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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욕심이 많은 나는 누구에게 책을 빌려주지도 바꾸어 읽지도 않으며 간혹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흔쾌히 똑같은 책을 사서 선물한다. 그래오던 내가 책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아나바다운동을 실천! 어느 블러거께서 본인의 블러그에 100권 정도의 책목록을 올리시고 원하면 바꾸어 읽겠다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훑어보다가 내 눈에 번쩍 띄인 책이 있었으니 바로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였다. 그 동안 지인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언젠간 꼭 읽어보리라 했던 것이 아직도! 그런데 그 책을 목록에서 발견한 것이다. 거침없이 교환 신청을 하고 내 손에 사뿐히 전달, 그리고 잘 읽었다.
책을 읽고 난 소감? '아, 이 사람은 사업경영에 있어서는 하늘이 낸 사람이구나.' 물론 이렇게 말하면 작가는 분명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9할이었다고 힘주어 말하겠지만(사실이 그렇다), 내 눈엔 꼭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능력같기만 하다. '이윤보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하라' 그의 유명한 말이다. 물론 성공한 다른 CEO들도 입이 닳도록 빼 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조선시대 거상인 임상옥도 이런 말을 남겼지 아마. 그런데 이 작가의 말에 유난히 신뢰가 느껴지는 것은 이 책 안에 그의 삶이 진정으로 고스라니 담겨 있기 때문일까!
서울대 약대를 거의 고학으로 졸업하고 고향인 마산의 한 후미진 동네에서 약국을 경영하기 시작, 몇 년 후 마산역 근처로 옮겨 기업형 약국 경영, 사업체 인수 경영, 지금은 온라인 방송강의 매체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대표로 여전히 사업 경영 중이다. 벌이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는 그의 경영 비결, 그가 성공하는 습관은 '섬김의 비지니스' 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성과 친절로써 고객을 섬기고, 고객을 감동시키기. 너나나나 다하는 고객감동의 경영. 하지만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실천이다. 혹 위의 낱말들 중에 사전을 찾아봐야 할 만큼 뜻풀이가 안 되는 말이 있는가! 오직 습관과 실천이 관건이지, 어렵지 않다.
이 사람은 대단한 선견지명인이다. 약국을 개업할 때는 1980년대다. 손바닥만한 약국을 좀 더 알리기 위해 천장에 빼곡히 형광등을 달아 멀리서도 번쩍번쩍하게, 간판에 밤새 불도 켜 놓아 행인에게는 가로등 역할과 동시에 약국 광고 효과를, 마산시에서 처음으로 유리 자동문을 달고, 벽면 한 쪽을 유리문으로 바꾸어 코딱지만한 공간을 좀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누린다. 아무도 모르는 외진 마을에 '육일약국'을 택시 기사들에게 알려 마산시에서 모르는 기사가 없게 만들고 심지어 육일약국이 이들의 거점지가 되기도 한다. 2009년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네비게이션이 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있는 자동문에 밤새 불밝히는 간판광고지만, 30여 년 전의 눈으로 본다면 '혁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손익을 따졌을 때는 당장 손해가 나는 일이지만 멀리,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미래경영의 그의 안목은 한 수 배우고 싶을만큼 욕심나는 대목이다.
그에게는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다. 가난한 목회자였지만 늘 나눔을 강조한 아버지 덕분에 그도 지금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에 독자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콧끝이 시큰하다. 빚으로 시작한 약국경영에서 소액이지만 매달 장학금을 전달한다. 경제적으로 당장은 힘들지만, 힘들때 나누지 않으면 나중에 부자가 되어서도 나눌 수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콩이 반쪽일 때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콩이 한 말이 있어도 나눌 줄 모른다' 고. 배가 곯아도 남의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날 때는 그 집에 가지 말라던 아버지, 하지만 우리집에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이 생겼는데 친구들이 몰려온다. 어린 마음에 약이 오르지만 아버지는 모두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준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도 다함께 사는 법을 가르친 아버지의 산 교육이었다. 눈 내리는 새벽녘, 빗자루를 쥐어주며 내 집 앞 뿐아니라 옆집까지 쓸게 했던 아버지. 그때는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는 그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만들어준 은인이다.
언제 어느 때 추방당할 지 모르는 집안 도우미에게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 미리 주는 집주인, 직원의 아내나 남편을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타이밍에 맞추어 능력만큼 보너스를 지급해 주는 사장님, 자신의 자식들이 나눔에 인색하지 않고 타인과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 모두 그의 모습이다. 그의 인간미에서 따뜻한 감동과 경영의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깊은맛의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