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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의 선택 ㅣ 신나는 책읽기 67
이정란 지음, 지문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버찌는 강아지 이름이다. 강아지가 무슨 선택을 하느냐고? 자기를 키워줄 반려인을 선택한단다.
당돌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이 강아지가 주인에게서 두 번씩이나 유기된 강아지라는 걸 알고 나면 마냥 당돌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버찌는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나는 버려진 강아지야. 나는 못난 게 틀림없어.’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가족을 찾아 나선다. 이 사람이 정말 적합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판가름도 해본다.
“월래~?”를 입에 달고 사는 월래 할머니.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당차고 씩씩한 동찬이. 버찌가 이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 속에서 뭉클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몹시 안타깝기도 하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유기된 동물이 113,072마리라고 한다.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1년간 입소된 개체를 파악한 수치라고 하니, 실제로 버려진 동물의 수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맙소사. 유기된 동물이 한 해에만 십만 마리가 넘는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그저 귀엽고 예뻐서, 혹은 호기심에 동물을 키우다가 수틀리면 내다 버리는 게 가당키나 한 걸까.
세상엔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저 먼 훗날, 누군가의 심판을 받지 않으리라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유쾌하고 따뜻한 색채로 그려졌지만 그저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마지막, 버찌는 한가지 선택을 더 하게 된다. 버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바라는 대로 좀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세상에 버찌처럼 함부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기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귀하고, 소중하게 대접받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