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걷기 정도라서 최대한 자주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걷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특히 머리가 복잡할 땐 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많이 걸어봤자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사이이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그 이상으로 무리해서 걷진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걷기는 약간의 운동이지, 인생의 목적 자체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의 저자에게 걷기는 인생의 목적 같은 것이었다.

 

저자인 크리스티네는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관리 책임자 자리에 오를 만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게 되고, 오랜 친구의 죽음을 목격했다. 언제까지나 안정적일 것 같았던 삶은 그렇게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 그녀는 미국 서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걷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종주할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그녀는 8년간 25켤레의 신발에 구멍을 내고, 0.5톤의 초콜릿을 먹으며 2,000일이 넘는 밤을 혼자 텐트에서 보낸다. 미국의 3대 트레일 코스(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 애팔래치아 트레일)를 모두 완주하고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가 수여하는 트리플 크라운도 받았다. 이 책은 그녀가 그렇게 3대 트레일을 걸었던 경험과 걸으면서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담은 책이다.

 

책 읽기 전에 잠깐 소개글을 읽었을 때부터 너무 읽고 싶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느낌이랄까. 나는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 같긴 했다. 나라면 과연 하루 이틀도 아니고,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렇게 먼 거리를 오로지 걷기에 매진할 수 있을까? 길에서 먹고, 자고, 걸을 수 있을까? 게다가 저자는 원래 운동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엄청 좋았던 것도 아니고, 트레일 경험도 없었지만 결국 성공해냈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워낙 그 과정을 세세하게 담고 있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읽어도 간접 경험하기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행복의 기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험도 해봐서 알고 있다. 그 기분을... 가질 때는 좋지만 막상 그 행복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고,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그녀의 말대로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먹을거리와 물, 건강을 해치지 않을 만큼의 온기와 궂은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장소뿐이었다. 나는 별로 욕심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랬고, 욕심내고 있었다. 그래서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왜 이렇게 자주 조바심을 내며 살아야 하는가, 이미 필요한 것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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