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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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담으로서, 리얼리즘은 사실주의로 때로는 현실주의로 편한대로 사용되고 있다. 철학에서는 실재론이라고 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의 탄생은 리얼리즘과는 다른 곳에서 시작된 듯 보였다. 찌들고 누추한 실상보다는, 그러나 닿지 않을 동화만큼 멀리 않은 그 어디쯤, 추리소설의 위치를 억지스럽게 점해본다. 챈들러의 소설들은 정통 추리소설과 별개이다. 현실적이지 않았던 기존의 추리소설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하여 그를 해밋에 이어 하드보일드 거장이라 찬양하였다. <안녕, 내 사랑>의 감동으로 이 소설을 연이어 보게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비밀히 쓰이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은 시종 읽는 이를 재촉하고, 까닭없이 초초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내가 챈들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낭만성에 있다. 늘, 등장하는 미인, 그리고 신사들. 항용 그는 범인을 평범한 사람을 쓰지 않았다. 작가의 성실성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읽혀지기를 거부하는 단호한 장인성을 높게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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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리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46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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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맥도널드하면 생각나는 게 <지하인간(The Undergroundman)> 인데, 추리소설치고 부담으로 뭉쳐진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건과 사건의 그물망이 헐거웁게만 생각되었으나 어느새 작가의 교묘한 술이 이곳저곳 놓여져 있는 것이어서 다소 놀랐다.
이 소설역시 간과하기 쉬운 독자의 눈을 속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하인간만큼 놀라웁거나, 다른 방면에서역시 그것과 대등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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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상
도리스 레싱 지음, 김수정 옮김 / 평민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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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노트북을 보게 된 과정에 별난 사건이나하는 일등은 없었다. 어느 순간, 봐야 겠다, 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대한 감동은 농밀하였다. 사실, 소설읽기가 취미인 사람들은 작가의 센티멘탈리즘을 숭배하는가하면 그것에 치를 떨기도하는데, 레싱의 글쓰기에서 감상적인 부분은 걸러져 있다 하겠다. 안나 울프, 엘라 등이 작가 자신에 진배없으면서도 그녀들의 일상을 아름다움으로서의 디테일을 첨가하기는 커녕, 음탕한 자가 그녀들을 훔쳐보듯, 그네들의 적나라한 생활상, 그러나 하릴없이 고독에 무너져내리는 모습과 그때마다 그것에 대결하려는 심리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도시 인위적인것이 아니라는 생각, 그것은 작자가 몸으로 배운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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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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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 카에 대한 말들은 구구절절한데, 그 까닭중 하나는, 작가의도가 너무나 뚜렷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가능범죄를 다룬다는 이 작가의 개인기는 때로 작위적이라는 평으로 백안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정신이 확고하다는 점, 무엇보다 치열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를 보고 이 작가가 괴기스럽다느니하는 평은 그 소설을 읽지 않은 자임에 분명하다. 물론 본 소설역시 괴기스러울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괴기스러운 분위기이다, 라는 식의 표현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 읽고 아이라 레빈의 <로즈메리의 아기>가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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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와 적
그레이엄 그린 / 동문출판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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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여느 작가의 그것처럼 잔잔한 감동과 생에 대한 통찰과 무언가 종합적인 것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다. 그린의 독특한 추리적 기법이 간혹 보이긴하지만 그것은 전작의 화려함에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인간미가 많이 묻어남을 느낀다.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은 인생은 무엇인가로, 그것은 꽤 심도성을 우리에게 던진다.

개인이 사랑하는 누군가는 겉으로 봐서 그가 어떤이인지 가늠하기는 여간 힘이든 일이 아니다. 대위라고 하는 그 사람. '나'를 양자로 받아들인 그 사람의 직업이 궁금하지만, 무엇을 하는지, 그가 얼마를 버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알 수 없음,에 대한 수수께끼는 한낱 종이에 불과했다. 그럼 무엇이 종이가 아니련가. 그린은 이제는 말하고 싶은 것인가. 사랑이라고.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없이는 그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우리에게 대수롭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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