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2부의 마지막을, 즉 꺼져가는 불씨를 그러모으는 심정으로 폴이 수전을 돌보는 부분을 나는 지하철에서 읽었다. 가슴이 저며오며 이 안타까움이 현실이고 지금 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흔들리며 알 수 없는 곳으로 흩어졌다 모여드는 이 많은 실물들은 허상인듯 느껴졌다. 줄리언 반즈가 창조해낸, 어쩌면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는 이 인물들에 나는 깊은 연민과 애정을 느꼈다.
주요 역사책들의 다이제스트판. 그래도 지적 자극을 주기엔 나쁘지 않다. 이런 집약본 보다는 원본을 읽는 게 낫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 취향에 맞게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언제나 역사를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며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인간을 더.깊이 알고 싶다는 욕망일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고 마르크스나 E. H 카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기약없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지망생은 물론 현업 작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팬이거나 심지어 나처럼 그의 소설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 것들이 기억에 남지만 단순하고 객관적인 묘사로 수정된 단편.<1408호>의 작업과정이 인상적이다. 한 작가가 직접 자신의 창작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후의 고통 속에서도 글쓰기를 통하여 삶을 이어가는 장면, 부인 태비와 관련된 따듯한 에피소드들은 이 책을 더욱 친근하게 만든다. 결국.그에게 있어 글을 쓰는.목적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많은.사람들이.행복을 추구하고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스티븐 킹의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그의.표현을 빌리면 돈도 안들고 마술과도 같은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나도 그 물을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