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죽, 고명자, 허정숙... 이 책을 다 읽고 이 세여자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아니, 가능하면 다 들리도록 소리내어 외쳐보고 싶은 이름들이다. 이름만 불러봐도 이토록 애처럽고 대견하고 가슴이 허해지는 존재들. 신념과 이상 하나로 가족도 고향도 사랑도 버렸던 세 여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삶이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작년 말 각 신문사들이 꼽은 2017년도 최고의 책에 이 낯선 작가의 책이 올랐을 때 의아함과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고 이 약간 애매한 제목의 책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리고 오늘 다행히도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읽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실과 감동 사이에서 이런 책을 써 준 김승섭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차별, 폭력, 혐오 등으로 인해 발생했지만 결코 말할 수 없었던 상처가 개인을 병들게 할 때 병의 사회적 원인을 밝혀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그의 활동들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성과 공동체의 역할을 묻게 한다. 건강한 공동체가 건강한 개인을 생산하고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없을 때는 그 비를 함께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더이상 모른 척 할 수가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