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 보통의 행복, 보통의 자유를 향해 달린 어느 페미니스트의 기록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 지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원래 학창시절부터 달리기에는 재능이 없었다. 그나마 단거리 달리기는 조금 나았다. 순간적으로 진짜 죽을힘을 다해 ㅋㅋ 결승선까지 달리고 운동장에 앉아서 좀 쉬는 건 해볼 만하겠는데, 운동장을 6바퀴였나? 8바퀴였나? 달리는 오래 달리기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다. 체육 시간도 싫어했지만, 오래 달리기 하는 날이면 진짜 그날 하루 종일 우울했다 ㅋㅋ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도 싫음. 그래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존경스럽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달리기의 어떤 점이 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건지, 달리면 어떤 기분인지.

 

이 책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일단 이에 대한 답으로 책을 읽다가 멋진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달리기를 할 때 나는 인생은 바뀔 수 있고 습관은 깨질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이는 일은 비유가 될 수 있고 동시에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p.336).’ 물론 이러한 나의 궁금증 해소 말고도 이 책은 관심을 끄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달리기와 페미니즘의 관계... 저자인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는 평범한 스무 살을 보내던 1988년, 지인들과 여행을 떠난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는다. 그 후 캐서린은 약 10년이란 시간을 우울과 절망 속에서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그녀의 인생에 변화가 시작된다. 마라톤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달리면서 우울에서 벗어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저자는 1960년대까지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장거리 달리기 부분에서 여성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던 여성 마라토너들의 이야기, 마라톤의 역사 그리고 달리기를 하는 여성이 만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평소에 달리기를 생각하면 나하고는 별로 안 맞는다 생각만 했지, 페미니즘과 연결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다.

 

달리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이 이렇게 심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 여성은 그냥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없는가? 달리는 게 여성스럽지 못하다느니, 경박스럽다느니, 임신과 출산에 좋지 않다느니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할까? 왜 여성은 항상 다이어트를 위해 달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1960년대까지 그랬다니... 읽으면서 충격 받았다. 1860년대도 아니고 1960년대라니... 생각보다 여성 마라톤의 역사가 길지 않았다.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남성들의 영역이라며 격렬한 제지를 받았지만 거의 격투 끝에 풀코스를 완주했던 캐서린 스위처 선수를 비롯해서 여성도 당당하게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다는 데 큰 기여를 한 여러 여성 마라토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은 당연한 것이 얼마나 어렵게 쟁취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도 여성의 달리기와 남성의 달리기가 온전히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여성들이 달리는 것은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지금은 달리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온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나? 이른 새벽이나 밤에 혼자 달릴 때 성희롱을 당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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