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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제가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애들이 소년원에 들어간들 그 애들은 전과도 생기지 않아요. 사회에 돌아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죽을 때까지, 아뇨, 죽은 뒤에도 사진이 돌아다닐 거예요.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169p-
사실 일본사회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는 상세히 모르지만, 우리나라보다 더 폐쇄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 문학을 통해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 개인의 문제는 소문나는 것 이상으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닐 듯하다.
나도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사실 제일 무서운 게 학교폭력이다. 학교도서관에 사서로 있는 친구나 후배, 선배의 말을 들어봐도 학교에 깊이 만연해 있는 폭력이 아이들 사이에서 공공연하다고 하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
한 때 사회를 들썩였던 ‘N번방’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데, 가정형편이 힘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전을 갈취하고 협박하면서, 한 개인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쏟아진 부조리한 악은 증오라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다른 누군가를 벤다.”-221p-
범죄에 의한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가. 상대를 처벌하면 고통은 사라지나.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가자미 게이스케는 학교폭력으로 마음을 다친 아이 도키타와 아들을 위해 복수에 나선다. 상대를 처벌하려는 마음과 다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상반되어 마음이 무거웠던 소설. 사회는 부조리하지만, 한 개인의 따뜻한 배려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