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비상 - SY Romance-066
김성연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김성연 작가를 애정하는 것인지, 아님 작가의 글이 나를 애정 하게끔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성연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나를 만족시켰던 것 같다. 이번 <백조의 비상> 또한. 처음에는 연예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에 흥미가 가지 않아 별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김성연 작가의 글이라는 것에, 자주 소재화 되어 왔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까 하는 것에 기대를 했었는데, 그 기대감이 충족되는 글이었다.

화려해보이기만 하는 연예계의 세계.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단면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일단, 화려하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인기를 자양분 삼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번 정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 서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그곳은 결코 화려한 곳만은 아니다.

빼어난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우아한 포즈를 지으며 런웨이를 걷는 패션쇼장. 관람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름다운 옷과 그 옷을 돋보이게 하는 모델들의 모습이지만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그들에게서 런웨이에서 보였던 여유 있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연예계의 세계는 그런 곳이다. 보여지는 모습은 아름답고 여유있지만 그들의 백스테이지는 치열하고 초조한 경쟁의 세계, 자신과의 싸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백조의 비상>은 그러한 연예계의, 연예인의 백스테이지를 다뤘다고 할 수 있다. 십대의 나이에 화려하게 비상했던 상아. 슈가팩토리 시절 그녀는 누구보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실력을 소유했지만 채이를 받쳐주는 서브보컬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스타는 누구나 알아보게 돼 있는 법이다. 슈가팩토리의 중심은 단연 채이였으나 사람들은 누가 진정한 별인지를 알아보았고, 그로인한 채이의 자격지심과 질투는 상아에게 팀 멤버간의 불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씌워 그녀를 연예계에서 강제로 쫓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소도시에서 할머니 손에 길러졌던 상아는 반론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알지도 못한 채 쫓겨나야만 했다. 슈가팩토리 시절, 더할 나위 없이 인기를 누렸던 그녀임에도 빈털터리로 할머니에게로 돌아오게된 상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골의 볼품없는 노래방에서 알바를 하는 틈틈이 노래 연습을 해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가 가수가 되고자 꿈을 꾸게 한, 이준의 기획사에게 그가 야심차게 준비중인 걸그룹 랄라걸즈의 멤버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는 순박하고 남에게 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상아이지만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4년 전에 언론에게 공개된 그녀를 상아의 실체로 믿는다. 이준 또한 상아에게 자신이 준비중인 걸그룹의 멤버로 제안을 하긴 하지만 랄라걸즈를 띄우기 위해 화제성을 낳기 위해 이용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랬던 그이지만 상아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상아가 연예계에 알려진 그녀와는 다른 이라는 것을 알게 될뿐더러 그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믿고 힘을 실어주게 된다.

상아가 랄라걸즈에 영입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과정에서, 그리고 데뷔를 하고 연예계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채이와 전 소속사인 정 엔터테인먼트의 방해로 여러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준과 오랜 친구이자 그녀를 좋아하는 철수, 랄라걸즈 멤버들, 소속사 식구들이 많은 힘이 되어 준다. 옛말 틀릴 것 없다고,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은 상아의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당당하게 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준과의 사랑 또한.

연예인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많이 봤지만 <백조의 비상>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인 무대에 서기 위해 열정을 쏟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화려한 삶 속에서 행복할 것 같기만 한 연예인의 아픔, 연예계의 폐해를 조명하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상아가 겪어야 했던 일련의 사연들과 상아의 재기를 방해하기 위해 여러 공작을 벌이는 정 엔터테인먼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이 일이 실제라면 상아의 속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나 또한 정 엔터테인먼트가 의도한 대로 보여지는 것만을 믿지 않았을까. 힘 없는 개인보다 자신들이 가진 힘을 가지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거대한 집단의 술수에 걸려들지 않았을까.

백조의 비상은 픽션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글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익숙한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크게 화제가 되었던 몇 사건들 또한 떠올리게 되었고. 이 책을 보면서 보여지는 것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언론에 비춰지고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당사자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상,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이상 속단하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지하게 믿고 돌멩이를 던져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을.

이 글에서 채이와 정 엔터테인먼트는 상아를 연예계에서 내쫓기 위해 비열한 방법을 쓰고, 그녀의 재기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악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을 없을 것 같다. 그들이 분명 잘못을 했다지만, 채이와 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정 사장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상아에게로 향하는 것에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며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채이도 안타까웠고, 그런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다 하는 정 사장의 심정 또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조의 비상>은 완벽한 악인은 없음을, 그럼에도 선한 사람이 그리고 노력하는 자가 아름다운 비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조연할 것 없이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더 공감이 가고 몰입이 되었다. 비록 상아와 이준의 로맨스가 적었다는 것이 아쉬웠고 에필로그가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욕심이 있지만, 이것은 모자란 점이었다기보다 책이 정말 마음에 들어 더 읽고 싶다는 나의 열망이자 바람이었다.

글 막바지에 접어들어 상아와 채이의 이름이 한번 바꿔져 나왔다는 점과 철수가 다쳐서 미국에 간 형우 대신에 BYT의 멤버가 되었는데 막바지 부분에서 갑자기 형우가 BYT의 멤버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 옥의 티라면 티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만큼 깊은 몰입을 할 수 있었던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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