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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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의 사과를 읽었을때 제일 처음 느낀 당혹감은 몇 페이지를 넘기도록 계속됐다. 좀더 읽은 후 그 당혹스러움이 내게 준 정체를 알게 됐다. 또 다른 의미의 '흙 묻은 감자'였음을. '입을 다 벌려 확인 시켜주고 싶은 사과'의 정체를. 다 읽은 나는 감자를 남겼는지 사과를 남겼는지를. 우리의 어느 때가 오래전 어느 때가 부유할 때가 있다. 너에겐 사과였을까 감자였을까.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포장길에 익숙해진 나의 '익숙'함을 직시하며 남은 사과를 먹었다.
21년 이효석문학상의 우수작품상 가운데 하나였던 박솔뫼 작가를 수상작으로서 만났음을 우연히 알게 되니 오래의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5명의 작가들 또한 어느해의 수상작으로서 만나겠구나 싶다. 다양한 관점과 어조로 이야기가 소중했다. 매해 이렇게 작가들은 자기 목소리를 성실히 담아낸다.
'의지'를 외치는 남대문 스카프아저씨처럼 나도 어떤 모양의 의지를 엮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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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이원정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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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슬픈 소설, 고백일 줄은 몰랐다. <연금술사>를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금'과 '감정'이라는 물성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떠올랐다. 감정의 물성이 다채로울수 있다는 것에서 그 변화가 슬프게 느껴짐에 있어서 약간의 당혹스러움도 있었다. 읽었던 어떤 작품에서도 이런 경로로 나를 끌고 다니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찌보면 '향수'의 모티브도 얹어져 눅눅함이 더 배가된 듯 했다. 이원정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것과 그의 가족들이 오래도록 완성하지 못한채 걸어온 생물, 미술, 소설은 이렇게 쓰기로서 완성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개의 무엇인가가 그로인해 겹쳐져야만 했을 이유가 이 책으로 이해가 됐다. 글 속의 누구의 슬픔에 대해서도 대변할 수 없지만 읽는 이 - 어른인 -의 마음 속에 있는 '방'을 두드리는 소설이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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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인생 ㅣ 실존과 경계 7
채만식 지음 / 니케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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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이었던 누구나에게 익숙한 작가. 1930년대를 이해하며 채만식의 작품을 소화한 학생이 얼마나 될까. 가끔 그 시기의 다른 작가와 작품을 만날때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레디메이드로 자각한 지식인의 나락이 항상 남아있었고 그의 선택이 옳았는가 옳지 않았는가는 나를 팽팽히 양쪽으로 당기곤 했다.
니케북스는 아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들게 책을 만든다. 이쁜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엔 패브릭커버다. 이쁘기 짝이 없다. 1930년대를 이렇게 담아주니 더 좋다. 이번엔 읽을때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에 더해 사회상이 더 또렷이 그려졌다. 채만식의 글에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적극적인 형태로 고발되지는 않는다. 엄밀히 그는 냉소와 해학에 자조를 도구삼아 전쟁을 앞둔 식민지를 그려낸다. 그가그려낸 자기독백은 뒷통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친일이 묻은 작가들처럼 채만식도 그러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팩트에 낀 시대의 고독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해방이후의 활동도 더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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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불안의 계절을 지나는 이들에게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부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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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기 좋은 묶음 책이다. 책을 펼치지 전까지 요근래 나오는 묶음집처럼 헤세의 에세이 묶음이 아닐까했다. 이중 겹치지 않은 에세이가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아니다. 이 책은 헤세를 좀 읽은 당신이라면 그때의 당신을 소환하고 다시 헤세의 책장에 당신을 세울 것이다. 헤세의 작품들 중 역자에 의해 선별된 구절들이 '불안의 계절'의 징건다리처럼 빛나고 있다. 쓰기가 싫은 나같은 인간도 볼펜을 고르게 한다. 엮은이가 안내하는 헤세의 일곱갈래의 길을 따라 같이 걸어가자.
내게 소설이란 이야기책이었다. 줄거리를 알고 년도와 작품, 작가를 이어 묶는. 한동안 줄거리파악을 위한 책읽기를 했었다. 중고등학교때 속독하듯 읽는 독서는 어떤 불편함도 남기지 않았다. 질문을 찾지 못한채 줄거리 수집과 타이틀을 차지하는 읽기는 그렇게 계속 됐다. 그러다 데미안을 읽었을때 불편함이 남았다. 헤세는 한동안 내게 불편함을 남긴 작가로 꼬리표를 달았다. 혹시나해서 읽은 싯타르타도 그때는 비슷했다. 내면이 진공상태나 다름없이 막혀있는 나에겐 들리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 다시 그의 작품에 들어간것은 나이가 좀더 들었을때다. 가끔 그와 걷기도 했고 앉기도 했다.

일곱갈래의 길에 머물며 거닐며 그가 던지는 말에 말을 더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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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위성의 혜나 2 - 알리올라 행성의 비밀 ㅣ 쓰레기 위성의 혜나 2
맹현 지음, 김상훈 그림 / 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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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그림책이라 좀 설랬다. 막상 받아들어보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얼마만의 그림책이야! 싶다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정보에 눈이 돌아간다. 핑핑핑 제목이 주는 나만의 상상, 그림체가 주는 또다른 변주, 잘 만들었네.'

1, 2권이어서 보니 더 재미있다. 혜나가 이웃의 소녀같다. 정답이 이미 정해진것 아닌가 싶은 이야기의 결이 알리올라행성으로 확장하면서 또다른 주름들을 만든다. 난 이 '주름'이란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야기의 결, 주름이 보이는 책은 입체적이다. 독자를 주름의 골로 떨어뜨리기도하고 주워 올리기도 한다. 바꿔말하면 질문과 답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쓰레기위성의 혜나는 주름이 있는 책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질문과 답을 흔드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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