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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마음이 있다
성혜미 지음 / 에이원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살고 있는’ 일반인들은 사실 법을 따로 공부하거나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다보면 가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럴 때는 자신이 당면한 사건과 관련된 법이론이나 판례를 찾아보거나 또는 상담을 의뢰하게 되는 등 그때서야 분주해진다.
‘법에도 마음이 있다’ 이 책 속에는 그 동안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경악을 금치 못했던 희대의 몇몇 사건들을 예를 들어 그와 관련된 법을 쉽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지금이야 아하, 그랬었지! 하면서 조금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읽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모골이 송연해지고 치를 떨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우리나라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대기 중인 사형수가 현재 60여 명이라고 한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람의 탈을 쓴, 인면수심의 사형수들에게 당장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분연히 주장한다. 나도 지난 영화 ‘집행자’를 보기 전에는 찬성에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찬성, 반대’ 라는 두 마디로 잘라 말하기에는 단순하지 않은 여러 가지가 얽혀있어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살인을 저질렀을 때만 사형을 선고받는 것이 아니라 형법.군형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한국조폐공사법.항공법.원자법 등 모두 21개 법률,113개 조항이 사형을 최고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간통죄, 형법 제241조 제1항은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간통의 상대방도 같다’ 제2항은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용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고 규정한다. 2007년 배우 옥소리 박철부부의 간통고소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간통죄가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놓고 2008년 네 번째 심판에서는 가까스로 합헌이 되었으며 옥소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 받았다. 글쎄 간통죄의 존폐여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혼한 여성이 재혼을 했을 경우,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성(姓)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이 다른 두 아이에게 주는 상처를 어느 정도 감소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이혼이 흉이 아닌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성을 얻은 아이에게 다른 성을 또 갖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또 친권자인 한 쪽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포기했던 남은 한 쪽에게 ‘친권자동부활’이 관행이어서 배우 최진실이 사망했을 때 전 남편이었던 조성민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2009년 1월 단독 친권자 사망시 가정법원이 아이의 의사나 양육 능력 등을 고려해 친권자를 지정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범죄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면서, 격투 중일지라도 범인에게 꼭 하는 말이다. 이것이 ‘미란다 원칙’ 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을 말하지 않고 체포할 경우 무죄를 선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체포할 당시 이 몇 마디가 절대 잊지 말아야할 얼마나 중대한 말인지 실감이 난다. 외국인 피의자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몽골어,베트남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미란다원칙을 번역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기도 했다니 그를 외우고 있을 경찰들을 상상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세계가 지구촌이 되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공소시효,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강제추행죄, 직장 내 성희롱죄의 범위, 자살방조, 영아살해죄, 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 안락사 존엄사, 음란물 판결, 도로교통법 등 수 많은 경우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법이라는 것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잘 살아보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경제적으로는 갈수록 풍족해져 가지만 인면수심의 인간들도 그에 비례하여 발생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010년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우후죽순처럼 막 생겨나서 ‘사람 사는 좋은 세상’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