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6.여름호 - 90호
백휴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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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가 도착했다. 무려 ‘밀실’ 특집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밀실 사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워낙 흔한 소재인 만큼 치밀한 구성이 필요해 글쓰기에 쉬운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에도 언급했듯, 계간 미스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단편소설은 물론 에세이, 작가 인터뷰, 영상 리뷰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담아 읽는 재미가 크다. 이번 호에서는 특히 장우석 작가님의 에세이와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이기도 한 장우석 작가님은 미스터리를 ‘서사로 쓰인 문제 풀이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연역, 추론, 귀납의 방식을 설명하며 이를 미스터리 추리 과정과 연결 지었는데, 그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그저 스토리를 따라가며 읽는 사람인 지라, 그처럼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며 읽는 독자들은 도대체 독서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 수록된 단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옥탑방 고양이 벽화 살인사건」이었다. 범인은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어떻게 밀실을 만들어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장우석 작가님은 밀실 트릭을 ‘시공간의 제약을 창조적으로 뒤트는’ 장치라고 설명하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 표현이 실감 났다.

 

우리는 늘 ‘불가능한 범죄’에 끌린다. 하지만 장우석 작가님의 말씀처럼 '불가능한 범죄'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다. 밀실 미스터리의 매력은 그 모순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가에 달린 것 같다. 계간 미스터리를 읽으며 그런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벌써부터 가을호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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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지방 풍속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9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용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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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료제공



인간은 왜 늘 다른 삶을 꿈꾸는 걸까? 권태는 인간의 고유한 본성일까?

『마담 보바리』를 읽는 동안 이 두 가지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인공 엠마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태어나 수녀원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녀는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었지만, 결혼 후 현실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깊은 권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륜과 사치를 일삼다가 파국에 이른다.


❝ 엠마는, 자신도, 이 삶으로부터 도망쳐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 날아가고 싶었다. ❞ 


엠마의 비극은 이 문장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자신의 열정을 쏟을 곳을 타인에게서 찾았다는 것. 자신의 내면은 돌보지 않고, 오직 ‘사랑’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기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외부에서 찾을수록 인생은 공허해진다. 엠마가 점점 외적인 화려함에 집착하며 사치를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모습은 SNS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사람들은 곧잘 자신의 삶을 과장하고, 그에 뒤따르는 현실과의 괴리에서 실망감을 느낀다. 우리가 SNS를 할수록 허탈함을 느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즉, 이는 엠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라고도 할 수 있다.


마담 보바리는 권태라는 감정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상’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섬세해서 인물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공허함이 오래 남았다.


+) 당시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묘사들이 뛰어나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듯 상상할 수 있다. 여러모로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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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온 손님 ㅣ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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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료제공



<밤에 찾아온 손님>은 총 세 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균열을 다룬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첫 번째 단편 <소꿉>은 연인 사이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순박하게만 보였던 연인이 어딘가 모르게 찌질하고 세속적으로 느껴지는 찰나.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두 번째 단편 <소등>은 가족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낯선 손님을 데리고 온다. 아버지는 그를 두고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두 형제는 그런 아버지에게 의구심을 품는다. 어쩌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가족이 서로에게 품고 있던 감정과 관계의 실체가 드러난다.

 

마지막 작품인 <피식자의 만찬>은 세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용을 모르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답답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만큼 이 작품이 우리의 삶을 잘 압축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믿음이 얼마나 얄팍한지. 사랑, 가족애, 우정이라 이름 붙은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일들로 흔들리는지.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실상은 너무나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고, 그 틈에서 오해와 불신, 외로움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밤에 찾아온 손님>은 짤막한 이야기로 그런 인간의 내면을 잘 그려낸다. 읽고나서도 묘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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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아름다움 - 옷 입기로 시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연습
김다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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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입기로 시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연습'


처음 이 책의 부제를 보고 스타일북이나 룩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쳐보니 옷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예상과 다른 구성에 당황했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옷 입기’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라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무엇에 끌리는지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비로소 자신과 어울리는 옷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 영감을 주는 미술작품, 즐겨 듣는 음악, 끌리는 이야기와 호감 가는 인물들. 그렇게 나열한 것들 속에서 공통의 키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옷 입기의 방향으로 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방법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무엇이 유행하는지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는 “타인이 만들어 낸 기준에 자신을 거듭거듭 맞추느라 온 생애를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적어 내려가는 과정은 자신의 취향을 찾는 일과 동시에 타인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도 나는 여전히 옷을 잘 입는 법을 모른다. 소위 말하는 '패알못'에 가깝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패알못'이라는 말조차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옷 입기란 남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이미 '충분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깨닫는 연습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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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ㅣ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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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는 인공지능이 모든 사상과 언어를 감시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체제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문장은 즉시 삭제되고, 관련 서적은 금서로 지정된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처럼 보이지만, 불과 40~50년 전에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체제에 반한다고 여겨지는 책들이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어 판매와 배포가 제한되었고, 저자와 출판사가 직접 제재받기도 했다.

 

이 작품 속에서는 그 검열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AI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SNS에 올리는 댓글 하나까지 검열되는 사회에서, 통제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금서클럽'을 만들어 몰래 금서를 읽고 토론도 나눈다. 그리고 이들의 존재가 드러나며 이야기가 급진전 된다.

 

『문장이 사라진 세계』는 결국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 역시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 위에서 세워진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자유가 다시 억압받는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만약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이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AI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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