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 구조는 매력적이지만 아마데우의 사색에 동참하기엔 역부족. 유치함은 나만 느꼈던걸까. 그럼에도 다 읽고 나면 그레고리우스의 동선이 계속 떠오르는 건 여행, 떠남, 인생,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동경 때문이리라. 리스본과 코임브라, 포르투에서 그레고리우스의 흔적을 따라갔던 3주간의 행복을 기억하며 이 책을 마음에 담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숭배하는 종교 안에서 금욕 중이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피와 나의 꿈들이, 우주와 별과 일과 사랑과 심지어 아름다움과 영광을 훌륭하게 대체한다. 나에게는 자극이 거의 필요없다. 나는 내 안에 충분한 아편을 갖고 있다.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중에서 인용
별이 10개 있다면 그렇게 주고 싶은 책.이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될까 두려워 못 읽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열심히 읽고 그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불편하거나 두렵다고 피하기보단 정확히 알고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갖고 먹는 편이 낫다. 그것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40분밖에 걸을 수 없는 돼지에게, 약하게 태어났다고 망치로 내리쳐지고 똥장에 버려지는 돼지와 닭에게, 맛있는 고기를 위하여 마취도 없이 동물의 내장을 뜯어내는 데 말없이 동조했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이다.
이제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쓰도록 하자. 약간 떨리지만 그가 좋아하는 문어체만의 특별한 힘을 담아. 처음 몇 장을 넘겼을 땐 당신이 말한 것처럼 1차 난관을 극복하지 못할까 살짝 걱정스러웠어요. 그 난관을 극복하자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사라져 내가 30대였다면 이런 글들이 나를 흔들었을텐데..라고 가볍게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짐짓 여유있는 척하며 40대의 나는 신형철 보단 황현산의 깊이와 시선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잘난 척을 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가 넘어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은 떨리고 마음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조바심은 아마 좋은 글을 대했을 때의 나만의 심리 상태인가 봅니다. 이렇게 나를 흔들고 가는 문장들을 잡고 싶은 나만의 안절부절. 자, 이제 당신이라는 책을 덮었습니다. 당신은 진정성이란 단어가 넌더리 난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당신을 잡고 싶은 이유를 이 단어만큼 잘 표현할 수 없어 이 평범한 단어로 고백하고자 합니다. 그대의 진정성이 문장을 넘어 언어를 넘어 한 세계를 넘어 내게로 왔습니다. 이제 나는 시작하려합니다. 슬픔에 대한 공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