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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실, 레옹? 1~3 세트- 전3권
이정숙(릴케) 지음 / 플레이블(예원북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내 마음대로 키워드: 현대물, 갑을관계물, 계약동거물, 청소 로맨스물, 달달물, 체온의 나눔이 사랑 나눔으로, IT천재男, 청소천재女, 상처男, 캔디女, 직진男, 사이다女, 저장 강박증男, 정리 강박증女
★표지글 발췌
청소하실, 레옹? vs 빗자루를 든 마틸다
‘저장 강박증’ 그 남자, 천재 프로그래머 서강운,
‘정리 강박증’ 그 여자, 청소 업체 ‘싹싹 마틸다’의 씩씩한 사장 마이솔,
어느 날, 산더미 같은 쓰레기에 에워싸여 잠들어 있는 쓰레기 더미 속 왕자님을 발견한다.
때때로 온몸이 뜨거워지며, 날름거리는 화마에 삼켜질 것 같은 악몽을 꾸는 그 남자.
괴로워하는 그의 얼굴을 얼떨결에 제 차가운 손으로 만져 주는 그 여자. 그녀의 손과 입술은 기분 좋은 청량감을 준다.
“네 낮은 온도를 갖고 싶어. 네가 필요해.”
“해줄 건 딱 한 가지. 내가 혹시 잠을 못 자거나 불안할 때 만져 주면 돼. 이를테면 냉장고나 죽부인 같은 냉방 시설이지.”
“뭐라구요? 아주 쓰레기를 쌓다 쌓다 못해 이젠 뇌 속에까지 쌓였나 본데, 정신 차려요!”
그들의 달콤 쌉싸름한 계약 청소 동거기.
“자, 뭐부터 할래? 만져 줄래? 키스해 줄래?”
반들반들,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해 드릴게요!
★본격 리뷰
이정숙(릴케) 작가님 글을 좋아해요. 특히 로설 입문 초기에 작가님 책을 많이 읽었어요. 최근 들어서는 작가님 글을 이북으로만 접했는데, 종이책 <청소하실, 레옹?> 출간 소식을 접하고 궁금해 읽게 되었어요. <청소하실, 레옹?>은 제목에서 추측이 되듯이 청소 로맨스물이에요. 영화 <레옹>의 마틸다를 연상케 하는 인상의 여주 이솔이 청소 전문 업체를 운영 중이고 남주인 강운을 고객으로 만나게 되면서 엮이게 되는 로맨스예요.
그 여자, 마이솔. 아담한 키에 단발머리,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은 '마틸다'를 연상케 한다. 작고한 아버지의 용역 회사를 물려받아 청소 전문 업체로 전환해 키운 <싹싹 마틸다>의 사장. 호텔 경영을 전공했고, 고1 때부터 청소 알바를 하며 현장 감각을 키운 덕분에 어리지만 업계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중인 청년 사업가. 함께 일하는 이모님들과도 가족같이 지내는 친화력 갑, 바람직한 대표상,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 의식을 가졌다. 다리를 저는 이란성 쌍둥이 오빠 이태가 때때로 사고를 쳐 그녀를 힘들게 해도 무한 긍정과 잡초 같은 의지로 이겨내는 들장미 소녀 캔디 같은 여자이다. 호텔 연회장 청소를 하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강운의 조각미모에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싸가지 없음을 시전하는 그로 인해 이솔은 기분이 상하고 만다. 거기서 끝날 줄 알았던 강운과의 만남은 이솔이 강운이 홀로 사는 고급 단독 빌라 청소를 맡게 되면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 남자, 서강운. 짙은 흑발에 우월한 기럭지, 은테 안경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차도남. 하버드 출신의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성공한 IT 사업가. 완벽한 스펙과 아름다운 외모로 완벽남을 연상케 하나 그에게도 결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저장 강박증. 그로 인해 그의 집은 항상 쓰레기 더미로 쌓여 있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로. 원인 불명의 열병을 앓고 있다. 그 열병은 어릴 적 그가 겪은 일로 인한 트라우마에 기인한 것으로,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아오고 있지만 차도가 없던 그에게 인간 해열제가 나타나니. 그 상대가 바로 이솔이다. 강운은 이솔이 필요하다. 지긋지긋한 화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열병을 가라앉혀줄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그녀이기에. 그래서 그녀에게 입주 헬퍼를 제안하기에 이르는데······.
이솔과 강운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어요. 물론 그 이후의 만남 몇 번도요. 이솔에게 강운은 싸가지 없는 남자에, '치웠다가 다시 어질러 놓을 것'을 요구하는 괴상한 남자에, 변태일 뿐이었죠. 물론 강운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그녀에게 오해 살만한 짓을 한 건 잠결에, 지독한 열병에 고통스러운 와중에 살고자 한 생존 욕구에 기인한 것이었거든요. 그 생존 욕구의 연장선으로 이솔에게 입주 헬퍼를 제안하는데 앞뒤 맥락 다 잘라먹고 내뱉은 말로 어쩌다 보니 이솔에게 더 오해할 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죠. 강운은 오랫동안 불면증과 알 수 없는 열상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것인데, 신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온몸이 불타는 것 같은 열감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해요. 화마가 그를 삼키는 악몽을 매일 겪다시피 해서 잠도 잘 못 자죠. 그의 고통을 잊게 해준 건 그간 프로그래밍뿐이었어요. 복잡한 프로그래밍 작업에 집중할 때만이라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그에게 단잠을 선사한 상대가 나타난 거예요, 이솔이. 이솔은 그의 뜨거운 체온을 가라앉혀줄 정도로 서늘한 체온을 지녔어요. 강운은 이솔과 접촉할 때마다 그간 그를 괴롭혀 왔던 열 증상이 가라앉는 걸 느끼죠. 그래서 이솔을 탐내요. 정확히는 그녀의 손과 입술을요.
강운은 이솔에게 입주 헬퍼를 제안해요. 그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의 열 증상을 없애려고요.
어마어마한 금전 대가까지 언급하며 이솔을 고용하려고 하지만, 자기 사업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강운의 일까지 맡을 필요가 없기에 이솔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죠. 하지만 강운은 이솔이 필요하다며 그녀에게 끈질기게 제안해요. 대체 왜 자기여야 하느냐의 이솔의 물음에 강운은 답하죠.
“난 그쪽의 손과 입술이 필요해.”
이솔의 반응은? 당연히 어이없어 하죠. 웬 남자가 무작정 그녀의 손과 입술이 필요하다며 입주 헬퍼를 제안하는데, 그것도 몇 십 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겠다는데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솔은 강운을 사이코 취급하며 쫓아내요.
그렇게 끝날 것 같은 두 사람의 인연은 이태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요. 이태는 이솔의 이란성쌍둥이 오빠로, 어릴 적 엄마와 탄 고속버스의 사고로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사고의 흔적으로 다리를 절어요. 그런 이태이니 이솔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죠. 그런 그가 사고를 쳐요. 그간 돈 문제로 사고를 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아주 크게 일을 저지르죠. 바로 이솔이 건물주라는 부푼 꿈을 안고 새로 입주하려고 했던 신축 건물의 중도금에 잔금 대출한 것까지 갖고 튀어버린 거죠. 현재 있던 곳에서는 나가야 하고 입주하려고 했던 곳으로 가려면 다시 중도금에 잔금까지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된 망연자실한 이솔에게 강운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요. 강운은 이솔이 그의 입주 헬퍼가 되어 주는 조건으로 그의 건물에 그녀의 회사를 입주시켜 주죠. 경제적인 것도 고려한 것이었지만 그녀가 무너지면 가족 같은 이모님들의 생계도 어려워지는 만큼 이솔은 강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이솔은 강운의 입주 헬퍼가 돼요.
“해줄 건 딱 한 가지. 잠을 못 자거나 불안할 때 만져 주면 돼. 이를테면 냉장고나 죽부인 같은 냉방 시설이지.”
물론 입주 헬퍼라는 건 표면적인 역할이고, 실제로는 강운이 필요로 할 때 그의 열 증상을 가라앉혀주는 냉방 시설, 해열제 같은 임무를 맡은 거죠.
오로지 이솔의 낮은 온도가 필요해 그녀를 곁에 두게 된 강운과 '싹싹 마틸다'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운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솔은 분명 갑을 관계에 지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을 취할 뿐이었죠. 그런데 체온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친밀한 행위인가요. 체온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나누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발전 단계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요. 이솔에게 강운은 아픔을 가라앉혀주고 싶은, 한껏 품어주고 싶은 존재가, 강운에게 이솔은 그의 몸과 쓰레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워낙 이솔의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데다가 강운 또한 제 감정에 솔직하다 보니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캐릭터를 따라가요. 이솔과 강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이라든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감정선도 유쾌해요. 작가님이 위트 넘치게 글을 이끌어가신 데다가 필력도 있으셔서 글이 술술 읽혀요. 세 권짜리인데도 금방 읽었어요. 아무리 밝은 글이라도 할지라도 클라이맥스와 주인공들의 성장을 위해서 시련이 등장할 수밖에 없죠. 그런 과정 속에서 리뷰에서는 언급하기 어려운 반전과 속 사정이 밝혀지고 시련과 맞닥뜨려요. 그런데 그런 것조차 이솔과 강운은 현명하게,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자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응징하고요.
주인공들뿐 아니라 조연 캐릭터들도 꽤 매력적이었어요. 강운의 친구이자 이솔을 짝사랑하게 되는 키다리 오빠 같은 의사 희상(이솔을 좋아하면서도 자기 마음 편하자고 행복한 커플에 분란을 일으킬 수 없다던 희상의 그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어요), 이솔을 좋아하는 귀여운 연하남 정용, 이솔의 연적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멋진 언니였던 제나, 이솔과 강운의 사랑이 깊어지는 데 일조한 인간적인 이모님들 등등. 악조가 아예 등장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극악스러운 악조의 등장이 없어서 좋았어요. 미워할 수만은 없던 철없는 탕아 이태 때문에 답답할 때도, 강운의 마음을 새까맣게 타게 한 모친 희연이나 강운과 이솔 두 사람을 방해하려는 현지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요.
초중반까지는 유쾌하기만 하다가 강운과 이솔이 가진 사연 때문에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했어요. 특히 뜨거운 마음을 가졌음에도 청명하기만 한 온도를 가진 이솔에게, 이솔이 자신의 어머니가 가지지 못한 모든 걸 가졌다고 슬프게 고백하던 강운의 속삭임은 잊히지가 않아요. 그래도 마무리까지 강운과 이솔다운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선사해준 덕분에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한결같이 이솔에게 직진하는 강운의 모습(특히 제나의 꾐에 질투작전을 펼치려던 에피소드)과 강운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이솔의 모습이 좋았어요. 구미호 현지와 심술 삼인방에게 유쾌한 한 방을 먹이던 장면도 잊히지 않네요. 세 권짜리보다는 두꺼운 두 권짜리로, 강운과 이솔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뜨거운 열상을 느끼는 강운과 몸이 찬 이솔. 어찌 보면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의 아픔과 인연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런 확신이 들어요. 서로에게 딱 알맞은 체온을 지닌 것처럼, 서로가 상대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사랑을 이어가는 이솔과 강운 덕분에 행복했어요. 레옹이 마틸다를 지켜주고 웃게 해주듯이 강운도 이솔의 레옹이 되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요. 이정숙 작가님 표 레옹과 마틸다, 청소와 체온을 타고 이어지는 로맨스 <청소하실, 레옹?> 만나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