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하루 벌어 사는 삶을 생각하면 나는 불안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다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지면 어떡하지? 예를 들어 아프다든가 그러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가 이 책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의 제목을 봤을 때는,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저자의 이야기일까? 그런데 표지를 보니 ‘아프리카 도시민 사회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자본주의’라고 쓰여 있다. 뭐지? 계속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제목만 보면 에세이, 자기계발서 같지만 이 책은 인류학 보고서이다.

저자인 오가와 사야카는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다. 전문 분야는 민족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경제인류학과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인류학이라고 한다. 중고품, 복제품의 유통과 소비로 보는 현대 아프리카의 소비문화, 위기 시의 역학과 실천 행위의 인류학, 하루 벌이 삶의 인류학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 연구 결과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담은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중간 중간 흑백이긴 하지만 사진도 있다.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일이 없으면 쉬고, 운 좋게 일이 생기면 하고, 그러다 만난 사람과 새로운 일을 하기도 하고,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는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들이 많았다. 우리도 저렇게 살 수는 있지만 대개 불안함을 느끼고 부담감을 느낄 텐데 그들은 그런 게 없었다.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면 다른 일을 하고 ~ 이런 여유로운 생각이 굉장히 부러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얼마나 틀에 갇힌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알게 됐다. 나는 불안과 초조가 지배하는 성과주의 사회에 완벽하게 갇혀 있었다. 맨 위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어도 우리보다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의 삶의 방식과 우리가 존재하는 성과주의, 근로주의가 가득한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사회를 구경하며 우리의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방식이 옳고 우리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느낀 건 아니다.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준비는 있어야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