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 괴로운 과거를 잊고 나를 지키는 법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정혜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12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정말 호기심 생기는 제목이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지우고 싶은 기억...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꽤 많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는 떠올릴 때마다 행복한 기억도 있을 것이고, 불행한 기억도 있을 테지. 책 제목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면 아마 후자 쪽일 것이다.

당신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가? 아프고 힘든 기억을 어떻게 떨쳐내고 자신을 지키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차분하게 말해준다. 여러 사례들이 진짜 많이 나오는데 공감되는 것도 몇 개 있었다. 용서하기 싫으면 용서하지 말고, 미워하고 싶으면 계속 미워하라는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ㅋㅋ 읽으면서 지금보다는 내 생각을 더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 나만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너무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게 아닌지.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자는 것. 끔찍하게 싫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책을 읽으며 떠올려보니 거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맞추다가 오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책들에서도 이미 읽어왔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로 인해 내 생각이 제대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비슷한 상황들에서 비슷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 점을 반성하게 됐다.

가장 큰 깨달음은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지우고 싶은 어떤 기억이 있을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안 좋아지니까 애써 무시하거나 아니면 그 기억 자체를 계속 머릿속에서 리플레이하고 있었다. 차라리 외면하는 것보다는 리플레이해서 정면으로 마주보는 건 좋은데 문제는 바라보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다 해도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내가 그 일로 인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그 사실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계속해서 나에게 상처를 줄 뿐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 사실과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으니 현재 내 자신의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엔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시간이 흘러 바라보니 별 거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할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어쨌든 그 방법 외엔 영원히 무시해버릴 수 없는 그 기억을 던져버릴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결국은 ‘나’이다.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있느냐는 오직 나에게 달려 있다.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고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자. 생각을 바꿈으로써 정말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읽기 전보다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