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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단두대와 욕조』는 프랑스혁명 직후 프랑스 서부의 방데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방데 전쟁은 프랑스 혁명 정부와 반혁명 세력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종교 정책과 징병 등 혁명정부의 강압적인 조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어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다.
주인공 시몽 델모트는 공화군 병사로 전쟁에 참전했다가 낭트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가 전쟁에 나가 있는 사이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감옥에 갇힌다. 시몽은 그 배후에 낭트의 혁명정부를 대표하는 카리에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복수하려 한다. 그러나 샤를로트의 설득으로 카리에르를 직접 죽이는 대신 그의 밑으로 들어가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계획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시몽은 그 과정에서 온갖 끔찍한 일들을 목격하고, 자신 역시 그 폭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시작한 행동이 어느 순간 또 다른 폭력이 되어버린다는 점이 몹시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시몽의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낯설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폭력, 이념과 명분을 내세우며 그 폭력을 정당화하고 권력을 좇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러한 사건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실제 역사에 허구를 섞어 이 작품을 썼다. 그리고 그 허구적 장치의 의미가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드러나며 긴장감을 팽팽하게 끌고 간다. 덕분에 단순한 역사소설에 머물지 않고, 첩보물을 보는 듯한 스릴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단두대와 욕조』는 혁명이라는 명분 하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신념을 방패로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신념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시몽 역시 처음부터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도 완전무결하지 않으며, 때로는 분노와 복수심에 흔들리고 때로는 두려움에 움츠러든다. 그럼에도 결국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러한 그의 변화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와 마음에 들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작품 초반에 시몽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자기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워야 해.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내가 공화국을 믿는지는 모르겠다만, 이 도시 와 내 작업장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너도 그것들을 사랑한다는 건 알아. 우리는 우리가 아끼는 것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해. ❞
신념이라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 어쩌면 그것이 신념에 가깝지 않을까.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책장이 술술 넘어갈 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실제 역사에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