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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1~2 세트 - 전2권
이미은 지음 / 뮤즈(Muse) / 2018년 6월
평점 :
★내 마음대로 키워드: 중세서양물, 로맨스판타지물, 건전물, 원수에서연인물, 걸크러시물, 능력남녀, 연알못남녀, 다정남녀, 짝사랑남, 둔치녀
★표지글 발췌
‘아니…… 단장은 놔두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손 한 번 못 잡아볼 것 같으니까 그러죠.’
연애고자 상사를 위해 기사들이 뭉쳤다!
삼 년간 짝사랑만 해온 에드가.
그 깊어가는 짝사랑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로렐리아.
둘을 이어주기 위한 기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야, 누가 식사를 먼저 하냐고! 이 데이트의 ‘D’자도 모르는 놈아!”
“요새 차랑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얼마나 많은지 네놈이 모르는 거지! 너야말로 데이트를 해본 적이 있긴 하냐!”
“두 놈 다 연애는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못해봤으면서 njf 그렇게 자랑이야, 자랑이!”
……시작될 ……까?
★본격 리뷰
그녀, 로렐리아 폰 드벨(22세, 리아). 마법사인 남동생 벨포스를 대신하여 가문을 잇기 위해 검을 들었다. 3년 전 부모님이 마차 사고로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하면서 후작위를 승계 받았다. 출중한 검술 실력과 오러 사용자인 덕분에 여성의 몸이지만 황실 제2기사단(붉은늑대)의 단장이 되었다. 오직 능력과 강단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깔보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 아름다운 외양은 물론이고 곱고 깊은 심성 덕분에 남녀를 불문하고 존경과 애정을 받는다. 그녀의 유일한 고뇌라면 그녀가 단장으로 있는 제2기사단과 에드가가 단장인 제1기사단(푸른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치고받고 싸운다는 것. 제2기사단이 또라이 기사단으로 불리긴 하지만, 대개 싸움은 훌륭한 검술 실력과 좋은 배경을 가진 기사 중의 최고만 모아놓은 제1기사단의 시비가 발단이었으니. 그렇기에 리아는 에드가를 수없이 찾아가 제1기사단을 제대로 벌하고 통솔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딱히 변화가 없는 듯해 그저 상황을 묵과하는 것만 같은 에드가가 못마땅하다. 그런데 웬걸? 그녀가 그를 못마땅해 하는 것처럼 그 또한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줄 알았던 에드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인물이었음을 점점 깨닫게 되는데…….
그, 에드가 폰 페리엘(25세, 에디). 라흘란 제국 황제의 조카이자 페리엘 공작가의 장남이다. 제1기사단(푸른매)의 단장이며, 거의 돌부처에 가까운 포커페이스에 완벽한 외모와 출중한 지략, 검술, 배경을 갖추었으나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는 철벽남이다. 그런 그의 마음에 유일하게 들인 존재는 바로 로렐리아. 3년 전 그녀에게 반한 후 남몰래 목하 짝사랑 중이다. 그녀와 만날 때마다 긴장하는 바람에 리아에게 오해를 샀다. 거기다가 어찌 알았는데 단장의 짝사랑을 눈치챈 제1기사단 기사들이 공후럽-공작님 후작님의 영원한 사랑을 응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그의 짝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려고 고군분투하지만 웬걸? 연.알.못 기사들로 인해 이상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니……. 과연 에디의 짝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글의 배경이 되는 라르드 대륙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 있어요. 남녀를 불문하고 마법사는 가문을 이을 수 없다는 것.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마법사의 마력은 약해지고, 후손을 보게 되면 더 이상 마법사일 수 없다는 것. 마법사의 피는 후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 그렇기에 라르드 대륙의 모든 남녀 마법사는 숫총각 숫처녀로 존재해요. 그러니 당연히 마법사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이는 절대 가문을 이을 수가 없지요.
그렇게 리아도 동생 벨포스를 대신해 후작위를 물려받았어요. 벨포스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진 마법사였거든요. 어릴 적부터 후계자로서 자라왔고, 그녀 또한 가주로서의, 기사로서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요.
사고뭉치 또라이 기사단으로 악명을 떨치던 제2기사단의 단장을 맡게 된 리아는 과연 여자의 몸으로 기사단장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불식시키고 능력을 발휘해 가요. 기사단원들도 조금씩 인간다워지고 그녀를 단장으로 인정하며 잘 따르죠. 그런데 그런 그녀의 유일한 걱정은 바로 제2기사단과 제1기사단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대는 거예요. 에드가의 짝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리아와 만날 점점을 만들어주려는 제1기사단원들의 순수한(?) 의도가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이를 방관하는 듯한 에드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점점 깊어져 가죠. 하지만 라흘란 제국의 유일한 황실 적통이자 지략가로 유명한 황태자 라흘란 브리 카인을 필두로 제2기사단까지 가세해 착착 규모를 키워나가는 공후럽의 활약 덕분에 에드가에 대한 리아의 오해로 풀리고 에드가와 리아의 관계도 좋은 동료 사이 정도이기는 하지만 호감이 감돌기 시작해요.
벨포스가 마탑으로 떠나면서 누이 리아와 연락하기 위해 서로의 편지를 즉시 전달 가능한 마도구 보석함을 발명해 선물해요. 그런데 벨포스에게 보낸 리아의 편지에 또 다른 리아가 답장을 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죠. 고대 마법사 페러레리가 주장한 평행우주론을 실재한다고 할까요, 시간은 몇 년 더 빠르지만 세계 구조는 동일한 다른 차원이 존재했던 것이죠. 다른 차원의 리아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부모님이 마차 사고를 당하지만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것과 막둥이 남동생이 태어나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무엇보다 그녀를 충격으로 몰고 간 건 다른 차원의 리아가 에드가와 결혼해 행복한 결혼생활 중이라는 것이죠. 지금의 차원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리아는 놀라워하고, 다른 차원의 리아를 통해 부모님의 마차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알게 돼요.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부모님의 사고를 밝혀야겠다고 마음먹은 리아는 당시 사건 수사관이었던 에드가에게 도움을 청하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공후럽의 지지와 함께 한층 더 가까워져가요. 물론 다른 차원의 리아가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죠. 에드가를 오해하고 있던 리아의 편견을 벗겨주고, 에드가의 참 모습을 알아가게 해 주거든요.
리아나 에드가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참 더디게 진전돼요. 원수(리아의 오해로 서로 못마땅해하는 줄 알았고, 두 기사단원들이 앙숙이었다 보니 )에서 동료로, 그리고 ‘알아가는 사이’를 지나 연인이 되는 과정이 이리 천천히 진행될 줄이야.
그런 데는 에드가의 망설임이 한몫했어요. 에드가의 입장에서 섣부르게 리아에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건 그녀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공작인 에드가와 후작인 리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 결혼을 하게 된대도 누군가는 작위를 내려놓아야 하니, 그들이 처한 상황상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거든요. 그랬기에 에드가는 리아가 맘껏 기사로서의 재능을 발휘하며 후작가를 이어갈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그녀의 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뻗어나가는 욕심을 애써 붙잡으며 거리를 두었던 것이죠.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나,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앞으로, 후작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아, 드디어 에드가가 제대로 각오했구나 싶어 반가웠던 것도 잠시,
“얼마 전, 후작이 제게 좋은 동료라 하더군요. 그렇다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 후작에게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리 조심스럽기만 한 에드가의 모습에 카인처럼 저 또한 답답하더라고요.
왜 사랑한다 말을 못 해! 리아가 내 여자다, 리아의 옆에 있을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다, 말을 못하냐구!
“연애는 결국 본인이 하는 것이니. 주변에서 괜히 난리 치지 말고 당사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정석인 법. 쓸데없이 후작의 뒤를 쫓아다니며 일정표 만들지 말고 등을 밀어주고 오시지요, 전하”
안느 부인의 가세로 순풍에 돛 단 듯 진행될 줄 알았던 리아와 에드가의 연애결혼 작전은 에드가가 땅을 파면서 지진부진해요. 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공후럽의 활약에 나중에는 두 사람이 감정이 폭발해 불붙는 사랑을 할 줄 알았는데, 그들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숙맥들의 건전한 사랑이 이어지더라고요.
뭐, 풋풋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어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카인을 비롯한 기사단원들, 후궁 3인방,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등등도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었던 거겠죠.
그렇지만 좀 더 감정을 표현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미은 작가님의 전작인 <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를 무척 인상적으로 읽어서 <원수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또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나갔어요. <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가 동양 로맨스 판타지물이었다면, <원수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는 서양 중세 로맨스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서 배경과 세계관에서 큰 차이점을 보여요. 그런데 뭐랄까, 특유의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지향하는 캐릭터의 성향 및 전개 스타일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작품이나 전작이나 캐릭터와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일당백 역할을 하는 당찬 걸크러시 여주와 여주에게만은 한없이 약하고 다정한 철벽 남주 조합도 그렇고, 여주와 남주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도 그렇고……. 극악한 악조의 등장이 없고, 갈등 구조도 부침 없이 원만하게 해결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배경이나 스토리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보다 무게감이 덜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요. 그런 점이 아쉬웠다는 건 아니에요. 리아나 에디나 제가 좋아하는 여주-남주상이거든요. 거기다가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여서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기도 했고요. 다만,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와 분위기를 맛보고 싶은 바람이……. 작가님의 필력이라면 다른 스타일의 글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낼 것 같거든요. 이러한 감상은 작가님의 전작을 고려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거지, <원수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한 작품만 본다면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합과 유쾌한 분위기, 안정적인 글의 전개, 몰입도 및 가독성도 좋다는 점에서 충분히 재밌게 다가온 글이었어요.
시작부터 예상 가능한 전개 및 갈등 구조라는 점이 지침 없이 안정적으로 읽게 한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반전과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완급조절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무엇보다 드벨 후작 부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마차 사고 재수사에 이어, 카인 탄신연 사건 등의 해결에 다른 차원의 리아 활약이 컸다는 점에서 갈등해결 과정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끝에 누군가의 빅 픽처가 있었다는 점이 반전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요.
풋풋하고 귀여운 커플인 리아와 에드가를 비롯해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한 공후럽의 활약 덕분에 재밌게 읽었어요. <원수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는 감정적인 부침이 싫은 분들, 걸크러시 여주와 오직 여주만을 바라보는 남주를 보고픈 분들, 매력만점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활약 덕분에 작품 전체에 스며든 유쾌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 마음 편히 글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