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남자

나를 아는 남자 ㅣ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도진기 작가의 진구 시리즈 2번째! <나를 아는 남자>를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7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던 <순서의 문제>보다 장편이었던 이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박민서라는 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런데 주인공 진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박민서는 진구가 아르바이트 중이던 회사의 상사였다. 박민서의 아내이자 진구의 여자 친구 주해미와 친분이 있는 문성희의 부탁으로 진구는 상사인 박민서의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 문성희는 박민서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진구가 불륜의 증거를 찾아주길 원했다. 휴대전화 감청 결과 박민서가 지금 집에 없다고 판단한 진구는 불륜의 증거를 찾기 위해 박민서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박민서는 집 안에 죽어있었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진구는 영장심문에서 기지를 발휘해 풀려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경찰이 계속해서 진구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 진구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진실을 알아야 했다. 도대체 박민서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상냥하고 매너 좋기로 소문난 이 평범한 남자를 누가 죽인 거지?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박민서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남몰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회사를 그만두려 했으며, 방수연이라는 여자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것인지 아내 이름의 이니셜을 새긴 반지를 주문하기도 했었다. 그런 여러 사실들과 문성희의 아버지 문기동과 조수연, 임재엽, 회사 동료 몇 명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약간은 복잡해지는 듯 보였다.

마지막까지 이 사람이 범인일까? 아니면 이 사람일까? 계속 의심하면서 읽어갔다. 그러다 퍼즐이 맞춰지고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생각 못했다.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쁜 인간. 밝혀진 범인과 진실에 통쾌함이 느껴지기보다 추악한 인간의 모습에 씁쓸해졌다. 책장을 덮으면서 화가 나서 욕을ㅋㅋㅋㅋ 죽어도 싼 인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던 남자가 사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 신경질적인 아내에게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래도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는 건지 아내 이니셜을 새긴 반지를 주문하기도 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을 때 나는 박민서를 조금은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정신과에 갔던 것도 결국은... 아, 정말 두 얼굴의 그 양면성에 혀를 내둘렀다. 역시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