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글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음악을 아는 작가가 쓰는 음악이야기. 난 거기서 명상하고, 편안히 사랑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정할 길 없이 E플랫이 마치 요술 방망이라도 휘두른 것처럼, 하늘이 찢어진 틈으로 느닷없이 내리비치는 햇살처럼, 친구의 예기치 못한 귀환처럼 문득 슬그머니 찾아와 우리의 기쁨을 더욱 애틋한 쪽으로, 더욱 경건한 쪽으로 기울게 했다. 우리는 B플랫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쇼팽노트, 앙드레 지드
주세죽, 고명자, 허정숙... 이 책을 다 읽고 이 세여자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아니, 가능하면 다 들리도록 소리내어 외쳐보고 싶은 이름들이다. 이름만 불러봐도 이토록 애처럽고 대견하고 가슴이 허해지는 존재들. 신념과 이상 하나로 가족도 고향도 사랑도 버렸던 세 여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삶이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