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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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은 가화만사성!

예전 어르신들이 늘 입에 달고 살며 하시는 말씀. 우리 아빠는 식전에 가정이 행복해야~ 하면서 서론을 길~~~게 늘이시는데 어렸을 때는 그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 또 시작이네 하면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커서 보니 그 말씀이 딱 맞다.

 

가정의 불화와 비극은 나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리는 위협적인 것이란 것을 아주 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800페이지다. 길어도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짧다고 여긴 소설.

 

이 소설은 1970년대의 한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1970년대 미국은 인플레이션의 시대이면서도 베트남전쟁에서 좌절로 강대국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 시절이다. 1960년대 청년들의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혁명적 이상주의에 대한 실망으로 보수적이게 변하면서 사회보다는 개인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톰 울프는 1970년대를 자기 중심의 시대(Me decade)’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기 중심의 시대와 딱 맞는 소설이 크로스로드라고 생각이 든다.

 

와이프 매리언을 인간취급 하지 않지만 미망인 프랜시스를 사랑하며 불륜을 꾀하는 아버지 러스!

어렸을 적 어머니의 학대와 아버지의 자살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어머니 매리언!

교회 사상을 기반으로 하느님에 순종하며 기독교적 가치관을 우선하지만 섀런과 성적 쾌락에 중독되고,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은 모순이었음을 깨달은 큰 아들 클렘!

자신의 영리함과 탁월한 미모를 갖고 권력을 누리지만 태너를 만남으로써 무너지는 베티!

겉은 멀쩡해 보이나 마약을 하며, 계산적인 면모를 알게 된 누나와의 갈등을 겪는 페리!

 

개차반도 이런 개차반이 없는 집구석! 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같이 개인주의와 모순을 가지고 사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딱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역시, <자유>, <순수>에서 익히 보아왔던 문장대로 놓칠 것 없는 이야기들을 구성할 줄 아는 조너선 프랜즌 작가의 작품에 대한 투철함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1부 대림절, 2부 부활절로 사건배경은 며칠 간 짧지만, 800쪽 넘게 긴장감 돋게 글을 쓰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을 보낸다.

 

1970년 초 미국의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한 가정의 불완전함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소설!

이 소설은 과거에 국한하여 얘기할 필요가 없다. 현재에 우리 곁에는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며 하루를 버티며 사는 많은 가족이 있기에.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삶이란 반복적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여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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