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어어엉!""허엉!"통곡이었다.지금까지 자신을 믿어 왔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는 자책감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흘리는 회한의 눈물이었다.그들의 울음소리는 일 각이 지나도록 그칠 줄 몰랐다. 천붕(天崩)이라도 당한 듯, 가만 놔두면 삼 일 밤 사 일 낮이라도 그렇게 지새울 것 같았다.하지만 윤천회는 제지하지 않았다. 조금의 위로도 건네려 하지 않았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하는 것이다.
"부탁이 있습니다."호곤은 얼빠진 눈으로 윤천회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부탁을……?""구덩이를 하나 파 주십시오."윤천회는 복면인들과 괴물들을 슬쩍 돌아본 뒤 덧붙였다."많은 자들이 묻힐 겁니다."
"힘을 내시오, 힘을!"그자의 고통을 지켜보며 윤천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말뿐이었다.
"그가 왜?"호곤의 비명 같은 물음은 ‘그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라면 절대로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었다."절대로 그일 리는 없지요!"
‘우연일까? 그럴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