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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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많다.

위기, 최악, 멸종.

이런 분들이 좋아하는 단어다. 이건희 회장이 살아생전 주구장창 외치던 위기론을 본 받은 건지 아님 주변에서 머라고 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해결책은 전혀 없고 주장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거의 없다.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그걸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정확히 어떤 방법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없고, 두리뭉실한 나열된 이미지와 지극히 편협한 과대한 공감론만 보인다. 숫자를 이야기하면서 출처 표시도 거의 없고, 위험하다고만 떠들면 누가 공감을 하고 행동에 나설 것인가.

가장 화가 나는 건 해결책의 부재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나열하지도 못 한다는 것. 진짜 환경을 위하고 동물들이 잔인하게 죽는 게 걱정이라면, 지구 인구 10억 명 이상이 가난에 시달리며 도움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건 왜 언급하질 않는지 모르겠고, 환경을 이야기하고자 하면서 가장 큰 핵심 문제인 에너지 문제를 왜 거론하지 않는 건지, 그 가벼움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갑자기 마지막에 젠더 문제는 왜 나오는 건지 좀 당황스러운데, 진짜 환경을 위한다면 제대로 된 글이 필요하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셰렌버거),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스티븐 E. 쿠닌) 꼭 읽어보시길. 진짜 기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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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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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이 빅뱅의 극초기 비밀을 풀 수 있수 있다는 중요성을 언급한 과학 교양서는 처음 본다.

/점점 더 멀어지고 기하급수적으로 팽창되는 우주에서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외로워진다. 멀수록 더 멀어진다는데, 그 말은 즉 지금이 가장 가깝다는 것. 참 시적인 게 인류는 궁극적으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의 망상이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는데 하루라도 빨리 우주로 나가 우주인이 되어야 관련 마켓(자본주의 참 무섭지)도 생기고 인류의 수명도 늘어나고 보존될 확률도 늘어난다.

/반물질보다 물질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시간 = 물질 - 반물질?

/멀어질수록 더욱더 멀어진다니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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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은 빅뱅 후 첫 100만분의 1초를 들여다보게 하는 첫 번째 창문이 될 것이다. -220p

수천의 광년의 거리를 둔 두 점 사이의 공간은 매우 빠르게 팽창하는 정도를 넘어, 빛의 속도보다도 빠른 속도로 팽창한다. ••• 그 결과, 우리가 쏘아 보낸 빛 또는 신호는 이 먼 은하에 결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250p

새로운 눈으로 무엇을 바라보면 이전에 아예 볼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2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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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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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견도 없고 배경에도 참 무지하지만, 머릿속 생각들이 텍스트로 옮겨지는 프로세스에 감탄을 하게 된다.

나도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드는 감정은 ‘표현한다’라는 정의에 대해서, 그 어떤 철학적인 인생에 대해, 개뿔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글도 하나의 표현 방법이고 그 내공이 진지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다 표현을 하고 산다. 인간은 기록의 동물이고 표현하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한다. 글 속에서 바닷바람이 느껴지고 멀미도 느끼고 짠내도 나고, 분노와 기쁨 절망과 사랑도 느껴지는데 나도 툴은 다르지만 그 표현력과 영향력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그 자유분방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기록으로 이어지는 저 과정이 참 부럽다.

영화 ‘콘택트’에서 웜홀을 타고 광활하고 경의로운 은하수를 보고 난 뒤에 엘리의 대사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왔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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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혀 가식적이지 않으며 거리낌 없이 말하고 머리에 떠오른 것을 아주 순진하고 단순하게 쓰기 때문에 -249p

우리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먹구름 사이로 빛나는 달처럼 땋은 검은 곱슬머리 사 이로 창백한 장밋빛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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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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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텍스트. 큰 범위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새롭고 신선한 어떤 것들은 항상 존경받아야 한다.

동성애나 다양성 존중에 대한 몇 번의 문구를 본 뒤에 ‘애 게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이성 백인이라고 말한 뒤에 나의 무지한 선입견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로 시작해 익숙한 주제로 끝나는 아쉬운 전개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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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카락 이야기는 갑자기 뜬금없다 생각했는데 한 번도 헤어컷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이런 글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미용실을 갈 때면 긴장하곤 한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란 물음에 대한 대답을 모르기 때문에. 지금도 대답을 모른다. 그냥 짧고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그리고 후회한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이게 아닌데. 근데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멋져 보인다. 자뻑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발만큼 쉽게 처음 보는 타인에게 나만의 공간을 내어주는 행위가 없다(멀쩡한 상태로).


2..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큼 긴장되고 긴장되는 이벤트가 없다. 이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관심이 없는 이야기를 떠드는 게 아닐지, 아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해야 될지.

내 경험 중에 가장 곤욕적이었던 해외 출장지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건넬 때인데, 프랑스 기차에 배치된 휴대폰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 옆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 불어로 머라 했는데 못 알아듣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을 때. 미국 출장 중 거리 건물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옆에서 담배 피우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 관광객인 나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다가왔지만 갑자기 어버 거리며 거절했을 때(둘 다 너무 무안했다). 인천 공항에서 터키인이었나 배기지 클레임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패신저에게 갑자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하애지면서 대충 떠돌고 그 자리를 도망친 기억까지. 아무튼 몇몇 가지가 더 생각나긴 하는데 모르는 사람(혹은 다른 언어) 과의 스몰 토크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공포감이요, 참으로 불편하다.

3.. 이젠 통화다. 전화 통화는 참 어렵다. 침묵을 참을 수 없다. 상호보완적인데 눈치 보기 바쁘다. 동시에 즉각적인 매체이고 빠르다. 무섭고 편한 인류 과학의 결정체이다.

4.. 자동차. 거대한 모바일. 가장 작고 효율적인 메카닉 유닛. 가장 은밀하고 밀착 공간.

5.. 음식을 통한 뻘쭘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

6.. 클럽에 마약이라니. 문화적인 차이인가.

7.. 오늘도 센트럴 파크를 가보는 대신 유튜브로 접한다.

8.. 많은 인간들이 안전한 공포의 스릴을 즐긴다. 극장 경험이 가장 대표적이다. OTT에 밀려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매체가 아니라 콘텐츠이다.

9.. ‘악수’란 나에겐 무기가 없고, 적대적인 감정이 없다는 근원이 상식 아닌가. 코로나 이후로 이런 문화도 사라지고 있지만, 참 코로나가 많은 걸 변화시킨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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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존 다이어 외 지음,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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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모음집에 이은 걷기 모음, 고급 뷔페 2탄.

1장에서 걷기의 즐거움에 대한 아주 유쾌하고 정적인 헌사라고 한다면, 2장부턴 시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아직 소양이 짧아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음미하고 즐기는 내공이 아닌가 보다.

3장부터 마지막 4장까지는 책 제목 ‘걷기의 즐거움’이 아닌 억압과 다양성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이는데 글쎄, 엮은이의 의도라도 해야 되나. 걷기의 즐거움이랑 연관성이 좀 떨어지는 게 눈에 띄었고, 고통과 해방의 걷기라는 부제목이 더 어울린다.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여러 나라의 작가들도 좀 넣어주는 게 보기 좋지 않았을까. 죄다 영국인들만 소개해 줘서 하는 소리다.

각 내용들이 너무 짧은 것도 흠. 그래도 고급 뷔페는 고급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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