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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박선미.김희순 지음 / 갈라파고스 / 2015년 3월
평점 :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영화 [메트릭스]의 네오가 진실을 보는 알약을 먹은 그런 기분이 들것이다.
이전의 깨달음, 지식, 당연한 상식까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영국의 경제학자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를 읽으면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라는 의문에 답을 해준다.
베스트셀러로 엄청나게 팔린 이 책에서는 국가가 도둑인 나라 콩고를 예를 들며
어쩌다 쿠테타로 집권하는 도둑과 장기독재로 집권하는 도둑의 차이를 설명한다.
가난한 나라의 반복되는 가난의 굴레의 일차원인을 권력의 부정부패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빈곤의 연대기]책에서는
서구 선진국들이 팀 하포드처럼 가난한 나라의 내부적인 부조리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독점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들의 착취에 대해서는 함구한다고 한다.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들은 심지어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자원을 헐값에 가져가는 다국적 기업과
그것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권력자들 때문에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 불합리한 악의 축을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비호하고 유지시켜 주는 것은 물론이다.
다시 팀 하포드의 같은 책 [경제학 콘서트](1권과 2권이 나왔는데 1권이다.)의 이야기를 보자.
그는 값싼 커피농장에 대해서 경제학적인 원리로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그는 경제학자답게 경제학적인 논리를 펼친다.
커피는 적당히 따뜻한 기후에서 쉽게 재배가 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기후만 맞으면 재배할 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싼 가격에 형성된 커피가 비싸지면 다른 나라에서도 재배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커피의 공급이 많아지며 다시 시장의 원리로 가격은 하락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예로 이전에 없던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베트남을 들었으며
미국도 재배가 가능하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재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설명은 아주 그럴듯하게 들린다.
나 역시 [빈곤의 연대기]를 읽기 전에 불과 한두 달 전에
팀 하포드의 책을 읽으며 아무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빈곤의 연대기]에서는 카카오농장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팀 하포드가 하지않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국적 기업이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구축하고 노예나 다름없는 원주민들을 착취한다.
그리고 원두를 가공해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도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가지고 있다.
카카오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브아루는 폭락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카카오원두가격을 놓고
이 다국적 기업들과 치열한 싸움을 했지만 결과는 국가부도라는 완패를 맞이한다.
팀 하포드의 말대로 최대 생산국에서 가격을 올리면 다른 나라에서 시장의 원리로 재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기업이 보조금을 끊고 다른 나라에 농장을 만들어 재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를 한 나라는 그 싸움에서 패배를 하고 이전보다 더 형편없는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학자인 팀 하포드는 이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의 책에 나 역시도 열광 했었지만
그 역시도 선진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를 전파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인 서구 선진국 다국적 기업의 추악한 탐욕은 가리고
그럴듯한 허위를 퍼트릴 뿐이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좀더 이유를 알려고 들면(그렇게 하지 않지만)
잘못된 사회구조나 부조리, 독재, 타성에 젖은 종교나 문화 등의
그들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내부의 문제로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나라의 전쟁으로 중동지역이 원유가격을 올리는 카르텔을 조직하지 못하고
전쟁비용을 위해서 싼 가격으로 원유를 팔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은 종교, 문화, 종족, 권력 등등
아랍계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외부 이념 대립 등의 많은 요소들이 있는 전쟁이다.
하지만 어릴 때 나는 자원의 축복을 가진 그들이 전쟁을 치르느라
원유가격이 싸고 그 혜택을 우리가 누린다는 것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 했다.
우리에게 없는 귀중한 자원을 그들의 땅속에는 엄청나게 들어있다는 것이 불공평하니까
처절한 전쟁을 치르더라도 그것이 공평하다는 생각이었다.
[빈곤의 연대기]는 진실의 알약을 먹은 네오처럼 가려진 진실을 보게 해 준다.
내가 속한 나라는 다행히 가난을 벗어난 나라이며
외국의 값싼 수입품들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우리에게는 외국 다국적 기업들이 탐낼만한 자원이 없다.
그것이 축복이 되어 수탈을 당하지 않았으며
현재 노예처럼 사는 삶도 주어지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매일 내가 즐기는 커피는 가난한 나라의 착취로 얻어지며
그 혜택은 다국적기업이 거의 다 가져가고
우리에게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반사이익이 주어져 중독되어 살고 있다.
커피뿐 아니라 착취한 자원을 원료로 만든 가공품들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수입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우리는
그런 혜택이 없는것을 우리주변에서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매일 고된 노동을 하고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을
우리가 착취하며 안락하게 사는 것이다.
가나나한 나라사람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포기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얼마나 불편하고 어려워질지 상상도 못하겠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익과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착취당하는 그들은 그 이유를 모르며 그들을 착취하는 우리도 그 이유를 모른다.
나의 남은 평생을 그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고민해 보는 것이
진실의 알약을 선택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빈곤의 연대기]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힘든 고민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