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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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담으로서, 리얼리즘은 사실주의로 때로는 현실주의로 편한대로 사용되고 있다. 철학에서는 실재론이라고 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의 탄생은 리얼리즘과는 다른 곳에서 시작된 듯 보였다. 찌들고 누추한 실상보다는, 그러나 닿지 않을 동화만큼 멀리 않은 그 어디쯤, 추리소설의 위치를 억지스럽게 점해본다. 챈들러의 소설들은 정통 추리소설과 별개이다. 현실적이지 않았던 기존의 추리소설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하여 그를 해밋에 이어 하드보일드 거장이라 찬양하였다. <안녕, 내 사랑>의 감동으로 이 소설을 연이어 보게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비밀히 쓰이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은 시종 읽는 이를 재촉하고, 까닭없이 초초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내가 챈들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낭만성에 있다. 늘, 등장하는 미인, 그리고 신사들. 항용 그는 범인을 평범한 사람을 쓰지 않았다. 작가의 성실성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읽혀지기를 거부하는 단호한 장인성을 높게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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