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필연에 의해 언젠가부터 황정은은 사회 속의 개인에 대해 쓰기 시작했고, 이제는 역사를 관통하는 개인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누군가는 그가 거장의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할 지 모르겠다. 그만큼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음을 이 책이 입증하고 있으니까...그러나 나는 예전의 황정은에게 더 많은 애착을 갖는다. 황정은풍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의 내면을 변화시켰고 그 단어를 앗아갔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황정은의 세계는 아직 조금은 남아있다. 그건 황정은만의 고유한 것이라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때때로 나는 그 세계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한다. 이 세계 보다 그 세계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늘 그렇지만 이번 책도 아껴 읽었음에도 너무 빨리 끝났다. 늘 그렇듯이 저녁 나절, 하릴없이 하늘을 바라보다 황정은, 기다림에 지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밑도 끝도 없는 그리움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