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1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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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하면 평생 아름다운 동화를 썼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불우했던 그가 떠올라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안데르센은 더욱 반갑고,애틋했다.

 

어린 시절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덧없이 물방울로 변한 인어공주를 보고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안데르센 동화집>에는 어린 시절 그림동화로 보았던(글보다 그림이 많아 보았다란 말이 어울리는) <인어공주> <엄지아가씨>

 

<황제의 새옷> <들판의 백조><꿋꿋한 주석 병정> 들이 펼쳐진다.

 

어, 이것도 안데르센 작품이었나 하고 한번 놀라고, 어린시절 안데르센 작품을 은근 많이 접했단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하나같이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상상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저리 가라다)

 

특히 책 속 삽화가 안데르센 동화와 정말 잘 어울려 그림만 보는 즐거움도 크다.

 

<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에는 위험에 처할 때마다 꾀로 위기를 요리저리 피하는 작은 클라우스와 욕심에 눈이 멀어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큰 클라우스가 나오는데 꽤 무서운 장면도 나온다.

 

(안데르센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만 쓴 게 아니구나 생각하면서도 몇 작품밖에 안 읽고선 편견에 사로잡힌 나도 참...)

 

<어린 이다의 꽃> <행복의 덧신> <하늘을 나는 가방>은 아이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좋겠다.

 

안데르센을 동화작가뿐 아니라 환상작가, 성인작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잃어버렸던, 아니면 잊고 있었던 동심과 추억을 안겨준다.

 

 그리고 또 하나.

 

 옛 친구를 만나 가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행복의 덧신을 신고  다른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하고,

 

꽃 장례식에 참석하며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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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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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는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심과 함께 좌절감을 안겨준다.

 소리 없이 다가와 육체적, 정신적으로 옥죄어 삶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당신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어째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기분이 하염없이 좋다.

 갑자기 눈앞에 환상이 펼쳐지고 끝없는 행복감에 빠진다.

 어째 뭐가 이상하다?

 

 사건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른들 말대로 나는 끈기도 패기도 없는 요즘 것들 중 하나였다. 어른들 말대로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나는 가뜩이나 없는 돈에 고생까지 사고 싶지는 않았다"

 

  백수와 다름없는 시나리오 작가 옥택선은 어느날 과학자 남수필과 소개팅을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남수필은 바이러스 감염자.

 

 남수필은 절대 치료약을 먹지 말고, 이균을 찾으라는 알 수 없는 문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하루아침에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옥택선!

 그녀는 이균을 만나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을까?

 

칙릿 소설을 연상할 정도로 경쾌하고 빠른 전개와 톡톡 튀는 대사가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톡톡 튀는 조연(미리 - 불장난을 좋아하는 그녀의 엄마 정체가 심히 궁금하다,  파워레인저) 등장, 이균과의 만남, 키스 사건 등을 정신 없이 따라가며 앞으로 펼쳐질 옥택선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점쳐 보지만 막상 뒤로 갈수록 기운이 빠진다.

바이러스 가이드가 된 옥택선이라니..

옥택선이 대활력하며 세상에 일괄을 날릴 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가이드가 된 모습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청춘극한기>란 제목처럼 옥택선이 자주적으로 바이러스와 결렬히 사투해 청춘의 희망을 보여주기 바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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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 : 서울.경기도 편 지명이 품은 한국사 1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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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이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자신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인생의 행로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쉽게

 

생각하는 일이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도 이러한데 하물며 지명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내가 사는 지역을 펼쳐 보았다. 왠지 모르게 내가 사는 곳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그리고 세계지도를 펼치고 세계여행의 꿈을 펼치는 아이처럼 내가 자주 이용하는 지역을 앞으로, 뒤로 찾아 다녔다.

 

내가 평소에 다녔던 곳이 이제는 새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문이 열린 것이다.

 

책은 지명을 서울과 경기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뜻을 헤아리지 않고,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지명이 생각보다 많이 한자로 되어 있단 사실에 놀랐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지명 속에 숨겨진 내용들이 재미를 더해 주었다.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미꾸라지가 살던 용동 마을의 이야기,

 

난지도가 땅콩밭이 된 사연, 소주 1병을 무덤에 같이 묻어 달라는 손순효 등)

 

또한 몰랐던 역사적 내용까지 알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1석2조의 효과가 따로없다.

 

이 책은 한번에  쭉 읽는 것도 좋지만, 손 닿는 곳에 두어 평소에 자주 찾아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알고 있던 곳이 이젠 더 이상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사족) 지명을 쭉 나열하여 설명하는데, 중간에 쉬어 가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한숨 돌리며, 다음 장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숨이 가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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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재닛 윈터슨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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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모던클래식 중 가장 먼저 접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3살에 쓴 이 작품으로 저자는 저명한 휘트브레드 작품상을 받았고, 이 작품은 BBC 방송국의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되어 흥행되었다고 한다.  

뒤표지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성장기란 문구에 다소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내용을 내심 기대했다. 
오랜 세월 동안 종교와 동성애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넷'을 통해 종교와 동성애란 금기어를 표현한다. 
차례는 성경의 구약 목록 순서와 같이하는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에겐 차례 자체가 낯설었다.
  

지넷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기독교를 믿어왔다. 
 문제는 지넷의 어머니가 기독교를 맹렬히 믿고 따른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캐리> <불신지옥>의 어머니 역이 겹쳐 보였다.

학교가 지넷을 타락시킨다는 점을 내새워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지넷의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것을 성령이 충만했다고 여기는 모습은 SOS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오렌지야말로 유일한 과일이지.'라는 그녀의 말과 상통한다.

 그녀에게 오렌지가 유일한 과일이듯 기독교야말로 유일한 종교이며, 그 외의 것들은 이단이다. 
지넷은 자신의 판단이 서기도 전에 어머니께 기독교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멜라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 사건으로 지넷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어머니는 몰랐을 테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여왕, 백색 여왕이 아니었다. 담장은 보호하고 동시에 제한한다. 무너지는 것도 담장의 본질인 것이다.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이 자신의 트럼펫을 볼 줄 알게 된 결과다. P.190

 
중간 중간 다양한 동화가 삽입된 구성이 특이하긴 했지만, 동화와 본문 내용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나에겐 좀 어려웠다.
이 책이 나온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에서는 제2의 지넷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명동에서, 지하철에서...지넷은 동성애를 통해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닌 세계로 나왔듯이, 제2의 지넷도 더 넓은 세계로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생각을 조금만 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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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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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모양의 퍼즐이 그려진 표지가 산뜻하다.

책을 들쳐보니 270페이지나 되어, 꽤 오랫 동안 손에서 잡고 있어야겠구나 했는데 웬걸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권지예 씨의 <폭소>나 <꽃게무덤>을 읽어보긴 했는데, <퍼즐>은 좀 독하다.

<퍼즐>은 총 일곱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독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충격적인 결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소설은 강렬하고,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

 

<red>에서 침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b는 e와의 사랑의 결정체였던 침대를 그녀와 헤어지고도 사용한다.

헤어지기 전 그들은 서로에게 받은 물품을 주고받았지만, 침대만은 b가 소유하게 된다.

b의 부인인 d가 우연히 그 침대의 사연을 알아버리고, 그 침대를 버릴 것을 요구하지만 b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d는 어떤 세제나 소독약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b의 죽은 몸에서 썩어 문드러져 흐른 시즙이 묻은 침대를 e에게 보낸다.

마지막의 '침대는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게 d의 생각이었다'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d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오싹해진다.

 

<퍼즐>에서 여주인공의 일상은 퍽퍽하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전처의 딸, 오로지 그림에만 관심 있는 남편, 지난 세월 딸을 임신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버려야 했던 기억들.

 

"간혹 나는 내가 흔들어 놓은 맥주 캔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겉은 멀쩡하지만, 거품이 뿜어져 나오는 맥주 캔처럼 따기만 하면 내 안의 증오와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아아, 주술적인 힘이라도 빌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다면, 그런 면에서 나는 안씨가 부러웠다." -p54

 

 그녀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세 번의 자살 시도가 보여주듯 그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정착하지 못한채,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남편의 "마치 아내가 한때 그토록이나 몰두했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처럼." 말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바람의 말>의 조장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네비야, 청산가자>에서 만수가 4박 5일간 조선족 여인과 결혼 성사하는 과정을 보며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여주인공 오영실>은 미스터리하다. 소설가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작가의 예전 작품의 주인공인 오영실이 자기라고 밝히는 그녀와 소설가는 만날 약속을 한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자기와 닮은 여자가 교통 사고를 당하고, 그녀가 오영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꽃 진 자리>에서 향이 엄마는 남자에게 두 번 버림을 당한 후 결국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고,<딥 블루 블랙>의 여주인공도 스스로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은 모두 여자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길을 잃었고, 상처를 받았으나 치유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여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권지예씨의 작품과 달리 충격적인 결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양한 여자들의 모습이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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