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조카들이 우리집에 왔을 때 컴퓨터 게임을 다운받으면서 바이러스가 침투했는지 잘 되던 나의 컴퓨터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컴퓨터도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동거리다가 비장한 마음으로 결국 포맷을 결정한다.  컴퓨터의 뇌를 하얀 백짓장으로 만든것이다.  그 동안 저장된 자료들이 꽤 있었지만 다른곳에 옮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몽땅 없애버렸다.  아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시원하다는 생각! 일희일비의 순간!  그리고 백지위에서 가볍게 다시 시작했다. 

 

   주인공 케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포맷한 나의 컴퓨터가 생각났다.  케로의 복잡한 머릿속을 텅비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항상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가끔 끔찍한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 우울증에는 원인이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어린시절 삼촌에게 당한 성폭행, 부모의 이혼, 엄마의 무관심, 현재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 실직 등.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몇 가지 요소 (가족,사랑,집,직업,친구) 중에 케로는 그 중 몇 개가 결핍되어 있다고 스스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가 원하는것?  애정이 듬뿍 담긴 감정표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유대감, 안락한 가정, 그리고 둥지.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딸을 위해 마음을 열고 보듬어 주는 엄마가 가까이에 있고 항상 충돌하고 이기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이해심 충만한 새로운 남자친구도 생겼다. 이제는 알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케로는 또 다시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도지고 만다.  지금의 행복이 불안하다. 언젠가 또 사라지고 말 것같은 긴장!  대체로 잘 돌아가고 슬프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케로는 뭔가 캐내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  뭐가 문제지? 이 평화의 원인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가 다시 뒤엉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신경과 전문의는 냉정하게 한 마디로 조언한다. "그럼 중단하십시오." "뭘요?" "생각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닥치지도 않은 일을 지레 걱정하고 그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 걱정은 실제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다.  현대를 사는 우리, 어느 정도는 불안과 우울증을 앓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  이럴 때 약이 되는 것은 강력한 항우울제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포용과 배려 그리고 따뜻한 말 한디가 아닐까 한다.  위의 낱말들은 개개의 뜻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는 하나의 뜻이다.  따뜻한 나의 한 마디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에게 힘이되고 약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 다시금 깨닫게하는 이야기이다.

 

  한창 아름다울 20대 여성, 케로!  케로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케로의 마음먹기에 달려있겠지만, 주위에 사랑가득한 사람들이 생겼으니 꼭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우울증 극복기라고 해서 칙칙하거나 그녀의 우울이 이입되지는 않는다. 항상 번역체의 난감함 때문에 외국작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작가의 솜씨인지 번역작가의 능력인지!  방해요소가 없으니 한편의 드라마를 감상하는듯 속도감이 붙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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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글 2010-01-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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