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하면 평생 아름다운 동화를 썼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불우했던 그가 떠올라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안데르센은 더욱 반갑고,애틋했다. 어린 시절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덧없이 물방울로 변한 인어공주를 보고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안데르센 동화집>에는 어린 시절 그림동화로 보았던(글보다 그림이 많아 보았다란 말이 어울리는) <인어공주> <엄지아가씨> <황제의 새옷> <들판의 백조><꿋꿋한 주석 병정> 들이 펼쳐진다. 어, 이것도 안데르센 작품이었나 하고 한번 놀라고, 어린시절 안데르센 작품을 은근 많이 접했단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하나같이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상상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저리 가라다) 특히 책 속 삽화가 안데르센 동화와 정말 잘 어울려 그림만 보는 즐거움도 크다. <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에는 위험에 처할 때마다 꾀로 위기를 요리저리 피하는 작은 클라우스와 욕심에 눈이 멀어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큰 클라우스가 나오는데 꽤 무서운 장면도 나온다. (안데르센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만 쓴 게 아니구나 생각하면서도 몇 작품밖에 안 읽고선 편견에 사로잡힌 나도 참...) <어린 이다의 꽃> <행복의 덧신> <하늘을 나는 가방>은 아이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좋겠다. 안데르센을 동화작가뿐 아니라 환상작가, 성인작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잃어버렸던, 아니면 잊고 있었던 동심과 추억을 안겨준다. 그리고 또 하나. 옛 친구를 만나 가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행복의 덧신을 신고 다른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하고, 꽃 장례식에 참석하며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