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지음 / 프런티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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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전인문학자 고미숙이 '백수'를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연암과 엮어 풀어냈다. 

소위 금수저에 해당하는 연암은 백수를 자처하면서도 어떻게 즐겁게 살았을까,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백수는 일하는 자를 부러워하고, 일하는 자는 백수를 부러워한다. 

특히 백수는 소속감이 없기 때문에 자기 비하는 물론 자존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연스레 자꾸 움츠러들어 나도 모르게 생활 공간, 활동 범위가 좁아든다. 


이 책에서는 '백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생각만 다르게 한다면 백수는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존재인 것이다. 


"백수는 취준생의 연장이거나 루저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21세기가 간절히 바라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p.101


연암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그가 비주류라는 느낌보다는 완벽한 인물이 따로없다. 

조선시대에 사대부가 직접 밥을 짓고, 고추장까지 만들어 먹는다. 게다가 부인과 누이 사랑도 지극한데다 사별 후 재혼을 하거나 첩도 들이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렸고, 술을 먹되 정도를 지켰다.(놀라운 절제력까지!!)


백수가 되면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를 자꾸 가두게 되는데, 연암은 오히려 자신의 자유로운 상황을 이용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여행을 다녔으며,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가지 생각이 상충하게 된다. 

발생의 전환으로 백수란 상황을 즐기고, 활용하며,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내적 동기(뭐라도 시도해봐야겠다, 당장 골방을 탈출해야겠다 등)도 꿈틀거린다. 

 

저자는 계속 말한다. 

4차산업혁명으로 소수에게만 허용되었던 정신활동을 이제는 누구나 매진할 수 있다고. 

미래에는 노동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그런데 노동은 얼마간의 숙련 기간을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신활동도 누구나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개인의 역량에 따라 개인 차도 많이 나고, 소외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백수에게 하는 조언은 새롭지는 않지만, 동기 부여는 확실히 주긴 준다.  

다만, 책이 뿜뿜뿜~ 뿜어내는 긍적, 낙천, 핑크빛, 하면 된다, 넘치는 캐발랄 기운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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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피해자
천지무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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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피해자 


작가 천지무한은 처음 들어보는데, 이 책이 타이완 독자들이 뽑은 '재미있는 추리소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에 선정되었고,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니 기대가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콘셉트가 특이하다.

추리소설을 범인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라 친다면, 이 책은 처음부터 중요 패를 까발린다. 


유명한 설치예술가인 팡멍위는 새 명의 여성을 살해하여 체포되었지만,그 어떤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자살한다. 

(팡멍위는 건전지를 삼켰는데, 이로 인해 패혈증을 일으켜서 죽는다. 이렇게도 죽을 수도 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자살 방식이 좀 의아했다. 

건전지를 삼킨다고 100% 죽는 건 아닐 텐데, 왜 그는 100% 확실한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을까.)



팡멍위는 죽기 전에 네 번째 피해자에 대한 암시를 네 번째 피해자가 될 뻔한 자신의 학생 저우위제에게 남긴다. 

이제 망멍위가 세 명의 피해자의 시신을 어디에 숨겼는가, 네 번째 피해자가 나타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이 책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검찰이나 사립 탐정이 사건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방송국 앵커 쉬하이인과 그의 동료가 뛰어난 정보력과 발빠른 기동력을 발휘하여 

경찰보다 먼저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사건의 핵심에 근접한다는 점이다. 


또한 실시간 뉴스 내용, 대본, 인터넷 댓글 등을 중간중간 별도의 페이지로 구성하여 수시로 바뀌는 사건 상황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전해준다.   



다만, 앵커 쉬하이인의 캐릭터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감정 이입이 힘들었다. 

특히 쉬하이인과 남편, 시어머니의 관계가 너무 단선적으로 그려 오글거릴 정도였다. 

남편의 배려 깊은 성격을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결혼하여 두 여자 사이에 치여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퉁쳐버리고.

(작가가 관계 표현에는 서툰 것 같다. 뒤에 나오는 쉬하이인과 저우위제의 대화도 다소 유치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앵커 쉬하이인이 중요한 참고인인 저우위제를 충동적으로 집에 데려가는 부분이었다. 


//"그때 쉬하이인의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렇게 하면 코앞에 닥친 온갖 일,직장과 가정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좡징에게도 본때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동료인 좡징보다 먼저 사건을 파헤치고 싶은 야욕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가정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니?

프로페셔널의 기본은 공사 구분 아닌가!

앵커 쉬하이인은 시어머니의 해외 여행으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지자 저우위제에게 아이를 맡길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아이를 맡겨버리는 쉬하이인의 이기적인 성격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엽기적인 형태의 피해자 시신 발견, 저위위제를 둘러싼 의혹, 또 다른 죽음, 앵커 쉬하이인 딸의 실종 등 다양한 사건이 정신없이 펼쳐지면서 

하나의 진실로 모인다. 놀라울 정도의 반전보다는 혹시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던 의심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치닫는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치가 많기 때문에 한번 읽기 시작하면 쭉쭉 잘 읽히지만, 

그 점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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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0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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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꽤 열심히 읽었는데,한동안 잊고 있었다. 

벌써 10권이나 나왔다니, 괜시리 감개무량해진다. 


이번에는 피터 하인즈의 등장으로 사건이 시작한다. 

특별한 일상이 없는 조용한 마을에 아름다운 외모의 젊은 남자 피터 하인즈가 이사 온다. 

이방인의 매력을 끌만 한 특별한 매력이 없는 마을에 뉴페이스가 등장했으니 

간만에 마을이 시끌벅적하다. 


마을의 여자들은 하인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를 가꾸기 시작하고, 

남편들은 그녀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니 당연 피터가 눈엣가시가 되었다. 


하인즈 또한 이런 인기를 즐기는 듯 자신의 매력을 뿜뿜 풍기며 

마을 여자들의 마음을 얻는다. 여자들 사이에는 하인즈를 사이에 두고 알게 모르게 

경쟁과 시샘이 오간다.  


하인즈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험악해질 무렵 

갑자기 하인즈가 소리, 소문도 없이 이사를 간다. 

그 누구도 하인즈를 본 사람도 없고,그 행방도 묘연하다. 


해미시는 하인즈의 갑작스런 사라짐을 이상하게 여기고,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하인즈와 마을 여자들의 비밀이 밝혀진다.


이번 편은 하인즈의 등장으로 마을 여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계속되는 어긋남과 다툼.

소피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엇나가는 모습에 아,, 절로, 왜그래.. 안타까움이...

그러는 사이에도 해미시는 도둑을 잡는 둥 열 일을 한다.


하인즈에 대한 분량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도대체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던 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나중에 밝혀진 그의 행동에 

정말 기겁했다.아니? 왜? 그렇게까지?


앞으로도 해미시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마을을 돌아다니며 차를 몇 잔씩 얻어 마시고,  

사건이 일어나면 조용하게 해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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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감옥 -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왜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는가
폴 윌리엄스.트레이시 잭슨 지음, 조은경 옮김 / 판미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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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매번, 이번에는 정말 할 수 있을 것처럼,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은 커녕 한 번 이상 시행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신년을 맞이하여 <습관을 감옥>이 적절하게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가수, 작곡가, 배우인 폴 윌리암스와 극작가인 트레이시 잭슨가 자신의 중독 경험을 바탕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여섯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습관의 감옥을 탈출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하나하나 고쳐나간다면 누구나 탈출할 수 있다. 


습관을 단순히 쇼핑, 음식, 술, 도박 등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으로만 단정 지었는데, 

좋지 않은 선택 반복하기, 좋지 않은 관계 유지하기 등 감정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놀랐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감정적인 부분까지 습관을 개선해나간다면 정말 삶이 놀라울 만큼 달라지고 내 삶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 같다. 


챕터마다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리스트가 있어 이를 숙지하면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중간에 저자인 폴과 트레이시의 경험담이 박스로 수시로 나와 정신이 없고, 

표지와 비슷한 주황색으로 표시해서 눈의 피로도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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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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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작가의 새 작품으로 유령작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흔히 "고스트라이터'라 불리는 유령작가는 남의 작품 대신 써주기, 대리 번역, 자서전 집필 등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글쓰기에 주력한다.

 

 

작가 김시영은 한때 문학상을 받으며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이카루스라는 이름으로 웹소설을 대필하고 있다. 대필 작품은 조회수 2위를 기록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장 돈을 벌어야 그 돈으로 시간을 벌고 번 시간에 내 글을 쓸 수 있는데.... 돈을 벌려고 유령작가 짓을 하느라 내 작품을 쓸 시간이 없다.

 

김시영은 자신의 글을 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대필 작가로 연명하며 자신의 꿈은 저 멀리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여배우 차유나의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으며 김시영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그가 쓰는 대로 인생이 바뀌는 것. 이 사건을 빌미로 그의 인생은 파란을 겪게 된다.

김시영을 납치해 글을 쓰게 한 엔터테인먼트 큰손 강태한에 대항해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갖은 오진수와 파란만장한 활극을 펼친다.

 

이 소설에서 고스트라이터즈인 김시영과 오진수의 케미는 전작 <망원동 브라더스>처럼 유쾌하고 통통 튀며 빠르게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예상지 못한 반전과 빠른 전개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미은의 눈부신 성장이다.

 

대필 작가를 하던 미은은 처음에는 김시영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 놀랍게 성장하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여전히 많은 대필 작가들이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음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시영처럼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는 한 그들이 양지로 나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실적이면서 슬픈 판타지다.

 

고스트라이터즈의 통쾌하고 신나는 활극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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