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다의 일기
심윤서 지음 / 가하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작품으로 기억될, 난다와 현무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난다의 일기>. 이미 새드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비록 새드이나 <난다의 일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결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어나갔건만,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에, 난다의 귓바퀴가 젖어들 듯 내 귓바퀴 또한 젖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이 고여 내가 흐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먹먹했다.
부모가 남겨준 과수원을 지키기 위해,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얼마만큼의 생이 남았는지도 알 수 없는 남자의 법적인 아내가 되고 그의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난다.
마음껏 꿈을 펼치고 사랑도 하고…… 한창 청춘을 예찬해야 할 나이에 숲속의 잠자는 왕자처럼 온실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한다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지내는 현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슬프고 안타깝고, 아름다운 이야기.
“죽더라도 핏줄은 남기고 죽어라.”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그 분신인 아들 현무마저 자신 보다 먼저 보내야 하는 가혹하고 슬픈 운명에도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그 누구보다 강하게 대처하는, 이기적일지라도 아들의 핏줄 하나만큼은 세상에 두고픈 빅토리(이기자) 여사. 현무는 자신이 무슨 종마라도 된 것처럼 느꼈다지만 난 빅토리 여사의 선택이 단지 아들의 핏줄을 세상에 남겨두기 위한 것뿐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제 핏줄을 보며 포기 하지 말고 병마와 싸워 이겨내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10개월, 함께 지내게 해주세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기만 하는 게 그녀의 의무였지만 현무의 곁에서 그를 돌보는 난다. 그리고 점점 현무를 마음에 담게 되는 그녀. 까칠하게 굴고 심한 말을 일삼고 거리를 두는 현무에게도 끄떡하지 않고 현무에게 다가서는 난다를 보면서 참 강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사랑스럽고 애절했으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면서도 또 눈물이 났다.
“현무 씨도 살고 싶고, 욕심 부리고 싶고 억지를 부리고 싶어지면 좋겠어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낳아준 아이가 아니더라도.”
난다의 바람처럼 삶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다시 병마와 싸우기로 하는 현무……. 처절하고 안타깝고 예쁜 난다와 현무의 사랑, 병마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현무. 비록 현무가 오랜 시간을 난다와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는 난다에게 세 아이와 그의 온실을 남겨주었다. 병마를 완전히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단란한 난다와 현무 가족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더 행복했겠지만, 10개월이라는 여명보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를 위해 힘겹게 싸우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사랑을 추억을 함께 한 현무의 강인한 모습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했고 만족했다. 남겨진 자들의 아픔이 아니라 먼저 간 이를 그리워하고 여전히 사랑하며 남겨진 이들끼리 더 많이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그들을 본 것만으로…….
사실 새드엔딩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돼서 새드엔딩을 읽고 나면 후유증이 커서 드문드문 생각이 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힘겨워하기 때문이다. <난다의 일기> 또한 읽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결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결말과 사랑이야기라 어떠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더라도 또 읽고 싶은, 여운이 남는 글이었다.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사하는 심윤서 작가. 그녀의 필력과 꿈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중간 중간 자리한 난다의 일기, 그리고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었고 글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몫했던 것 같다. 난초 난蘭, 소녀 다茶, 난다의 이름처럼 은은한 난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이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글이어서 리뷰를 쓰는 내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느낀 이 감동과 여운을 어떠한 말로 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와 달리 부족한 내 글솜씨로는 한계를 느꼈다. 그저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분들게 <난다의 일기>를 읽어보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