을 일으키게 했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비에 젖은 유칼립투스 숲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녀. 홀로 그 먼 곳에까지 갔는데요, 홀로 빗속을 뚫고 가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아볼리아라는 바닷가 마을에 왔을 때였다. 앞서가는 여성 순례자가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압박붕대로 다리를 감고 있었으나, 몹시 힘들어 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스틱 하나 들려 있지 않았다.
독일에서 온 나디아라고 했다. 며칠 전 걷다가 넘어져서 부상을 당한 나디아.
나는 망설이다가 갖고 있던 스틱 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아냐 난 하나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어. 지금 스틱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너잖아."
내 스틱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비우면서 채우는 법을 길이 다시 내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계속 되는 만남과 헤어짐. 하지만 그녀의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산티아고대성당 그리고 다시 리스본
A/S가 필요했다던 그녀. 그녀는 포루투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에너지를 얻었을까요?
사브리나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처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계속 가야지요. 우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