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면서 툭툭 내뱉는 이 심리묘사들을 보고 있으면 무슨 재난 영화와 유사한 아니 그보다 더욱더 커다란 울림을 계속해서 어퍼컷처럼 두들긴다.영화에선 보기 힘든 디테일한 심리들이 돋보이는 이 소설을 보면, 역시나 시각적인 이미지보단 심리 묘사가 특히 이런 거장들의 일본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문학이 휠씬 더 매끈하게 잘 어울리는 매체인 것 같다. ‘인간 실격’이나 ‘마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만큼 문학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 텍스트는 보다 복합적인 심리묘사가 가능하고 영상은 직관적이고 함축적이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이다.일상의 편견을 다루는 솜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독보적인 것 같다. 감독 작품 몇 편밖에 못 봤지만 그의 작품은 전부다 같은 톤이 있다. 고도로 편집된 잔잔한 편견은 강렬한 영화적 요소로 서서히 용암처럼 조근조근 꿈틀꿈틀 다가온다.아버지를 닮기 싫은 아들은 닮았기 때문이다. 료타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금방 지나가는 신인데, 소설에서는 꽤 비중이 크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고 이 소설을 읽으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는 느낌도 있지만, 뭐랄까 좀 더 깊게 보인다고 해야 되나. 완전체를 보는 기분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떠오르는 이 역사 만화책은 가장 친근하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바로크 양식에 대해 관심의 눈을 뜨게 만든다. 이런 방식을 정말 존경하는데, 기획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플롯을 설정하는지 그 창작의 고민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인 걸 알기에 존경한다는 것이다.바로크 양식은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이지만 동시에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 짓기엔 조금 두리뭉실한 느낌이 있다. 이 책 덕분에 조금이나마 바로크에 대해 알 수 있었다.황금기라고 하지만 역사는 항상 승자들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어두운 그림자들에게 관심을 쏟은 부분(52p)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껏 본 책 중에 제일 좋아“요즘 전래동화 책만 보다 숨은 그림 찾기 서적은 처음 보는데, 아들이 정말 재미있게 봤다. 아빠랑 같이 찾는 재미도 있고 난이도도 적당한 듯. 사실 글이 많은 책들은 읽어주는 아빠도 곤욕일 때가 있는데 숨은 그림 찾기는 어른들도 같이 집중해서 끝까지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한 장에 여러 개의 숨은 오브젝트가 있으면 더욱 오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어릴 적으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만큼 가볍고 어리석은 물음이 없겠지만, 은하수 사진을 볼 때마다 항상 드는 건, 다시 돌아간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어떤 일에 대한 판타지는 직업 불문 과대하게 다 존재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다시 태어난다면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우주 속 저 경이로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찌릿찌릿 짜릿하고 가슴이 울렁울렁 거린다. 나도 찍어보고 싶다란 욕망과 열정이 분출되는 느낌을 갖는 건 정말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면서 너무나 필요한 에너지이다. 우주야말로 인생의 절망과 구렁텅이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종교이자 완벽한 도피처가 된다.이 책은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SF를 생각하고 표지를 열어보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래서 하나의 커다란 세상을 창조하는 일에 SF란 단어는 단순히 좁은 의미에 가까운 규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크게 보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지, 어떤 고난을 헤쳐 나가는지에 대한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에서 위안을 얻고 글을 읽어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인생을 간접 체험하고 즐기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