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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
김효수 지음 / 발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 정말 가슴 따뜻하고 많은 깨우침을 줘 다시 한 번 곱씹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림과 노력을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입양이라는 큰 결심을 하는 영인과 진건. 그들이 처음 가슴으로 받아들인 아들은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은 서글픔을 지녔었습니다. 다섯 살이 뭐 그리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꽃같은 영인과 등대같은 진건의 품안에 들어와서도 그들의 깊은 사랑과 정성을 받고서도 얼굴에는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생이라도 있으면 나아질까 싶어, 영인과 진건은 몇 년 후로 계획했던 입양을 큰아들을 입양한지 1년만에 다시 합니다. 큰아들만큼이나 예쁘고 빛나는 다섯 살을요. 그들의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아들은 참 잘 맞았고, 큰아들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점이 있다고는 해도 예전에 자리했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꽃등대는 이어 셋째, 넷째도 입양합니다. 첫째와 둘째를 입양했을 나이의 다섯 살 사내들도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모, 형제들은 그렇게 가슴으로 진정한 가족이 됩니다.
네 아들에게 하늘에 잠시 반짝이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별 규성처럼, 별처럼 빛나라는 이름을 지어준 꽃등대. 그렇게 의젓한 설규휘, 멋진 설규황, 씩씩한 설규찬, 귀여운 설규란은 우애 좋은 형제가 꽃등대의 휘황찬란 네 아들이 되었습니다. 비록 영인이 배 아파 낳지도 않았고 피 한방울 섞이지도 않았지만 가슴으로 낳은 네 아이들은 꽃등대가 지어준 이름만큼이나 별처럼 빛나는 휘황찬란한 남자들이었습니다.
사내아이들로만 북적북적거리는 이 가족에 예쁜 옥공주가 가족으로 들어옵니다. 진건의 사촌조카의 딸 은옥이 말입니다. 재혼하는 어미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가진 눈물 많은, 예쁜 여자아이가요. 규희가 은옥의 눈물을 닦아준 그 순간부터 옥공주는 꽃등대에게는 예쁜 딸이, 휘황찬란에게는 지켜야할 예쁜 여동생이 됩니다.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까 했습니다. 물론 입양을 통해 제 혈육이 아닌 아이들에게 깊은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예쁘고 따뜻한, 멋진 가족이 실제로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가후기에 보니 진짜 이런 가족이 진짜로 있다고 합니다. 일곱 명의 아이를 입양한 레인보우 가족이, 꽃등대,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처럼 우애 좋고 행복한 자녀로 살아가는 따뜻하고 멋진 가족이 말입니다. 소설 속의 꽃 등대 영인과 진건도 그렇지만 레인보우의 부모님, 그리고 입양을 하는 많은 부모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듯 가족애가 빛을 발하는 소설입니다. 제 혈육 간에도 싸워대고, 제 뱃속으로 낳은 아이에게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자행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가슴으로 이어진 이 가족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가족의 표상이 아닙니다. 남들이 제 가족에게 화살을 날리면 따라서 화살을 날리는 게 아니라 막아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응원해주는 꽃 등대, 휘황찬란, 옥공주 가족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우리에게 가족이기에 가능한 사랑을, 가족이기에 잊지말아야할 사랑을 가르쳐 줍니다.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는 단순히 가족애만 다룬 글이 아닙니다. 로맨스소설답게 예쁘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친남매마냥 우애 좋은 7촌간인 규휘와 은옥의 힘든 사랑이 말입니다.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를 마음에 담지만 그들은 가족이기에, 꽃 같은 엄마 영인과 등대 같은 아빠 진건에게, 그리고 찬란한 형제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배신할 수 없어 제 마음들을 오랫동안 숨기며 살아옵니다. 때때로 장난이라 칭하며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치만 참고 참습니다. 깊고 깊은 사랑을 하면서 망설이고 거부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너무도 안타까워 이들의 사랑을 응원했습니다. 노력하고 노력해도 규휘와 은옥 곁에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건 그들에게도, 저에게도 생각되지 않았으니까요. 서로가 아니면 안 됐으니까요.
사랑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거부하려고도 했지만 결국 그들의 사랑이 있는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규휘와 은옥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 아팠습니다. 아무리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두 사람이기에,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도 애달프기에. 아무리 마음 좋은 꽃등대 영인과 진건이라도 우애 좋은 황찬란이라도 규휘와 은옥의 사랑을 반가워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규휘는 아들이자 형, 은옥은 딸이자 여동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족이기에 화살을 날릴 수도 없었습니다. 남들이 날리는 화살보다 그들이 날리는 화살이 제 아이들에게 더 깊은 상처가 될 것을 알기에.
꽃등대,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사랑을 나누는 가족이지만 은옥이 스물 여섯이 되던 해, 그녀가 일곱 살 때부터 스물다섯까지의 가족과는 다른 의미의 가족이 됩니다.
입양이라고는 해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고는 해도 가족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진짜 가족보다 더 깊게 나눴던 가족애를 생각하면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슴 안에 품고 오랜 시간을 아파해야 했던 사랑, 힘들 길인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과 누구보다 힘들게 받아들였을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결코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도 이해하실 수 없다는 분들 중 읽으셨는데도 그렇다면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개인의 사고가 작용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안 읽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형제 남매간의 우애, 애달프지만 예쁜 사랑이 스며있는 따뜻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