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027/pimg_7952591702035263.jpg)
탈코르셋이란 사회가 과도하게, 집요하게 여성의 머리에 주입시킨 '여성은 ~해야 돼'라는 생각을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투쟁의 시작은 바로 여성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을 가지는 것부터다. 내가 화장을 왜 하고 있지? 다이어트는 왜? 왜 맨날 거울을 달고 사는 거지? 남들 눈을 의식하는 버릇은 어디서 온 것이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위의 것들을 내면화한 채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여성은 태어나기 이전에 사회가 만들어놓은 여성의 이미지에 노출되면서부터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려 하고, 압박해왔을 것이다. 그것들에 바보같이 억압된 여성의 잘못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숨막히는 생활을 해왔고 이제라도 그것에서 벗어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까지 꾸밈노동에 낭비해왔던 시간, 돈, 정신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투자. 상상만 해도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모든 여성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소망한다.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여성이라도 책을 통해 얻는 것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여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고!
야, 여자는 외모가 권력이지
과연? 정말? 자기 스스로 권력을 행사할 수 없고 타인이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의 말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권력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예쁜 여자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or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남자를 부릴 수 있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예쁜 여성이 가진 권력이란, 남성들의 평가가 있지 않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남이 주는 권력을 원하지 말자. 남이 갖고 있는 권력을 빼앗아 오든지, 그들이 가진 권력을 뛰어 넘는 권력을 손에 쥐든지, 그들보다 더 권력에 욕심을 내면 좋겠다.
우리가 젊은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외모라고 교육한다면 당연히 남성(그리고 여성)은 여성에게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싶을 때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76p
남성이 듣기 싫은 여성의 말을 말로 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외모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당연한 논리적 결과물이다. -77p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027/pimg_7952591702035264.jpg)
나의 돈, 시간, 정신이 낭비되고 있진 않은가?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성의 모습을 충족하기도 벅차다고 하면, 누군가는 나를 게으른 여성이라고 말할까?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벅찼다.(지금은 많은 것을 내려놓아서 훨씬 좋아졌지만!)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화장을 하는데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을 공들이고, 불편한 치마를 입고 잘 엉키는 긴 머리를 잘 빗은 뒤에, 5cm 이상의 구두를 신는 날이면 항상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집 밖에서도 한 시간에 몇 번이고 거울을 확인하며 화장을 고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내 본래의 모습을 모두 지운 내 모습을 느낀 그 날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동안 온갖 꾸밈을 위해 낭비해왔던 내 돈은, 내 금같은 시간들은, 타인의 눈을 항상 의식하며 소모해왔던 내 정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쓰인 것일까? 그 중의 단 1%라도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 있긴 했던 걸까? 그냥 그렇게 낭비하지 말고, 그것들을 내 꿈을 위해 사용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나는 여성들이 위의 것들에 더 이상 자신의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큰 꿈과 목표를 향해 집중했으면 좋겠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온전히 자신의 생각인가?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 많은 미디어들이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대량 생산해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예쁘다, 저게 나의 이상형이다, 워너비다 라며 그것을 더욱 신격화시킨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이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는 없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긴머리의 피부가 하얗고 적당히 생기 있는 입술과 볼이라는, 획일화된 여성의 모습만 자연스러운 여성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사회 속에 사는 여성은 수시로 거울을 보고, 수시로 화장을 고치고, 아침이면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에서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는 부분을 가리고, 자신이 진짜 원해서 바르는 색인지도 모르는, 그저 그런 색들을 쓰면 예뻐보인다고 해서 바르는 색을 얼굴에 얹는다.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을 한 여성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탈코르셋 바람이 불면서 내 주변 여성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는 포용력이 있는 사회이고,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회가 더 발전가능한 사회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