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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가족이 있던 없든, 무의식적으로 쇼츠를 넘겨보게되는 모든 이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책 띠지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서이자 슬픈 반성문"
책을 다 읽은 지금. 나 역시 똑같이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도끼같은 책이었다.
'책은 도끼다' 라는 책이 있다.
나의 인생책인 이 책에서 박웅현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해서 책이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자신안에 굳어버린 생각을 깨뜨리고 새로운 통찰을 얻게하는 강렬한 자극과 변화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도파민 가족’은 나에게 도끼같은 역할을 했다.
주변에 넘쳐나는 너도나도 도파민 중독. 이대로 괜찮은거 맞아요?
라고 한번쯤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결론은 절대 아니오 였다.
게임과 마약은 그쪽 길로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지킬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부터,
그리고 숏폼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과연 내가 나와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번 보러 들어가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든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버스고, 지하철이고, 사무실이고, 집이고
다들 그러고 있으니, 나만 그러는게 아니니 그래도 되는건가, 문제가 없는건가 싶었다.
이은경작가님은 평소에서 너무나 애정하는 분이다.
유튜브에서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부분을 따뜻하고 현실감 있게 전달해 주실때 정독하다시피 했으며, 인별그램에서도 위트있고 센스있는 피드를 보며 가까이에 이런 친한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전에 책들도 두권이나 읽었었다.
그런데 이번책은 웃음기 쫙 빼고 작정하고 진지하게 쓰신 책이었다.
특유의 따뜻하고 현실감 있고 센스있는 말투였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심각했다.
뭐가 심각하냐고? 문제가 뭐냐고?


나의 프롬프팅 능력이 딸려서 조금 기괴해 보이긴 하지만 ㅋ
주위를 둘러보면 흔해진 풍경이다.
같이 있어도 각자만의 인터넷 세계에 빠져있다.
가족의 외식자리에서 엄마아빠가 맥주한잔을 하며 담소를 나눌 동안
아이는 시선은 태블릿에 둔채 입만 벌린다.
가족은 거실에 같이 앉아 같은 티비 화면이 아니라 각자의 기기를 들여다 본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그네에 앉아 폰을 하고 엄마도 아이들을 지켜보기위해 나왔지만 시선은 폰에 있다.
도파민 무엇이 문제인가?
작가는 도파민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도파민은 굉장히 유익하고 건강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뭔가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든다.
부족하면 오히려 파킨슨 병에 걸리기도 한다.
문제는 노력과 성취로 얻을 수 있었던 도파민의 분비 과정이 초 단위로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영상으로 웃긴 것, 감동적인 것, 슬픈 것, 화나는 것 등등의 감정을 몇초안에 마주한다.
심지어 그마저도 지루해 다 보지도 못하고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타인의 감정을 살피기 위해 눈을 맞추고, 표정을 읽고, 말투에 귀를 기울이고, 적당한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적당한 표정과 말투로 응답을 해야 한다.
점점 숏폼에 노출될수록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진다.
감정을 잘 풀어내며 대화하는 능력이 사라진다.
불편 불만의 미용한 감정은 그저 짜증 하나로 퉁쳐지고
대화대신 캔맥주 한캔이나 유튜브 알고리즘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긴 서사를 견뎌내야 하는 책을 읽을 힘이 사라진다.
핸드폰 바깥 세상에서 깜짝 도파민을 맛보기 위해 다이소에 들러 신기한 소소한 물건을 산다.
충동적으로 장비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여행은 힐링이 아니라 보여주기 경쟁이 된다.
요즘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고 치부해 버리려고 했는데.
아니었다. 도파민 문제였다.
책을 읽을수록 마치 숏폼와 게임이 담배같다 생각했다.
조선시대 후반 여인이고 아이고 다같이 곰방대를 피우다가 점점 성인 남자에게만 허용되는 듯 했고
지금은 성인 남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백해 무익하는게 밝혀졌다.
그래서 지금은 청소년들은 아예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 게임과 숏폼은 더하다.
걸음마 시작된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뇌가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도 모른채 붙들려 있다.
이 책을 읽고 스마트폰 게임과 숏폼도 최소한 아이들 만큼은 법으로 금지해야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숏폼에 단호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락해 달라는 아이와 타협할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부터 신랑부터 중독은 아닌지 의심해 보고 끊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도파민 중독의 심각성과
그게 우리 가정과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핸드폰 감옥부터, 가족들 말에 무조건 반응해 주기 게임하기, 기기사용 차트 만들기, 타이머로 사용시간 정하기 등등
주옥같은 꿀팁들이 들어있다.
이 책은 나만 읽고 실천하는 책이 아니라
이시대 우리 모두가 꼭 다같이 읽고 디지털 다이어트를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리 줄이고 내 아이들을 줄여도 친구들이 너도나도 다 하면 참을 수 없다.
내 이웃도 내 아이의 친구들도 다같이 줄여서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는 감사하게도 서평으로 읽게 되었지만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