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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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주위에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고, 때론 누군가가 임종했다는 부고 소식이 들리다보니, 나도 이제 죽음과 밀접한 관계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그래서 서평단을 신청할 때나 혹은 책을 고를 때에도 죽음에 관련된 도서에 손이 가곤 한다. 참 이래서 나이 먹는 게 안타깝다.

연륜이 쌓인다 하는데 나는 하루라도 젊고 싶다^^

 

30대 젊은 나이에 4기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라이온에 들어와 죽음을 맞이하는 스즈쿠.

스즈쿠는 다양한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그들처럼 아름답고 외롭지 않은 죽음을 선택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애잔한지 모르겠다.

 

라이온의 주인장 마돈나는 병원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추억의 간식에 얽힌 편지를 쓰기를 요청한다. 편지와 함께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각자의 살던 인생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의 추억의 음식은 무엇일까? 간식은 아니지만 선택하라면 바로 엄마의 김치볶음이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엄마는 김장을 하시면 뒷마당에 크게 구덩이를 파서 장독을 묻은 후 그곳에 김치를 보관했다. 옛날식 김치냉장고인데, 겨울 내내 쉬지도 않고 김치의 맛을 보존할 수 있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김치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장독에서 한 두 포기 가져와 들기름에 볶아서 반찬으로 내어주셨던 우리 엄마.

그게 내가 어렸을 적 초등학교 때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구식의 집을 부수고 신식으로 지으면서 김치냉장고를 구입하셨다. 그 이후로는 장독김치는 볼 수 없었다. 아쉬웠다.

애들을 임신할 때, 입덧이 심했는데, 장독 표 김치를 한 입 먹었으면 좋겠다 하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어쨌든 이 책은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이고, 죽음이 임박했을 때 안 좋은 감정이 들기 마련인데 슬퍼할 것 없이,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법을 알게 해주었던 소설이다. 유익했고 즐거웠으며, 매우 슬펐다.

 

죽음은 받아들인다는 것은 살고 싶다, 더 더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그 사실은 내게 아주 큰 깨달음을 주었다.” -178p-

 

내가 낳은 자식인걸. 죽어도 책임이 있는 거야. 네가 하루 한 번은 웃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그 역할도 이제 끝나지만.”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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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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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애들이 소년원에 들어간들 그 애들은 전과도 생기지 않아요. 사회에 돌아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죽을 때까지, 아뇨, 죽은 뒤에도 사진이 돌아다닐 거예요.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169p-

 

사실 일본사회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는 상세히 모르지만, 우리나라보다 더 폐쇄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 문학을 통해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 개인의 문제는 소문나는 것 이상으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닐 듯하다.

나도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사실 제일 무서운 게 학교폭력이다. 학교도서관에 사서로 있는 친구나 후배, 선배의 말을 들어봐도 학교에 깊이 만연해 있는 폭력이 아이들 사이에서 공공연하다고 하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

 

한 때 사회를 들썩였던 ‘N번방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데, 가정형편이 힘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전을 갈취하고 협박하면서, 한 개인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쏟아진 부조리한 악은 증오라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다른 누군가를 벤다.”-221p-

 

범죄에 의한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가. 상대를 처벌하면 고통은 사라지나.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가자미 게이스케는 학교폭력으로 마음을 다친 아이 도키타와 아들을 위해 복수에 나선다. 상대를 처벌하려는 마음과 다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상반되어 마음이 무거웠던 소설. 사회는 부조리하지만, 한 개인의 따뜻한 배려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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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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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 친구가 토지보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 금액이 20년 넘게 번 돈과 비교할 수 없이 큰 금액이라면, 내 마음은 괜찮을까” -125p-

 

요즘 회사를 가든 어느 모임을 가든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아파트값이다.

너희 집 얼마 올랐냐?”, “너는 부동산으로 얼마 번거야?” 등등. 부동산 사회적 이슈가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젊은 사람들은 월급을 평생 모아도 살 수 없는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발로 걷어 차버렸다는 얘기가 참 서글프다.

 

이제는 학벌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기 보다는 너희 집 어디인가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최대 예약자수가 꽉 차 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읽어 본 자만이 알 것이니라. 하하하하.🤭

우선 드라마 보는 것처럼-설명을 미생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함-이미지화 될 뿐만 아니라, 소설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분류는 사회과학이다.

? 사회과학이라고요? 설마 그럴리가요. 작가님 너무 재미있잖아요. 내 배꼽 내놔라 작가야.👍😁

개인블로그 및 커뮤니티 조회수, 조선일보 1면 톱장식, 드라마 및 웹톤 계약까지 어마무시한 존재감!!!!

 

사실, 나는 무조건 아끼는 것보다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것을 쓰면서 생기는 개인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편이라 송과장과 경제적 관념이 다르지만, 배울점이 많아 특급 칭찬해~~~

좋은 문구도 많았고, 특히 부동산 박사장님의 위트 있는 말솜씨와 깨어있는 정신.

사실 나는 부동산 사장님들과 좋지 않은 추억이 더 많기에...

 

어떻게 법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이득을 볼까. 어떻게 해야 남이 좀 피해를 보더라도 나에게 돈이 될까, 이렇게 살면 절대 안 돼.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어. -242p-

 

멋진 박사장님의 말씀 중 한 구절이다.

 

돈의 관념 및 가치관이 송과장과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을 통해 현재의 경제 트렌드와 성공 스토리로 배울점이 많아 좋았다. 또한 본인의 진정한 경제적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정립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머리 나쁘고, 센스 없는 내가 잘 하는 것은 노력, 노력, 노력 뿐이다. 남들만큼 하려면 두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241p-

 

경제적 자유가 뭘까, 하고 말야. 진짜 경제적 자유는 말이야. 재정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자유가 합쳐져야 해. 그게 진짜 경제적 자유라고 봐.” -2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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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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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은 가화만사성!

예전 어르신들이 늘 입에 달고 살며 하시는 말씀. 우리 아빠는 식전에 가정이 행복해야~ 하면서 서론을 길~~~게 늘이시는데 어렸을 때는 그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 또 시작이네 하면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커서 보니 그 말씀이 딱 맞다.

 

가정의 불화와 비극은 나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리는 위협적인 것이란 것을 아주 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800페이지다. 길어도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짧다고 여긴 소설.

 

이 소설은 1970년대의 한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1970년대 미국은 인플레이션의 시대이면서도 베트남전쟁에서 좌절로 강대국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 시절이다. 1960년대 청년들의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혁명적 이상주의에 대한 실망으로 보수적이게 변하면서 사회보다는 개인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톰 울프는 1970년대를 자기 중심의 시대(Me decade)’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기 중심의 시대와 딱 맞는 소설이 크로스로드라고 생각이 든다.

 

와이프 매리언을 인간취급 하지 않지만 미망인 프랜시스를 사랑하며 불륜을 꾀하는 아버지 러스!

어렸을 적 어머니의 학대와 아버지의 자살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어머니 매리언!

교회 사상을 기반으로 하느님에 순종하며 기독교적 가치관을 우선하지만 섀런과 성적 쾌락에 중독되고,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은 모순이었음을 깨달은 큰 아들 클렘!

자신의 영리함과 탁월한 미모를 갖고 권력을 누리지만 태너를 만남으로써 무너지는 베티!

겉은 멀쩡해 보이나 마약을 하며, 계산적인 면모를 알게 된 누나와의 갈등을 겪는 페리!

 

개차반도 이런 개차반이 없는 집구석! 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같이 개인주의와 모순을 가지고 사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딱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역시, <자유>, <순수>에서 익히 보아왔던 문장대로 놓칠 것 없는 이야기들을 구성할 줄 아는 조너선 프랜즌 작가의 작품에 대한 투철함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1부 대림절, 2부 부활절로 사건배경은 며칠 간 짧지만, 800쪽 넘게 긴장감 돋게 글을 쓰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을 보낸다.

 

1970년 초 미국의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한 가정의 불완전함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소설!

이 소설은 과거에 국한하여 얘기할 필요가 없다. 현재에 우리 곁에는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며 하루를 버티며 사는 많은 가족이 있기에.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삶이란 반복적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여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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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지도 - 인생의 본질을 잃어버린 시대에 삶의 의미를 찾아서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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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왔던 <버터>, <키르케>, <크로스로드>는 벽돌책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이 책은 굉장한 벽돌책이다. 그리고 인생훈이라는 분류에 속하기에 내용도 쉽지 않다.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어나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쉽지 않아 여간 애먹은 책이 아니다.

조던 피터슨작가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질서너머>는 우리 도서관에서도 절찬 대출중이다. 그만큼 작가의 인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증명과 같다. 이 책은 15년간 하루 3시간씩 집필하셨다 하는데, 문장이 섬세하고, 내용이 풍부하며, 빈틈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그의 저서를 통틀어서 이 책이 가장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의미의 지도>에서 의미는 본능이 가장 심오하게 발현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미지의 영토를 많이 접하게 되면 혼돈으로 뒤바뀐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혼돈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 필수 전제이며, 반드시 의미를 모형화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여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실용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의 비교를 통해 모형화 하고 공유화된 지도로 변화하지 못하면 삶의 토대가 무너지고 과거에 갇히게 된다. 인생의 변칙은 무수하다. 이러한 변칙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의미를 정립해야 하는데, 작가는 정서부터 행동, 신념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이끌도록 지침서를 내준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결국 자신과 사회의 가변적 미지의 세계에 견줄만한 영웅적인 이미지다.

삶을 사는데 의미와 동기의 부여만큼 중요한 게 없다. 미지의 세계, 내가 탐험하지 못한 세계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면 빠지게 되는 위험으로 우리를 건져내줄 의미의 지침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신화와 심리학-특히 융심리학-에 대해 작가는 많은 지식을 뽐낸다. 아니 신화가 이렇게나 많았어? 융심리학은 언제나 어렵네 하며, 읽어 나갔던 책.

사실 인생훈의 책들은 몇 번 읽어줘야 비로소 이해가 될 터인데, 900페이지나 되니. 시간을 쪼개 여러 번 읽어봐야겠다. 의미의 지도를 그리고픈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삶의 의미! 어떻게 보면 인간은 무수한 위험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실수하고를 반복하면서 지혜를 터득한다. 선인들의 현명한 지혜를 900페이지로 축약하기에는 그 쪽수가 부족하겠지만, 페이지 한도 내에서 이 책만큼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찾는데 도움을 준 이만한 실용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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