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비상 - SY Romance-066
김성연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김성연 작가를 애정하는 것인지, 아님 작가의 글이 나를 애정 하게끔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성연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나를 만족시켰던 것 같다. 이번 <백조의 비상> 또한. 처음에는 연예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에 흥미가 가지 않아 별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김성연 작가의 글이라는 것에, 자주 소재화 되어 왔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까 하는 것에 기대를 했었는데, 그 기대감이 충족되는 글이었다.

화려해보이기만 하는 연예계의 세계.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단면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일단, 화려하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인기를 자양분 삼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번 정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 서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그곳은 결코 화려한 곳만은 아니다.

빼어난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우아한 포즈를 지으며 런웨이를 걷는 패션쇼장. 관람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름다운 옷과 그 옷을 돋보이게 하는 모델들의 모습이지만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그들에게서 런웨이에서 보였던 여유 있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연예계의 세계는 그런 곳이다. 보여지는 모습은 아름답고 여유있지만 그들의 백스테이지는 치열하고 초조한 경쟁의 세계, 자신과의 싸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백조의 비상>은 그러한 연예계의, 연예인의 백스테이지를 다뤘다고 할 수 있다. 십대의 나이에 화려하게 비상했던 상아. 슈가팩토리 시절 그녀는 누구보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실력을 소유했지만 채이를 받쳐주는 서브보컬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스타는 누구나 알아보게 돼 있는 법이다. 슈가팩토리의 중심은 단연 채이였으나 사람들은 누가 진정한 별인지를 알아보았고, 그로인한 채이의 자격지심과 질투는 상아에게 팀 멤버간의 불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씌워 그녀를 연예계에서 강제로 쫓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소도시에서 할머니 손에 길러졌던 상아는 반론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알지도 못한 채 쫓겨나야만 했다. 슈가팩토리 시절, 더할 나위 없이 인기를 누렸던 그녀임에도 빈털터리로 할머니에게로 돌아오게된 상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골의 볼품없는 노래방에서 알바를 하는 틈틈이 노래 연습을 해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가 가수가 되고자 꿈을 꾸게 한, 이준의 기획사에게 그가 야심차게 준비중인 걸그룹 랄라걸즈의 멤버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는 순박하고 남에게 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상아이지만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4년 전에 언론에게 공개된 그녀를 상아의 실체로 믿는다. 이준 또한 상아에게 자신이 준비중인 걸그룹의 멤버로 제안을 하긴 하지만 랄라걸즈를 띄우기 위해 화제성을 낳기 위해 이용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랬던 그이지만 상아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상아가 연예계에 알려진 그녀와는 다른 이라는 것을 알게 될뿐더러 그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믿고 힘을 실어주게 된다.

상아가 랄라걸즈에 영입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과정에서, 그리고 데뷔를 하고 연예계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채이와 전 소속사인 정 엔터테인먼트의 방해로 여러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준과 오랜 친구이자 그녀를 좋아하는 철수, 랄라걸즈 멤버들, 소속사 식구들이 많은 힘이 되어 준다. 옛말 틀릴 것 없다고,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은 상아의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당당하게 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준과의 사랑 또한.

연예인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많이 봤지만 <백조의 비상>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인 무대에 서기 위해 열정을 쏟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화려한 삶 속에서 행복할 것 같기만 한 연예인의 아픔, 연예계의 폐해를 조명하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상아가 겪어야 했던 일련의 사연들과 상아의 재기를 방해하기 위해 여러 공작을 벌이는 정 엔터테인먼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이 일이 실제라면 상아의 속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나 또한 정 엔터테인먼트가 의도한 대로 보여지는 것만을 믿지 않았을까. 힘 없는 개인보다 자신들이 가진 힘을 가지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거대한 집단의 술수에 걸려들지 않았을까.

백조의 비상은 픽션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글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익숙한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크게 화제가 되었던 몇 사건들 또한 떠올리게 되었고. 이 책을 보면서 보여지는 것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언론에 비춰지고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당사자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상,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이상 속단하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지하게 믿고 돌멩이를 던져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을.

이 글에서 채이와 정 엔터테인먼트는 상아를 연예계에서 내쫓기 위해 비열한 방법을 쓰고, 그녀의 재기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악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을 없을 것 같다. 그들이 분명 잘못을 했다지만, 채이와 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정 사장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상아에게로 향하는 것에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며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채이도 안타까웠고, 그런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다 하는 정 사장의 심정 또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조의 비상>은 완벽한 악인은 없음을, 그럼에도 선한 사람이 그리고 노력하는 자가 아름다운 비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조연할 것 없이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더 공감이 가고 몰입이 되었다. 비록 상아와 이준의 로맨스가 적었다는 것이 아쉬웠고 에필로그가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욕심이 있지만, 이것은 모자란 점이었다기보다 책이 정말 마음에 들어 더 읽고 싶다는 나의 열망이자 바람이었다.

글 막바지에 접어들어 상아와 채이의 이름이 한번 바꿔져 나왔다는 점과 철수가 다쳐서 미국에 간 형우 대신에 BYT의 멤버가 되었는데 막바지 부분에서 갑자기 형우가 BYT의 멤버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 옥의 티라면 티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만큼 깊은 몰입을 할 수 있었던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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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할 수 있어 1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손정임 옮김 / 신영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보는데 코믹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리시타 에미코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전문만화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투고해 연재에 이어 출간된 케이스로
대부분 짧은 4컷 만화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을 묶어 놓았다.
<혼자서도 할 수 있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코믹에세이는 삼십대 싱글의 이야기를 현실성 있게 그리고 있다.
잘 꾸며진 스토리, 기교 있는 그림체가 아니라  인물의 특징만 살린 투박해 보이는 캐릭터가 정감이 간다.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만큼
리얼함이 살아 있어 그 리얼함이 유쾌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코믹에세이의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녀가 겪어온 이야기들을 담았기에 훨씬 현실성 있고 공감이 간다.
삼십대, 거기다 싱글로서 살아가는 한 여자와 주변의 이야기들.
삼십대 미혼여성뿐만 아니라 삼십대가 아니더라도 싱글인 사람들,
싱글을 겪어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까 싶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삶,
밖에서는 예쁘게 꾸미고 살아도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건어물녀의 삶, 싱글인 삶이 좋지만 짝이 있다면 더 행복할 것 같은 여자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공감 잘 가게 그려낸 작가.
결못녀 에미코의 소소한 일상이 정말 공감도 100%이다.
결못녀 에미코의 이야기, 에미코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들의 삶.
마치 거울을 보는 듯이 나의 삶, 우리들의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싱글하면 그 단어에서 주는 의미처럼 외로움을 떠올리기 쉽지만
에미코의 일상을 보면 그 외로움 속에서 유쾌함과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꿋꿋한 에미코처럼
매일을 다짐하고 계획하는 현실의 나의 모습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공감도도 100%이지만 싱크로율, 만족도도 100%인 자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믹에세이다.
우선 1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곧 발행될 2권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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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하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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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작가 특유의 강렬함이 느껴지는 소설 <시나몬>.
연애와 사랑, 남녀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하나의 정석 또는 정의를 보여주는 <시나몬>은 몰입이 잘되는 소설 중 하나였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하경과 강우, 남녀의 심리를 따라가며 그들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경과 강우의 시점을 돌아가면 진행되는 이야기는 여자로서의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명인서점 만화코너에서 근무하는 하경은 ‘수요일의 남자’라고 불리우는 강우(하경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남모르게 연애를 해오고 있다. 무려 6개월간이나. 직장 여직원들의 관심의 대상이자 여자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남자인 강우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도 있었지만 평범하게 거리를 거닐며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들과는 달리, 강우와 그녀 사이에는 육체관계가 전부인 것만 같아 강우를 사랑하면서도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상처받기 싫어, 연애인지 단순한 섹스파트너인지 불분명한 그들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 먼저 이별을 고한 그녀이지만 하경은 강우를 그리워하고 강우를 향해 눈웃음을 치는 동료직원을 바라보며 내심 질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이별통고에도 잠잠했던 그가 갑작스레 나타나 반격을 시작하는데!

헤어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지만 그들의 관계에 회의를 느껴 이별을 고했던 여자와 여자의 이별통고에 불구하고 마치 헤어진 적 없는 것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그녀를 쫓으며 사수하고자 하는 남자. 두 사람의 알콩달콩 줄다리기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다.

이 커플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요’ 자를 붙이며 소심한 반항을 하는 하경의 모습이나 신경 쓰이면서도 신경 안 쓰이는 척, 쿨한 척 하며 남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강우 두 사람의 신경전을 지켜보는 것이나, 하경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우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면서 육체관계가 중점적이긴 했지만 결코 사랑이 없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하경과 강우 두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만, 하경의 이별통고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한 보 전진했다고나 할까,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원초적인 사랑에 빠져 있었다면 그 원초적인 것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진심이 통하는 더 깊이 있는 사랑으로 나아섰다는 것을.

<시나몬>의 강점은 남녀의 심리를 잘 반영해 재밌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남녀의 관점, 말로는 못 다한 남녀의 속마음을 감칠맛 느껴지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읽으면서 하경과 강우와 교감이 되어서 그런지 몰입이 참 잘 되었던 글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료한 일상, 유쾌한 웃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글이다. 더불어 서로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속마음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제목처럼 시나몬향이 솔솔 느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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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휴가
김경미 지음 / 로코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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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김경미 작가의 신작, <어긋난 휴가>.
‘휴가 시리즈’로서 특무국 비밀요원인 화랑 요선, 하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긋난 휴가>같은 경우 연재의 초반부를 본 적이 있었다. 살짝 보았었지만 여주인 하빈이나 남주인 산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에 출간을 기다렸고 출간 소식과 함께 많이 기대를 했었다. 기대가 높았던 것일까, <어긋난 휴가>는 읽으면서 좀체 몰입이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 것도 그렇지만, 명소나 명칭, 용어들이 생소해서 난해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많은 자료를 보고 공부하고 연구한 듯한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었지만 내 이해력이 부족했는지 좀 난해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의 설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하빈과 산, 두 주인공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국정원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가 꽤 되기에 국정원에서는 다들 어느 정도 알 것이다. 하빈은 국정원과 비슷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국정원을 대체해 더 비밀적이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무국의 비밀요원으로 요원명은 요선이다. 특무국에서 임무를 수행 중 산과 짧은 조우를 했었고, 임무가 끝난 후 휴가차 중국에 계속 머물다가 산과 연이 닿게 되고 결국 그의 여인이 된다. 하빈은 독특하다. 어느 것 하나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무관심하고 무료한 듯한, 마치 삶에 대한 세상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직접 드러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여자이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듯한, 신비한 여자이다. 남자들 앞에서 마치 요부처럼 강한 척을 하는 그녀이지만 혼자 남겨진 그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존재였다. 한시라도 눈을 떼면 사라질 것처럼 연약하고 나약해 보였다. 그렇기에 산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들어도 악몽에 시달리거나 울부짖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숨기고 있는 과거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녀의 반응이 내심 어떠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헤이싱, 검은 별이라는 별호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류산. 그는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아우르며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화롄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이다. 탕가, 리가, 진가와 함께 상하의 4대 가문의 하나이자 가장 높은 영향력과 위세를 떨치는 류가의 후계자이자 그의 태생과 지위만큼이나 독보적인 행보를 하는 수완가이다. 신사적인 겉모습과 달리 누구든 그의 앞에서는 기세가 꺾이고 마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풍긴다. 어느 여자 앞에서도 초연할 것만 같은 그. 하지만 하빈에게만은 달랐다. 욕망과 소유욕, 그리고 어느덧 그 안에 자리잡은 사랑의 감정. 여자 앞에서 차가울 것만 같은 그가 하빈에게만은 뜨거운 눈빛을 보낼 뿐 아니라 하나하나 챙기며 배려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완벽한 남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제된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

이렇게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여주와 남주 모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왜 이리 몰입을 할 수 없었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글을 읽을 때 난 캐릭터와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치 내가 직접 그들의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는데 이번 캐릭터와의 공감이 부족한 글이 아니었는지 싶다. 강한 척 하지만 상처가 많아 끝없는 애정을 주고 보듬어 안아야만 할 것 같은 하빈,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아픔이 안타깝게 다가왔고 자신에 대한 경멸과 남자를 믿지 못하는 그녀가 이해되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단편적으로 비춰지고 설명되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확실히 와 닿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고 아쉬움이 남았다. 류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이었지만 하빈이 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고 그녀에게 욕망을 느끼며 소유욕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러웠다고 할까! 하빈을 향한 산의 감정을 쫓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첫눈에도 반한다고는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좀 더 자연스럽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빈과 산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특수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만큼 두 사람를 둘러싼 분위기는 범상치 않다. 위험스럽고 아슬아슬한……. 류가와 산을 견제하기 위해 펼쳐지는 리가와 진가의 반격과 하빈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장팅펑. 캐릭터의 무게, 초반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보면서 뭔가 급박하고 긴장감을 고조하는 사건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솔직히 다뤄진 이야기나 너무 쉽게 마무리되어진 느낌이 들기도 했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와 스케일이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많았던 하빈이 산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모습은 만족스러웠지만 전개나 인물의 감정 변화가 세심하고 치밀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좀 더 생동감 넘치게!
물론 주변 배경이나 인물의 묘사는 마치 지금 어느 곳에서 어떤 차림으로 있는지, 어떤 포즈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등이 떠오를 정도로 매우 뛰어났었다. 심리묘사와 스토리만 더 보강이 되어졌더라면 정말 완소하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쉽게 몰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물부터 시작해서 현대물까지, 다양한 배경과 인물을 대상으로 작품의 세계를 넓혀가는 김경미 작가. 비록 이번 작품이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보여지는 설정이나 배경 묘사등을 보면서 확실히 작가의 기량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좀 더 만족스런 작품으로, 호흡이 긴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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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이서윤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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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남북 평화통일, 그로부터 16년 후 세계 5대 강대국 대열에 오른 통일대한민국 제 3대 대통령이자 최초의 30대 대통령 이강유, 그의 패기 넘치는 정치와 사랑!

그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소재로 인해 눈길이 가 읽게 된 책 <프레지던트>.
요즘같이 시국이 뒤숭숭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이상적인 나라와 대통령을 선사하는 이 소설은 로맨스에 모태를 뒀지만 대통령의 사랑이라는 점에 그 초점을 두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사랑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고뇌 및 그가 대면하게 되는 상황들을 극적으로 다루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두 주인공인 강유와 지후였다.
대통령과 여기자의 사랑을 다루기 앞서, 두 사람 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패기만만함, 부드러운 카리스마, 수려한 외모, 재치 있는 언변 등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온 국민을 사로잡는 대통령 이강유. 통일한국 최고 독신남 1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아주 매력적인 완소남이다. 이런 그의 사랑을 받는 여주 지후 또한 한 매력 하는 인물이다.‘아이센의 여전사'라는 애칭을 가진 종군기자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대통령의 마음까지 빼앗는 일도 사랑도 야무지게 쟁취하는 강지후. 두 사람 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건강한 모토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지후의 오빠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 이어져 왔을 뿐만 아니라 지후의 첫사랑의 대상이 강유였다는 점을 빌자면 어쩌면 이들의 사랑은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계속 얼굴을 마주보다 보면 정이 드는 게 인지상정! 게다가 풋풋한 첫사랑의 대상인 강유와 매일 저녁을 함께 하니 이들사이의 묘한 기류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강유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인력적으로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각 인물들의 감정선이 세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이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느끼며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개개인에 따라 지루하게 혹은 거북하게 느낄 수 있는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는 이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결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금은 몰입도가 떨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로맨스라는 것에 정치라는 것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고 점수를 높게 줬기도 했지만, 그 새로운 시도가 작가의 주관적인 정치적 색깔이 돋보이다 보니 조금은 읽는 데 있어 몰입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강유같은 대통령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활기 넘치는 국정이 펼쳐 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고, 강유의 이상적인 식견이 아주 마음에 들기도 했다.
솔직히 오늘날의 우리들 앞에 강유와 같은 사람이 대선에 나온다면... 모두 비웃지 않을까?
아마도 강유의 젊음이 바로 큰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젊다는 것에 대해 편견을 두면서 '젊은 사람이 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겠냐?'고 비웃을 테니깐!!! 오늘날의 이런 점이 참 아쉽다. 정치라는 것은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화합해서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한 인격을 존중해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에 있어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법이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소설은 젊은 대통령을 내세움으로써 패기 넘치고 열정적이며 소신있는 면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통해서 그 동안 잠시나마 꿈꿔왔던 세계를 엿보게 된 것 같다. 그렇게도 바랐던 통일을 이루어졌고, 온 국민이 대통령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모습,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신선하고 흐뭇했다. 소재로 보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사랑임에도 가벼우면서도 최대한 밝게 그렸다는 점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두 사람의 사랑에 장애를 두는 면에 있어서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고 어설프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두 사람의 사랑에 더 강렬하게 초점을 맞췄더라면 글 흐름 상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이서윤 작가의 전작들과 견주어 볼 때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풍겼는데, 솔직히 난 이번 작품이 전작들보다 훨씬 훌륭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쉬운 점이 있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대통령의 사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색다른 시도를 했다는 것과 자칫 현실성 없는 설정일 수도 있음에도 '통일대한민국 연표'를 통해 가상의 설정으로 그 밑바탕을 깔아줌으로써 누구나 한번쯤 꿈꿔봄직한 나라를, 대통령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흐뭇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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