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괜찮을까? - are we okay?
김미정.K 지음, 한차연 그림 / 소모(SOMO)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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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약 결혼했는데 남편이 혹은 아내가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 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면? 에이 일이 힘들어서 저러겠거니, 그냥 해본 말이겠거니 생각하지 않을까? 근데 이 사람 그 뒤로도 한 달에 한두 번 잊을 만하면 여행 얘기를 꺼내는 거다. 미치겠네 정말. 아니 그럼 차라리 결혼 전에 말하지. 결혼하고 나서 왜 그러는 거야? 물으니 결혼했으니까. 이제 결혼했으니까 그런 말을 꺼내는 거란다. 뭐지? 뭔가 몰입함ㅋㅋㅋ 근데 내 이야기 아니고. 이 책 저자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아내분의 입장에서 더 이해가 갔다고 해야 하나. 사실 결혼 전에 혼자 일 때는 세계 여행을 하던 뭘 하던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쁜 일만 아니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책임 지면되니까. 있는 돈 다 털어서 여행을 몇 달을 가든 몇 년을 가든 그건 상관없는데. 결혼하면 이제는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무작정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저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당황스러울 것 같다.

이 부부도 그랬다.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떠날 수 있다는 남자와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떠날 수 없다는 여자는 의견을 좁힐 수 없었다. 의견이 다르다 보니 고민이 깊어져갔고 삶은 건조해졌다. 남편은 해뜨기 전에 출근해 새벽 2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피곤해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잠들었다. 자는 중인데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남편을 보며 아내는 정말 딱 1년만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볼까 생각한다. 결혼했다는 이유로 꿈은 접어두라고 강요하는 게 과연 옳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날 무렵(현실적이다. 사실 솔직히 부부가 여행을 떠났다는 여러 책들에서 마치 저희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자유를 위해 쿨하게 사표를 던지고 떠났어요 ~ 이런 건 너무 비현실적이야.) 아내도 점점 여행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래도 여전히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돈 걱정이 된다. 고민하던 어느 날, 남편의 옆자리에서 일했던 동료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남편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살고 싶었다. 부부는 이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딱 1년만 가보자. 같이.

이 책 <우리, 괜찮을까?>는 그 여행길을 담은 책이다. 그 여자의 이야기, 그 남자의 이야기 둘로 나눠 각각 이야기를 담았다. 소소하고 재밌다. 여행기 자체도 재미있고 여행하면서 부부가 서로를 더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그게 여행이든 다른 무엇이든. 보기 좋다. 자주 까칠까칠하게 가시를 세우고, 잠들어 있을 때마저 피곤해보이던 남자가 웃는 게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게. 또, 10년 넘게 서비스업에 종사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잘 표현하지 못하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변한 게. 멋진 부부인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만 부부가 둘이 하는 여행도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여행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과감한 결정이었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들도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실적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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