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재닛 윈터슨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민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모던클래식 중 가장 먼저 접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3살에 쓴 이 작품으로 저자는 저명한 휘트브레드 작품상을 받았고, 이 작품은 BBC 방송국의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되어 흥행되었다고 한다.  

뒤표지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성장기란 문구에 다소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내용을 내심 기대했다. 
오랜 세월 동안 종교와 동성애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넷'을 통해 종교와 동성애란 금기어를 표현한다. 
차례는 성경의 구약 목록 순서와 같이하는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에겐 차례 자체가 낯설었다.
  

지넷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기독교를 믿어왔다. 
 문제는 지넷의 어머니가 기독교를 맹렬히 믿고 따른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캐리> <불신지옥>의 어머니 역이 겹쳐 보였다.

학교가 지넷을 타락시킨다는 점을 내새워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지넷의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것을 성령이 충만했다고 여기는 모습은 SOS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오렌지야말로 유일한 과일이지.'라는 그녀의 말과 상통한다.

 그녀에게 오렌지가 유일한 과일이듯 기독교야말로 유일한 종교이며, 그 외의 것들은 이단이다. 
지넷은 자신의 판단이 서기도 전에 어머니께 기독교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멜라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 사건으로 지넷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어머니는 몰랐을 테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여왕, 백색 여왕이 아니었다. 담장은 보호하고 동시에 제한한다. 무너지는 것도 담장의 본질인 것이다.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이 자신의 트럼펫을 볼 줄 알게 된 결과다. P.190

 
중간 중간 다양한 동화가 삽입된 구성이 특이하긴 했지만, 동화와 본문 내용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나에겐 좀 어려웠다.
이 책이 나온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에서는 제2의 지넷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명동에서, 지하철에서...지넷은 동성애를 통해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닌 세계로 나왔듯이, 제2의 지넷도 더 넓은 세계로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생각을 조금만 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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