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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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에 조카들이 우리집에 왔을 때 컴퓨터 게임을 다운받으면서 바이러스가 침투했는지 잘 되던 나의 컴퓨터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컴퓨터도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동거리다가 비장한 마음으로 결국 포맷을 결정한다.  컴퓨터의 뇌를 하얀 백짓장으로 만든것이다.  그 동안 저장된 자료들이 꽤 있었지만 다른곳에 옮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몽땅 없애버렸다.  아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시원하다는 생각! 일희일비의 순간!  그리고 백지위에서 가볍게 다시 시작했다. 

 

   주인공 케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포맷한 나의 컴퓨터가 생각났다.  케로의 복잡한 머릿속을 텅비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항상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가끔 끔찍한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 우울증에는 원인이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어린시절 삼촌에게 당한 성폭행, 부모의 이혼, 엄마의 무관심, 현재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 실직 등.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몇 가지 요소 (가족,사랑,집,직업,친구) 중에 케로는 그 중 몇 개가 결핍되어 있다고 스스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가 원하는것?  애정이 듬뿍 담긴 감정표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유대감, 안락한 가정, 그리고 둥지.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딸을 위해 마음을 열고 보듬어 주는 엄마가 가까이에 있고 항상 충돌하고 이기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이해심 충만한 새로운 남자친구도 생겼다. 이제는 알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케로는 또 다시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도지고 만다.  지금의 행복이 불안하다. 언젠가 또 사라지고 말 것같은 긴장!  대체로 잘 돌아가고 슬프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케로는 뭔가 캐내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  뭐가 문제지? 이 평화의 원인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가 다시 뒤엉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신경과 전문의는 냉정하게 한 마디로 조언한다. "그럼 중단하십시오." "뭘요?" "생각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닥치지도 않은 일을 지레 걱정하고 그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 걱정은 실제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다.  현대를 사는 우리, 어느 정도는 불안과 우울증을 앓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  이럴 때 약이 되는 것은 강력한 항우울제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포용과 배려 그리고 따뜻한 말 한디가 아닐까 한다.  위의 낱말들은 개개의 뜻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는 하나의 뜻이다.  따뜻한 나의 한 마디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에게 힘이되고 약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 다시금 깨닫게하는 이야기이다.

 

  한창 아름다울 20대 여성, 케로!  케로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케로의 마음먹기에 달려있겠지만, 주위에 사랑가득한 사람들이 생겼으니 꼭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우울증 극복기라고 해서 칙칙하거나 그녀의 우울이 이입되지는 않는다. 항상 번역체의 난감함 때문에 외국작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작가의 솜씨인지 번역작가의 능력인지!  방해요소가 없으니 한편의 드라마를 감상하는듯 속도감이 붙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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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글 2010-01-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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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마음이 있다
성혜미 지음 / 에이원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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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살고 있는’ 일반인들은 사실 법을 따로 공부하거나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다보면 가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럴 때는 자신이 당면한 사건과 관련된 법이론이나 판례를 찾아보거나 또는 상담을 의뢰하게 되는 등 그때서야 분주해진다.

  ‘법에도 마음이 있다’ 이 책 속에는 그 동안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경악을 금치 못했던 희대의 몇몇 사건들을 예를 들어 그와 관련된 법을 쉽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지금이야 아하, 그랬었지! 하면서 조금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읽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모골이 송연해지고 치를 떨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우리나라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대기 중인 사형수가 현재 60여 명이라고 한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람의 탈을 쓴, 인면수심의 사형수들에게 당장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분연히 주장한다.  나도 지난 영화 ‘집행자’를 보기 전에는 찬성에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찬성, 반대’ 라는 두 마디로 잘라 말하기에는 단순하지 않은 여러 가지가 얽혀있어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살인을 저질렀을 때만 사형을 선고받는 것이 아니라 형법.군형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한국조폐공사법.항공법.원자법 등 모두 21개 법률,113개 조항이 사형을 최고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간통죄, 형법 제241조 제1항은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간통의 상대방도 같다’ 제2항은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용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고 규정한다.  2007년 배우 옥소리 박철부부의 간통고소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간통죄가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놓고 2008년 네 번째 심판에서는 가까스로 합헌이 되었으며 옥소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 받았다.  글쎄 간통죄의 존폐여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혼한 여성이 재혼을 했을 경우,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성(姓)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이 다른 두 아이에게 주는 상처를 어느 정도 감소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이혼이 흉이 아닌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성을 얻은 아이에게 다른 성을 또 갖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또 친권자인 한 쪽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포기했던 남은 한 쪽에게 ‘친권자동부활’이 관행이어서 배우 최진실이 사망했을 때 전 남편이었던 조성민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2009년 1월 단독 친권자 사망시 가정법원이 아이의 의사나 양육 능력 등을 고려해 친권자를 지정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범죄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면서, 격투 중일지라도 범인에게 꼭 하는 말이다.  이것이 ‘미란다 원칙’ 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을 말하지 않고 체포할 경우 무죄를 선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체포할 당시 이 몇 마디가 절대 잊지 말아야할 얼마나 중대한 말인지 실감이 난다.  외국인 피의자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몽골어,베트남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미란다원칙을 번역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기도 했다니 그를 외우고 있을 경찰들을 상상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세계가 지구촌이 되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공소시효,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강제추행죄, 직장 내 성희롱죄의 범위, 자살방조, 영아살해죄, 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 안락사 존엄사, 음란물 판결, 도로교통법 등 수 많은 경우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법이라는 것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잘 살아보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경제적으로는 갈수록 풍족해져 가지만 인면수심의 인간들도 그에 비례하여 발생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010년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우후죽순처럼 막 생겨나서 ‘사람 사는 좋은 세상’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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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한방백과 - '라디오 동의보감' 김용석 박사의
김용석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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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부터 나는 ‘동의보감’의 허준과 우리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이것은 한의학 김용석 박사의 덕이다.  이 분은 예전에 라디오 방송 ‘라디오 동의보감’이라는 코너에서 질병에 대한 한방상식을 소개하던 분이다.  가끔 아침버스를 타고 가다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지난 3년 동안 진행했던 유익한 정보를 모아서 ‘우리집 한방백과’ 라는 책으로 출간되니 이를 곁에 두고 느긋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더불어 허준의 ‘동의보감’ 이 얼마 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음을 축하한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샘솟는다.  임진왜란 이 후 퍼져가는 질병으로부터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또한 가난한 백성들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약재를 구해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이 책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실용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5대 질병 다스리기부터 시작하여 부위별(머리,가슴,배,피부,눈,코,입,귀,팔,다리,목,허리,비뇨기과,생식기)로, 그 부위에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증상을 나누어 풀어주고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게 처방을 내려 준다.  부위별 증상이므로 첫 페이지부터 읽지 않고 목차에서 본인이 궁금한 부분부터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니 만병의 근원은 역시 스트레스(우울증), 흡연, 과음, 운동부족, 과식 등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닌가!  오직 실천만이 해결의 열쇠가 되겠지!

  치매, 노년성 치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이라 하여 젊은이들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에서 곱디곱던 손예진이 이 병으로 무참히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통계적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확률은 ‘우울증’ 이라고 한다.  그래서 즐겁게 사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또 운동을 빠드릴 수 없으며 뇌에 자꾸 자극을 주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녹차나 토마토, 포도 등이 좋은 음식이라고 하니 제철이 되면 꾸준히 찾아 먹으면 좋겠다.  치매뿐 아니라 모든 병에 좋은 음식에는 채소와 과일이 빠지지 않는다.  이미 들어서 익숙하기만 한데 잘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기를!

  우리 집안에는 폐질환의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폐에 관련된 질병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폐는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만, 슬픔과도 관련이 깊단다.  스트레스 받을 만큼 우는 일이 많은 사람은 폐가 상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금연과 더불어 깨끗한 공기를 많이 쐬고 환기를 자주하고 온도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폐질환은 특별히 음식과는 관련이 없지만 일반 원칙은 지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손톱, 손톱은 몸의 건강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데 손톱이 잘 자란다는 것은 몸 속의 영양상태가 좋으며 반대로 속도가 느리면 몸에 병이 있거나 허약하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음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손톱이 잘 갈라지면 혈액공급이 안되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서 간기능까지 떨어졌음을, 손톱의 달무늬가 없어질수록 만성피로 상태에 있고 작은 충격에도 손톱이 떨어져 나갈 때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니, 손톱하나로도 여러 질병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세세한 여러 질병에 대한 예방법과 처방법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지면에 다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지만 그것은 무리이므로 안타깝다.  곁에 두고두고, 때에 따라 읽어야 할 이런저런 사전처럼, 이도 그런 한방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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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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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욕심이 많은 나는 누구에게 책을 빌려주지도 바꾸어 읽지도 않으며 간혹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흔쾌히 똑같은 책을 사서 선물한다.  그래오던 내가 책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아나운동을 실천!  어느 블러거께서 본인의 블러그에 100권 정도의 책목록을 올리시고 원하면 바꾸어 읽겠다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훑어보다가 내 눈에 번쩍 띄인 책이 있었으니 바로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였다.  그 동안 지인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언젠간 꼭 읽어보리라 했던 것이 아직도!  그런데 그 책을 목록에서 발견한 것이다.  거침없이 교환 신청을 하고 내 손에 사뿐히 전달, 그리고 잘 읽었다.

 


  책을 읽고 난 소감?  '아, 이 사람은 사업경영에 있어서는 하늘이 낸 사람이구나.'  물론 이렇게 말하면 작가는 분명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9할이었다고  힘주어 말하겠지만(사실이 그렇다), 내 눈엔 꼭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능력같기만 하다.  '이윤보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하라' 그의 유명한 말이다.  물론 성공한 다른 CEO들도 입이 닳도록 빼 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조선시대 거상인 임상옥도 이런 말을 남겼지 아마.  그런데 이 작가의 말에 유난히 신뢰가 느껴지는 것은 이 책 안에 그의 삶이 진정으로 고스라니 담겨 있기 때문일까!

 

  서울대 약대를 거의 고학으로 졸업하고 고향인 마산의 한 후미진 동네에서 약국을 경영하기 시작, 몇 년 후 마산역 근처로 옮겨 기업형 약국 경영, 사업체 인수 경영, 지금은 온라인 방송강의 매체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대표로 여전히 사업 경영 중이다.  벌이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는 그의 경영 비결, 그가 성공하는 습관은 '섬김의 비지니스' 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성과 친절로써 고객을 섬기고, 고객을 감동시키기.  너나나나 다하는 고객감동의 경영.  하지만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실천이다.  혹 위의 낱말들 중에 사전을 찾아봐야 할 만큼 뜻풀이가 안 되는 말이 있는가!  오직 습관과 실천이 관건이지, 어렵지 않다.

 

 
 이 사람은 대단한 선견지명인이다.  약국을 개업할 때는 1980년대다.  손바닥만한 약국을 좀 더 알리기 위해 천장에 빼곡히 형광등을 달아 멀리서도 번쩍번쩍하게, 간판에 밤새 불도 켜 놓아 행인에게는 가로등 역할과 동시에 약국 광고 효과를, 마산시에서 처음으로 유리 자동문을 달고, 벽면 한 쪽을 유리문으로 바꾸어 코딱지만한 공간을 좀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누린다.  아무도 모르는 외진 마을에 '육일약국'을 택시 기사들에게 알려 마산시에서 모르는 기사가 없게 만들고 심지어 육일약국이 이들의 거점지가 되기도 한다.  2009년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네비게이션이 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있는 자동문에 밤새 불밝히는 간판광고지만, 30여 년 전의 눈으로 본다면 '혁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손익을 따졌을 때는 당장 손해가 나는 일이지만 멀리,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미래경영의 그의 안목은 한 수 배우고 싶을만큼 욕심나는 대목이다.

 

  그에게는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다.  가난한 목회자였지만 늘 나눔을 강조한 아버지 덕분에 그도 지금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에 독자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콧끝이 시큰하다.  빚으로 시작한 약국경영에서 소액이지만 매달 장학금을 전달한다.  경제적으로 당장은 힘들지만, 힘들때 나누지 않으면 나중에 부자가 되어서도 나눌 수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콩이 반쪽일 때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콩이 한 말이 있어도 나눌 줄 모른다' 고.  배가 곯아도 남의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날 때는 그 집에 가지 말라던 아버지, 하지만 우리집에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이 생겼는데 친구들이 몰려온다.  어린 마음에 약이 오르지만 아버지는 모두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준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도 다함께 사는 법을 가르친 아버지의 산 교육이었다.  눈 내리는 새벽녘, 빗자루를 쥐어주며 내 집 앞 뿐아니라 옆집까지 쓸게 했던 아버지.  그때는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는 그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만들어준 은인이다.

 

  언제 어느 때 추방당할 지 모르는 집안 도우미에게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 미리 주는 집주인, 직원의 아내나 남편을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타이밍에 맞추어 능력만큼 보너스를 지급해 주는 사장님, 자신의 자식들이 나눔에 인색하지 않고 타인과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 모두 그의 모습이다.  그의 인간미에서 따뜻한 감동과 경영의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깊은맛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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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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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3시. 고요 속 시계 초침소리만 요란하고.  잠은 오지 않는다.  아, 이런! 아침에 늦잠을 잔 탓도 있겠고 조금 전 결국 참지 못하고 달작지근 흐뭇하게 마신 커피 탓도 있을 것이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좀, 괴롭다! 결국 책을 뽑아든다. 무슨 책을 읽을까 손가락으로 책장을 스르륵 훑다가 비야언니 책에 시선이 멈춘다.  아, 비야언니는 여기서 한비야를 말한다.  얼굴 한 번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거침없이 그녀를 ‘비야언니’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냥 그녀에게는 비야언니가 어울린다.  훗날 육 십이 되고 칠 십이 되어도 한비야는 만 년 ‘비야언니’가 될 것 같다.  


 한밤에 읽어도 그녀의 글은 가슴을 뛰게 한다. ‘그건 사랑이었네’  그녀가 2009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출간한 책이다.  그녀의 오지 여행 경험담과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현장 팀장으로서 전쟁터나 지진발생지, 지뢰밭에서 보고 겪고 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나온다.  그것을 빼놓고는 그녀를 말하기가 어렵다.  늘 그녀가 있는 곳에는 가난과 굶주림과 폭력과 질병으로 인해 한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따금씩 인용되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이 쓴 책에 항상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가슴 뛰는 일을 하라!’  하지만 그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덧붙인다.  ‘우선 자기 길을 찾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한 가지 있다.  자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나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낙타로 태어난 사람과 호랑이로 태어난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낙타로 태어났으며 사막에, 호랑이로 태어났으면 숲 속에 있어야만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쓰면서 살 수 있다.  숲에 사는 낙타, 사막에 사는 호랑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자신이 호랑이인지 낙타인지 얼른 파악을 한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것이다.  한비야가 좋아하는 작전이 바로 ‘물귀신 작전’이다.  희미하던 것이 또렷하게 보일 때까지. 조언은 많이 들을수록 좋고 결정은 자신이.  그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늘 무쇠같은 힘과 차갑고 반짝이는 이성과 철저한 계획과 투철한 실천력!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그녀에게도 시큰둥한 날이 있고 귀찮고 예민해질 때가 있다니, 사람들은 믿지 않을 지도 모른다.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아니, 한비야가?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 것을!  그녀도 이럴 적이 있다니 나는 참 좋다.  완벽하기만 한 사람 앞에서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고 주눅이 들고 기도 팍 죽지 않던가.  철철 넘치는 그런 인간미에, 한 번 안아주고플 만큼 그녀에게 친근감이 샘솟는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풀이 죽어 있을 때, 설마 한비야가? 아니, 한비야 맞아? 이렇게 놀랄 것이 아니라 한비야같은 사람도 그럴 때가 있구나!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다만 노력과 끈기, 용기와 실천으로써 존경받으며 저 자리에 있는 거로구나.  나도 좀 잘 살아봐야겠는 걸!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한비야 글의 매력이다.

  억지 부리는 강자 앞에 머리 숙이지 않고 항상 약자 편에서 행동하는 그녀. 아이들이 독초를 먹으며 굶어죽는 아프가니스탄 긴급구호 현장에서 지나는 차가 일으키는 먼지를 보며 ‘저게 다 밀가루였다면, 저 누렇게 마른 풀이 모두 고단백 비스킷이었다면’ 간절했다던 마음 따뜻한 그녀.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구호현장에서 만년 일하고 싶어 승진을 거부하고 있다는 그녀.  대중교통이나 여가를 이용해 1년에 100권 이상 책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부지런한 그녀.

  이렇듯 그녀에게 본 받을 점은 끝이 없다.  ‘네티즌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1위’‘신지식 5인중 한 사람’ ‘평화를 만드는 사람에 선정’‘YWCA 젊은 지도자 상’ 수상 등.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절망의 수렁에서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홍보하기 위해 지금도 향학에 불타고 있을 그녀에게, 이 야밤에 독자는 응원을 보낸다.  비야언니, 파이팅!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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