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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15/pimg_7952591702048965.jpg)
The Hate U Give
‘The Hate U Give’는 흑인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노래한 래퍼 투팍에게 영감을 받아 지은 제목이다. ‘The Hate U Give’의 앞 글자를 따면 THUG, 깡패라는 뜻인데 이는 진짜 깡패라는 의미보다 사회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투팍이 흑인들의 삶을 ‘THUG LIFE’라고 표현한 것도 그들의 삶이 폭력적이고 거칠다는 의미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 이렇게 거칠고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투팍이 말했지. 폭력배의 삶은 곧 ‘당신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증오가 모두를 망가뜨린다’는 말로 대변된다고. 우리가 어릴 때 사회가 심어준 사상이 우리가 통제 불능이 되었을 때 오히려 사회를 공격하게 하는 거야, 알겠어?” -25p
내 안의 인종차별주의자
나는 과연 단 한 번도 흑인을 인종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을까? 흑인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위험하다거나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존재로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까? 생각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무섭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마 미디어가 내보내는 흑인의 모습이 전부 갱스터에 마약 거래상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살아오면서 흑인이나 백인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 미디어가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실제로도 그들의 삶이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시켜 생각했기 때문에 잘못된 선입견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런 선입견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을 그런 삶으로 내몰게 하는 원인이 된다. 사람들이 모두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자신이 언젠가 그들에 의해 어떤 피해를 입을까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상대를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 하고 예의 주시한다면, 그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기회와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잃고, 차별적인 시선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당연히 상처를 받을 테고, 치유하지 못한 상처는 결국 분노, 증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흑인 청소년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15/pimg_7952591702048966.jpg)
책의 주인공 스타는 윌리엄슨 학교에서 단 2명뿐인 흑인 중 한명이다. 스타는 백인들 사이에서 차별을 당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타는 학교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검열하고 단 한 순간도 거친 모습, 불량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장난으로라도 절대 슬랭을 쓰지 않는다. 가든 하이츠(집, 흑인 빈민가)의 스타와 월리엄슨(학교, 부유한 백인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스타 사이의 괴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흑인 청소년이 겪는 고민과 내적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인종에 대한 만연한 편견은 타인에 의한 차별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꿈꿀 수 없게 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게 하며,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진짜 위험한 것
결국 위험한 것은 흑인이 아니다(당연한 소리지만). 나처럼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해왔던 모든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고,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내몬 것은 바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그들을 그런 존재로 단정 짓고 과하게 경계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취급을 하니, 그들이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당신이 남긴 증오>, 사건의 발단
책은 인종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빈곤의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제 와서 말하자면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책은 스타의 친구 칼릴이 백인 형사의 총에 맞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타는 전에도 자신의 친구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경험이 있다. 그 친구도 흑인이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총을 맞고 죽었다. 그때 스타의 나이는 겨우 10살이었고, 칼릴이 죽은 현재도 겨우 16살일 뿐이다. 16살 소녀의 삶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소꿉친구는 삼총사에서 둘로, 이제는 스타 혼자가 되었다. 어린 소녀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수사 요청에 응하지만 수사는 스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찰은 칼릴의 죽음을 밝히는 것이 아닌, 칼릴을 쏜 백인 형사의 혐의를 덜어주고자 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가난한 흑인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나타난다. 그들은 칼릴이 돈이 없는 흑인이라는 것을 통해 그가 마약을 팔았다고 단정지어버린다. 백인 형사가 꿈 많은 학생을 죽였다는 혐의를 벗게 해주기 위해서.
인종의 문제, 소수자의 문제를 다룬 영화 <크래쉬>가 생각난다. 거기서도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고, 칼릴의 경우와 똑같이 총으로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반복적으로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을 죽이는 장면을 보니,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백인 경찰 혐오증이 생길 것 같다. 백인 경찰은 과하게 흑인을 경계한다. 흑인을 위험인물로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은 백인 경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흑인도, 백인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흑인이 이런 말을 블로그에 썼다면 그는 당장 아이피 추적을 당하고 집에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다. 백인이 이런 글을 썼다면..음.. 깨어있는 백인 취급을 받으려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나는 책을 통해 내가 겪어보지 못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위치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흑인 인권의 실상을 알아보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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