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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레이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4
커트니 서머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판 한공주 이야기, 읽는 내내 분노한 책 <올 더
레이지>.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엄청나게 열 받는 상황들이 나오는데 문제는 오늘날 현실에서도 많이 보이는 모습이라는 것.
토 나오게 더럽고 역겨운 상황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로미. 성폭행 피해자이다. 가해자는 그 지역의 명문가 아들 켈란. 로미는 사건 직후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지만 가해자의 부모는 오히려 로미에게 책임이 있음을 주장한다. 로미가 꼬리를 쳤다나 어쨌다나.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이 부분도
열 받아 죽겠는데 뒤이어 더 황당한 장면들이 등장해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아무래도 가해자 집안이 그 지역의 힘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지역
사람들이 별 의심 없이 가해자 편에 서게 되고 오히려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어이없는 상황.
그 뒤로 로미의 삶은 엉망이 된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로미가 잘못한 게 아닌데 가해자나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아무도
로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제일 친했던 친구 페니조차도.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면서도 로미는 침묵했다. 사과를 받아야 할 피해자의 삶은
무너졌는데 오히려 가해자들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게 비단 이 소설 속만의 문제인가. 아니, 현실이라고 다를 거 하나도 없다.
뉴스에서도 그런 사건을 볼 때마다 화가 났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화가 많이 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후 로미는 시외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고 같이 일하는 레온이라는 친구도 좋아하게 됐다. 레온이 굉장히 멋진 친구라서 로미가 이제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이제 괜찮아 지려나 싶었는데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졸업파티가 열리던 날, 로미와 페니가 동시에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로미는 다음날 발견되지만 페니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국 페니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졸업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성폭행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정의가 실현된 건 아니었다. 이게 더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다. 지독히도 현실적이라 짜증이 나긴 했지만. 물론 많은 범죄들이 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만 성폭행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런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마치 피해자에게도 뭔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쉽게 말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그게 피해자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이 책을 통해 로미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니 너무
끔찍했다. 성폭행은 피해자들의 정신까지 갉아 먹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인데 그에 비해 처벌은 너무 약하다. 잔인한 현실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당연한데 소설 속에서나 실제 현대 사회에서나 그 당연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로미가 용기 내서 더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