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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미 배드 미 ㅣ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무시무시한
스릴러 소설이 최고!!! 그래서 최근 가제본으로 먼저 받아 재밌게 읽은 소설 <굿 미 배드
미>를 추천해보려 한다. 표지부터 뭔가 무섭고 심상치 않은 느낌이 다가온 책. 내용은 더 충격적이고 불편했다. 하지만 그만큼 흡입력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였다. <굿 미 배드 미>는 연쇄살인마인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 열다섯 살 소녀 애니의 이야기이다. 애니의 엄마는
보호 시설에서 지내는 여성의 아이들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데려와 학대하고 죽인다. 10년 간 9명의 아이들을 그렇게 학대하고 죽이는 걸
지켜봤던 애니는 결국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다.
애니의 신고로 엄마는 체포된다.
9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잡혀가는 엄마와의 시선을 마주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녀의 집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후 애니는 마이크라는 심리전문가의 집에서 마이크 부부와 그들의 딸 피비, 강아지와 함께 밀리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게 되고,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엄마의 재판에서 증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엄마와 떨어졌지만 밀리는 밤마다 자신에게만 찾아오는 엄마의 목소리 때문에
괴롭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과 환경에 동화되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소녀를 또 괴롭게 했다. 소녀의 감정은 어둡고 슬프며 자괴감으로 가득했다.
그런 소녀의 감정을 따라가는 과정은
나까지 우울하고 어둡게 만들었다. <굿 미 배드 미>는 연속해서 놀라운 사건이 터지는 이야기라기보다 밀리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인 소녀가 겪는 감정, 살인자의 딸이자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서 재판을 앞두고 소녀가 느끼는 불안,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엄마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되는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들(그래야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는 문득 불안해진다. 정말 밀리는 단지 엄마의 살인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피해자였을 뿐인 건지.
엄마를 신고하던 전날 밤에 도대체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두꺼운 책을 한 장씩 정신없이 넘기게
된다.
그렇게 끝까지 읽고 나서 멍해졌다.
무섭기도 했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성격이나 성향이라는 것은 타고 나는 걸까. 교육을 통해 바뀔 수 있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한창 사춘기인
때까지의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사이코패스 엄마 아래서 엄마에게 철저히 순응하도록 통제되고 훈육된 자녀가
과연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죽도록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쳤건만 결국 엄마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보게 됐을 때의 소녀는 어떤 감정일까.
자신은 그런 엄마와 다르다는 믿음과 어쩌면 자신도 엄마처럼 살인자의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 소녀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